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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이번 존엄사 적용기준, “뜨거운 논란” 예고

대법원 예단 빗나가 김 할머니 상태 양호…장기 지속 가능성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난 23일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국내 첫 존엄사가 시행됐다.

그러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이후에도 환자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자 김모 할머니가 존엄사 대상으로 합당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존엄사 적용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첫 존엄사, 어떻게 진행 됐나

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21일 대법원으로부터 회복 불가능한 사망 임박 단계인 것으로 판명 받았다. 이에 따라 병원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결정된 김모 할머니의 호흡기를 지난 23일 오전 10시 22분께 가족들과 담당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제거했다.

이는 김모 할머니가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출혈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지 1년 4개월, 대법원의 연명치료 중단 판결이 내려진지 약 1개월 만의 일이다.

그러나 호흡기 제거 후 2~3시간 이면 임종할 것이라는 의료진의 당초 예상과 달리 김모 할머니는 혈압 110~700mmHg, 산소포화도 96%, 호흡18~21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된 자가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김모 할머니는 현재 폐렴과 욕창, 그리고 별다른 염증 없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모 할머니의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박무석 교수는 “비록 할머니의 호흡이 약한 편이지만 자발호흡이고, 산소포화도가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이 상태가 장기간 지속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김모 할머니는 수액과 포도당을 공급받으며 임종식이 진행된 세브란스병원 본관 15층 1인실에 머무르고 있다. 수액과 포도당의 공급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환자 보호자 측이 최소한의 연명치료 중단만을 요청한데 따른 것.

박무석 교수는 이와 관련 “대법원의 판결은 인공호흡기 제거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인공호흡기만 제외하고 수액이나 영양공급 등의 처치는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 기준 ‘논란’ 일 듯

그러나 대법원이 김모 할머니에게 적용한 존엄사 기준이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김모 할머니의 상태를 인공호흡기 없이는 생명이 유지되지 않는 회복 불가능한 단계로 보았다. 따라서 대법원은 호흡기를 제거하면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 보호자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당초 예상과 달리 연명치료 중단 이후에도 미약하지만 환자의 자가 호흡이 이루어지고 있어 존엄사 기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예고하게 됐다.

실제 세브란스병원 측은 대법원의 판결에 수용한다면서도 환자의 존엄사 적용 기준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브란스병원 박창일 의료원장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하도록 결정했기에 이에 따르기는 하겠지만 사망임박단계라는 대법원의 견해는 지금도 인정할 수 없다”며 존엄사 판결 기준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또 “세브란스병원이 존엄사 관련 3단계 기준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 따르면 사망임박단계란 뇌사나, 다단계 장기손상 등의 경우를 이야기한다”며 “김 할머니는 뇌손상만 있는 경우로 2단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할머니처럼 외부 영양공급이 지속될 시 자발호흡이 가능한 정도라면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법률적 합의가 좀 더 필요한 3단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모 할머니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타 병원과 환자들이 존엄사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모 할머니의 인공호흡기 제거 후 상황에 대해 환자 보호자 측은 “강제적인 무의미한 삶을 연명하는 장치를 제거하기 위해 이번 소송을 진행한 것이었다”면서 “기계에 의지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보다 오히려 편안하다”며 담담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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