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한의협은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 중 ‘그 밖의 기관’에 지금까지 한의원을 포함시키지 않고 부당하게 설치신고를 거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행 의료법령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등의 사용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이유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주장이다.
보건당국이 한의원의 설치신고를 거부해 온 것은 방사선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보건위생상의 위험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방사선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안전관리자의 자격과 선임기준을 의원·보건소·보건지소·그 밖의 기관(의사·치과의사·방사선사)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한의사 및 한의원은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규정에 없는 것이지, 부당하게 거부한 것이 아니다.
2. 한의협은 법원 판결문을 인용하면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의 X-ray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와 한의원이 누락돼 있지만, 한의사와 한의원을 제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를 밝혔다’고 왜곡해 확대해석하고 있다. 해당 판결문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의료법 제37조 제2항,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10조 제1항 [별표6]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 규정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자를 한정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별표6] 규정에서 한의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그 밖의 기관’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두 번째로, 위 규칙 제18조는 법원은 형사상 유죄를 판단함에 있어 한의원이 명시적으로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소극적인 해석을 했을 뿐, 어디에도 ‘한의사가 X-ray를 사용할 수 있다’거나, ‘한의사가 사용해야 하게 한다’는 해석을 하지 않았다.
3. 한의계는 형사 처벌 유무를 다룬 해당 판결을 마치 한의사에게 영상의학적 진단행위 전반을 허용하는 것처럼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
수원지법 재판부는 골밀도 초음파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것에 한정해 판단했다. 검사가 명확히 한의사의 위법 행위를 입증했다면 유죄 판결을 받을수도 있는 사안임에도 한의협은 이를 확대해석해 이번 하급심 판결을 두고 일반적인 영상의학 진단행위를 허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앞서 최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2011헌바398, 2013.2.28. 선고)는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이라고 판시했다.
한의계는 대법원 초음파 판결(2016도21314 판결, 2022. 12. 22. 선고) 이후 인체 잠재적 위험을 줄 수 있는 진단용 의료기기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면 괜찮다며 영상 판독과 진단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초음파 판결 자체가 법조계 내에서도 심각한 논란을 일으킨 판결이며, 판결문에서도 다수 의견이 반대 의견을 명확히 설득하지 못했다.
반대 의견은 CT, MRI 같은 서양의학적 진단기기와 경락기능 검사기, 경혈 탐지기 같은 한의학적 진단기기를 구분해야 한다며, 한의사가 서양의학적 진단기기를 이용해 진단하는 것은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명확히 밝혔다.
학계에서도 ‘초음파 판결이 철학, 인체·질병·진단·치료에 대한 이해 및 접근방법을 달리보고 이원적 의료체계에 따라 면허 제도를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해석을 통해 이를 뒤집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 및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장욱, 의료인 면허 관련 판례 분석을 통해 본 사법부의 역할과 한계)’라고 평가했다.
현행 의료법령은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체계·의료체계를 이원화해 구분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2조는 의사(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와 한의사(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의 면허를 구분하고 있고, 제27조는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아울러 의학·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아야 면허 취득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이원적 의료제도를 명시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과 의료체계에 따라 면허 외 의료행위는 ‘위법’한 것이다.
의학 교육과 의학 지식을 갖추지 않은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판독을 하는 것은 국민 생명과 신체에 ‘위험’을 주는 비윤리 행위인 것이다.
2011년 한의약육성법 개정 당시 한의협회장은 국회에 진술인으로 출석해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한의사도 CT나 MRI, 초음파 이런 것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을니까, 없습니까?”라는 보건복지위원의 질의에 “없다라고 아까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
한의계는 국회에서의 진술을 번복한 채 방사선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한의약육성법’의 정의(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 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를 말한다.)에 맞게 한의학을 기초로 과학적 한방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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