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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국내 첫 존엄사 시행 한 달, 무엇이 달라졌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입법 계기-중단기준 및 개념 숙제

23일, 국내 첫 존엄사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되는 가운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기준과 이에 대한 법제화를 논하는 의료계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존엄사 시행 한 달이 지난 지금 의료계에 불고 있는 존엄사 법제화 논의 과정과 향 후 과제는 무헛일지 짚어 봤다.

김 할머니의 ‘존엄사’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난 달 23일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김모 할머니의(78)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그러나 인공호흡기 제거 후 2~3시간 뒤 임종을 맞게 될 것이라는 의료진의 예상과 달리 김 할머니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합병증 없이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며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 측은 호흡기 제거 후 2~4주 동안 김 할머니에게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고 정상적인 자가 호흡을 유지한다면, 장기간 생존도 가능 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김 할머니가 세브란스 병원 측이 생존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시간을 견뎌냄에 따라 현재 장기생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기준 정립 및 입법 논의 활발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 제거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기준 정립과 존엄사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조성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최근 국회 및 의료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존엄사 법제화에 관한 논의다. 이는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지만 김 할머니 인공호흡기 제거를 결정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더욱 탄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나라당 신상진 · 김세연 의원은 각각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을 계기로 환자가 자신의 삶 마지막을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존엄사 합법화를 주장하며 법안을 발의 국회에 제출했다.

신상진 의원은 최근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국민의식 실태 조사 및 법제화 방안 연구’ 결과보고서를 통해 국민의 93%, 전문의의 81%가 존엄사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다며 존엄사가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고 제도화되는 데에 기본적인 자료로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변웅전 위원장도 “의료계와 종교계, 법조계·시민사회 등 각 부문의 의견을 수렴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담아내는 존엄사의 범위와 기준·절차 등을 법제화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중요함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기준을 마련하는 의료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대병원으로 지난 3일 의료윤리위원회를 열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진료권고안’을 공식적으로 통과시켰다.

권고안에 따르면 질환상태, 환자의 의사결정능력 등을 고려해 ▲사전의료지시를 통해 에 근거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판단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내 첫 존엄사가 시행 된 세브란스병원도 자체 윤리위원회를 통해 △1단계 뇌사 또는 회생불가능한 사망임박단계, △2단계 인공호흡이 필요한 식물인간상태, △3단계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 즉, 자발호흡으로 생명이 가능한 상황 등 총 3단계의 연명치료 중단기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현재 세브란스 병원 측은 이 가이드라인 적용을 세분화하기 위한 케이스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립암센터는 22일 ‘품위 있는 죽음’ 을 위한 사회적 합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각계각층의 입장 수렴에 나선다.

연명치료 중단 및 존엄사 의미 숙제로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도 존엄사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적용 기준과 존엄사에 대한 의미의 오해이다.

연명치료 중단 기준의 경우 현재 각 병원 자체 윤리의원회에서 정해졌을 뿐 법적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대법원도 김 할머니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을 당시 연명치료 중단의 요건과 절차를 구체화 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 할머니의 사례를 존엄사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세브란스병원은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하도록 결정했기에 이에 따르기는 하겠지만 사망임박단계라는 대법원의 견해는 지금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 기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회복불가능한 사망단계라는 개념을 의료계 내부에서 합의, 도출 하고 자기결정권 강화를 판결의 근거를 내세웠던 만큼 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한 법제화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엄사의 의미를 안락사와 혼동하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도 시급한 실정이다.

A병원 관계자는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 제거 이 후 안락사와 의미를 혼동해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 중단을 문의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기준 마련 및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우선 선행돼야 할 것은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개념 정립과 사회적 합의 및 논의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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