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가 간소화되고 임상연구 진행 없이 진료 현장에 먼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증거 창출을 위한 업체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주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주관으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신의료기술 선진입-후평가 제도개선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정부의 제도 개선 방향에 맞춘 세부 의견을 청취하고자 개최됐다. 현장에는 많은 의료계, 산업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이형훈 국장은 “정부는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 도입 등 새로운 의료기술의 시장 선진입 제도를 꾸준히 도입 확대해 왔다”며 “이번 제도의 개선방안은 최소한의 안전성이 검증된 의료기기가 시장에 신속히 선진입해 임상근거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 및 확대하고자 하는 것, 임상 현장에서 생성된 실사용 데이터를 축적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재태 원장은 “신의료기술평가와 관련한 기관의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했다.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의료산업 공급자들이 개발한 제품에 신뢰의 가치를 덧입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제도 개선안에 대해 “새로운 의료기술의 공급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안전하면서도 국내외 기준에 맞는 과학적 근거를 조기에 충분히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이재태 원장은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국민건강의 안전을 담보하면서도, 의료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건강보험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가감없는 말씀 부탁드린다”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발표는 보건복지부 오상윤 의료자원정책과장의 ‘정부의 규제정책 개선방안 소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채민 본부장의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방향 소개’, 박주연 팀장의 ‘선진입-후평가 과정관리 일원화 제도개선 소개’ 순으로 넓은 범위의 주제부터 세부적인 내용까지의 순서로 진행됐다.
오상윤 과장은 제도 개선의 배경으로 “AI, 디지털치료제, 재생의료, 로봇 등 산업계 기술 혁신은 종전의 의료기술과는 다른 차원으로 진화 중이며, 현쟁 시장진입 제도는 신기술의 특수성과 산업발전의 속도에 부합되지 않는 측면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오상윤 과장은 향후 정책방향으로 ▲선진입-후평가 제도의 지속적 개선, ▲산업계의 부담으로 여겨졌던 임상계획 수립 등 현장 사용 절차를 대폭 완화, ▲선진입 제도 간 과정관리 방법 일원화, 환자 안전관리 및 부작용 모니터링 강화, ▲선진입 대상(비침습적 기술 등) 및 사용 기간 확대(최대 4년)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근거 창출을 위한 지원 강화, 산업계 등 각계 의견 수렴 강화 등을 진행하며, 향후 중장기 과제로는 ▲기존 선진입 제도의 대상기술 선정 절차 통합, ▲고시 절차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고시를 홈페이지 공고로 대체, ▲비침습적 의료기기로서 식약처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간 중복 평가될 수 있는 부분 완화 또는 면제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채민 본부장은 “업체 의견 중 가장 시급한 사항을 골라 제도 개선에 넣었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적용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 평가 절차 간에 형평성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 산업계 신청인의 의견 개진 기회가 제약된 것, 의료인만으로 위원회가 구성된 것 등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고시 등 후속 절차를 대폭 간소화, ▲선진입-후평가 제도 과정관리 일원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운영체계 개선, ▲혁신의료기술평가 심의 절차에서 신청인의 설명 및 의견개진 기회 의무화, ▲위원회 구성 시 산업계, 법조계 인사 포함 등을 들었다.
또한 근거 창출을 위한 밀착 지원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전주기 컨설팅을 강화해 공공 임상연구 수탁기관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박주연 근거창출지원팀장이 ‘과정관리 일원화 제도개선’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는 선진입 의료기술 중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의 실시단계와 과정관리 단계 과정을 통합하는 것이다.
평가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은 고시 이후 곧바로 임상진료에서 사용 가능하며, 근거창출 연구를 의무가 아니라 필요시에 실시하게 된다. 사용 기간은 4년으로 확대됐으며, 월별로 실시현황 및 부작용을 보고해야 한다.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는 현행을 유지하며, 침습적 의료기기는 기존처럼 임상 연구를 미리 시행해야 하므로 해당 내용과 관계가 없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의료계, 산업계, 시민단체 등에서 이 제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타냈다. 그동안 산업계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제도 개선안을 내놓게 됐지만, 신의료기술평가 기간 종료 후 정식 급여를 얻기 위해 필수적인 기업의 근거 창출 부분이 사실상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서준범 교수는 “앞으로 신의료기술 선진입 제도를 통해 도입된 의료기기들이 평가되는 2~3년이 중요한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모니터링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회사는 4년 뒤 보험 통과를 위한 높은 수준의 근거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에 먼저 진입하는 게 꼭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 진행하던 부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근거 창출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 분과장을 맡은 뷰노 임재준 상무는 “이번 개선 정책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영한다. 선진입 제도는 환자의 안전 뿐 아니라 선택권 확보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선진입 개선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근거 창출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강정책참여연구소 김준현 소장은 “이번 제도 개선안은 근거 창출을 위한 NECA 본연의 기능보다는 의료기술의 상업적 수단으로 마련됐다는 느낌이다. 비급여, 선별급여 등으로 환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만 양성된다. 현존하는 제도만 잘 운영해도 충분한데, 근거 기반을 축소시키는 구조가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방승민 교수도 “안전성과 유용성, 혁신적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기술이 시장에 먼저 진입하게 된다는 것은 회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편리성과 국가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실패하게 되면 책임은 결국 비용을 낸 국민이 진다. 이 부분은 고민을 해야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