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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건의료산업 강국 원한다면 ‘기초의학’을 강화해야 합니다

대한기초의학협의회 김인겸 회장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붕괴 현상에 정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기초의학에 대한 투자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으로, 이제는 우리나라도 기초의학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쓴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한기초의학협의회 김인겸 회장은 기초의학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처럼 의사국가고시에 기초의학시험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되, 학생의 의사국가고시 부담 증가와 의과대학의 기초의학 교수를 충원하는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을 남겼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잊혀지고 있는 기초의학과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의학 현주소는 어떻고, 어떤 문제점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을 점검하고자 대한기초의학협의회 김인겸 회장(경북의대 약리학과 교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먼저 국내 기초의학의 현주소는 어떠한가요?

A. 우리나라는 경제적 위상에 비해 고등교육(대학원 교육)의 위상(Times Higher Education, THE)은 그리 높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국내 기초의학 수준도 그동안 발전을 거듭했지만, 아직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에 비해서 다소 뒤처져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건의료산업의 근간이 되는 국내 기초의학 수준이 하루빨리 선진국 수준과 대등하거나 월등해져야 합니다. 

문제는 국내 기초의학 수준 향상이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보인다는 것으로, 우선 국내 기초의학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의사과학자들이 아주 많이 부족합니다. 

정부에서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지원자가 부족한 상황이며, 성공한 의사과학자 롤 모델이 적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아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저희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도 유능한 의사가 되기 위한 것이지, 유능한 의사과학자가 되기 위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유능한 의사과학자가 꼭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연구 개발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다만, 의과대학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연구 개발보다 진료가 우선인 것 같아, 우리가 진정 초일류 보건의료산업 강국을 원한다면 기초의학이든 임상의학이든 연구 개발을 통한 학술의학(Academic medicine)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의대 등 기초의학 교육과정 현주소는 어떻고, 문제점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A. 현재 국내 의학 교육과정은 지나치게 임상의학 교육 중심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의사 국가시험에서도 임상의학만 평가하기 때문에 기초의학 교육은 등한시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게 된 것은 1910년 플렉스너 보고서에 기반한 의학교육의 개혁 때문입니다. 

먼저 실험실에서 2년간 기초의학을 충실히 공부한 다음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임상의학을 공부하고, 임상에서 발견된 미충족 의료수요를 기초의학적 방법으로 해결하면서 임상적인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아야 합니다.
 
또한, 미국이 의학 선진국 자리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비결인 의사과학자(MD-PhD) 양성 프로그램(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s, MSTPs)이 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상황으로, 최정예 연구 전문가를 양성하려면 우리 실정에 맞는 의학 학·석사(MD-MSc) 통합 연계 과정을 도입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부에서 발표한 2025년부터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은 단기적으로는 기초의학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설과 지원 인력을 확충하고, 의사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 교과목을 평가한다면 기초의학 교육을 더 내실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현재 기초의학 교수들은 의과대학 출신과 비의과대학 출신이 각각 반반씩 적절하게 구성돼 있으나, 10년 후에는 의과대학 출신의 교수들은 퇴직하고, 대부분의 기초의학 교수는 비의과대학 출신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기초의학 전체 교수를 반드시 의과대학 출신 교수들로 충원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전체 기초의학 교수 중에서 30%는 의과대학 출신 교수가 있어야 기초의학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Q. 우리나라가 기초의학 강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기초의학 교육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미국처럼(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의사국가시험에 기초의학 교과목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 국가시험에 기초의학 교과목이 빠진 이유에 대해 말씀을 드리면, 우선 현행법상 우리나라에서 의사 면허시험은 졸업 6개월 이내에 응시할 수 있는데, 미국처럼 입학 후 언제라도 응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기초의학 수업을 받고 본과 2학년 말에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할 것이며, 이렇게 해야 기초가 탄탄한 가운데 임상의학을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일부 후발 의과대학은 기초의학 교육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하므로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을 원하지 않는 곳도 있으며, 일부 임상 의사들은 진료에서 기초의학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도 시험관리 업무의 증가를 우려해서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시행을 꺼리고 있으며, 학생들도 시험 자주 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식과 문제점을 개선해야 효과적으로 기초의학 강화 및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의사과학자 등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Q. 2024년도 대한기초의학협의회의 행사·일정·계획 및 포부 등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A. 제31회 대한기초의학 학술대회가 2024년 6월 27~28일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리며, 주관교는 대회 주제에 맞는 주관교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프로그램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오전에는 대한기초의학 학술대회의 백미인 장기별 학제 간 구연 발표와 포스터 발표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어 오후에는 대한기생충학·열대의학회, 대한미생물학회, 대한바이러스학회, 대한법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생리학회, 대한약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의사학회, 대한의용생체공학회, 대한해부학회, 생화학분자생물학회가 학회별로 특색있는 심포지엄을 개최하려 합니다.


Q. 정부·국민·의료계 등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A.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합니다. 빠른 개선을 통해 국격에 걸맞은 기초의학으로 발전시켜서 우리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노벨의학상 수상국 반열에 오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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