대한의사협회 김창수 정책이사가 지역의사양성법을 두고 “가장 경직되고, 가장 처벌이 심하며, 가장 제도적으로 엄격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강한 제재를 전면에 내세운 현행 법안이 과연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다.
김 정책이사는 25일 의료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의료정책포럼을 통해 우리나라 지역의사제의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의사제 법안은 10년 강제 의무복무를 부과하고, 불이행 시에는 의사면허 및 지원금을 환수하도록 돼있다.
이에 김 정책이사는 “우리나라는 한 번 프로그램에 들어오면 의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탈출 경로가 없다”며 “제재의 유연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가장 강력하고 제재가 심한 제도가 과연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지속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쟁점은 헌법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봤다. 김 정책이사는 “18세에 한 선택이 향후 16~17년의 장래를 탈출구 없는 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징벌적 성격을 보인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침해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의무 복무를 채우지 않으면 사실상 직업적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너무 과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역의료 확보라는 공익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이 얼마만큼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에는 충분한 논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평등권과 ‘낙인효과’ 문제도 제기했다. 김 정책이사는 “강제 배치된 인력을 환자와 지역사회, 동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며 “제도의 효용성이 떨어질 경우 ‘지역의사’라는 낙인이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잘 교육하고 우수한 의사로 길러내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지역간의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 내 의료취약지가 행정구역 기준에 묶여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지적이다.
김 정책이사는 중앙집중적 설계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하향식 구조는 지역의 특수성과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짚으며, 의사를 ‘자율적 주체’가 아닌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단순히 숫자에 매몰된 방식으로는 지역의료 시스템의 불안정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보다 유연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해외 사례는 ‘유연성’과 ‘분권성’이 반영됐지만, 우리나라의 지역의사제도는 아직까지 강압적인 측면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대만의 경우 6~10년 의무 복무에 ‘배상제도’를 두고 있고, 불이행 시 면허를 취소하는 방식은 아니다.
일본 역시 지역정원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구조는 다르다. 중앙정부가 일괄 통제하기보다는 지자체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지역 인재를 선발하고, 장학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의무복무는 약 9년 수준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전문의 자격 취득 제한 등 간접적 제재가 적용된다.
끝으로 김 정책이사는 “숫자로 모든 의료 시스템을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마스킹 효과’를 낳아 교정할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연성과 신뢰를 상실한 법안은 초기에는 숫자상 성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탈과 소송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안은 통제가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