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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술대회 잉여금, 왜 학회 몫 아닌가?

고윤석 의료윤리학회장, 의사-제약사 관계 현안 해법 제시


“의사와 제약사의 관계에서 사회적 인간관계의 문제는 이제 당연히 배제돼야 한다. 앞으로는 진료와 연구, 교육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의사-제약사 간 관계를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

2일 열린 ‘제18차 한국의료윤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고윤석 회장은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의사와 제약사 관계의 현안에 대해 이 같은 학회의 입장을 제시했다.

공정경쟁규약과 리베이트 쌍벌제의 시행으로 의사와 제약사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법적 강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

제약사와의 관계에서는 진료와 연구, 교육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학술대회의 잉여금을 학회가 갖지 못하게 하는 것도 교육의 면에서는 적합한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의료윤리학회는 진료와 연구, 교육에서 의사와 제약사 간 윤리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때 진료는 의사의 처방에 대한 문제이며 연구는 ‘이해상충’에 대한 것이고 교육은 학술단체를 중심으로 교육비용이 정당히 제공될 수 있는 기준의 마련이다.

우선 진료와 관련, 고윤석 회장은 의사들이 처방의 독립성을 갖기 위해서 정직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하고 이는 제약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철저히 배제했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제약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배제하는 것은 법으로 강제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전문적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하다.

고윤석 회장은 “의사는 사회에서 위임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처방에서 독립성을 갖지만 제약사로부터 사례를 받는다면 환자가 처방을 불신하게 된다”며 “의사가 제약사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윤리적인 정직성도 필요하지만 사회가 의사에게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요구하며 투명성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원가보존과 사회가 허용할 수 있는 규모의 보상이 기반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와 관련해서는 대학병원 내에 독립적인 이해상충위원회가 설립돼, 새로운 치료법을 임상에 적용할 시 윤리적인 정당한 절차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고윤석 회장은 제언했다.

고 회장은 “카바수술이 대표적인 예로 새로운 치료법이 연구자와 어떤 이해상충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 이를 환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이해상충을 알리지 않을 경우 중대한 신뢰상실을 가져와 연구를 허용했던 의료기관 조차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큰 병원조차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리학회는 빠르면 내년 초 까지 대한의학회의 지원을 받아 연구와 관련한 윤리 지침서를 마련하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학대학, 공정거래위원회, 학술단체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교육의 측면에서는 전문학회가 중심이 돼 교육기회를 담보할 수 있도록 정당한 교육비용이 제공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하며 이와 함께 학술단체가 불필요한 경비의 지출을 줄여나가는 자세변화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학회가 학술대회로 이익을 내고 학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구도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공정경쟁규약에서 ‘학술대회의 잉여금을 학회가 갖지 못한다’는 규정은 학회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규제라는 것이다.

고 회장은 “아직도 많은 대학병원이 교수와 전문의에게 연간 1백만 원도 안 되는 교육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이 의료발전에 빨리 접근할 수 있었던 기반은 지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의료윤리학회는 이처럼 의사-제약사 간 관계의 재설정이라는 맥락에서 의사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윤리적 민감도’를 병원의 윤리풍토와 함께 절충해 높일 수 있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한내과학회의 전공의 연수강좌에서 한 시간 동안 윤리교육을 진행하는 등 젊은 의사들이 모인자리에 먼저 접근 할 계획이다.

고 회장은 “의사와 제약회사 간 관계에서 가장 큰 손실은 의사가 사회로부터 부여된 신뢰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거듭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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