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발생한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故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으로 全 의료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 기사 내용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유발하여 정신질환자 다수에 대한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면 스스로 위축된 환자가 진료권 밖으로 숨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워 결국 이상한 행동이 발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故 임 교수를 살해한 조울증 환자는 2015년부터 약 1년 반을 해당 병원에서 입원했으나 퇴원 후 외래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7일 발간한 보건사회연구 겨울호에 실린 '한국 언론의 정신건강 보도에 관한 내용 분석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논조의 정신질환 기사가 긍정적 논조보다 2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살 △정신질환 △조현병 등을 다룬 기사의 경우 부정적 논조가 더 많이 나타났다.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최근 2년간 정신건강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살 기사가 38.8%로 가장 많았고 △우울증 20.0% △정신질환 15.3% △정신건강 12.4% △조현병 6.2%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성별 · 연령 · 국적별로 살펴보면 남성 · 성인 · 국내 사례가 기사에 주로 사용됐다. 기사 논조의 경우 중립적 논조를 제외하고 보면, 부정적 논조가 14.6%로 7.5%인 긍정적 논조의 약 2배에 달했다. 부정적 논조는 △필자 · 기사 유형 △기사 내 성별 · 연령 △정신질환 · 조현병 · 자살 검색어가 있는 기사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사건 · 사고 및 이슈를 전달하는 뉴스 프레임은 부정적 논조가 더 높게 나타났다. 즉, 특정 사건 발생 시 관련 정신질환자를 범죄 · 폭력과 연관 지어 갈등 · 사회적 프레임 속에서 보도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갈등 프레임은 긍정적 논조 4.3% · 부정적 논조 30.8% △사회적 프레임은 긍정적 논조 2.8% · 부정적 논조 24.3%로 부정적 논조가 긍정적 논조보다 8배가량 높았다.
본 연구에 참여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황애리 행정원(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박사 과정)은 "최근 보도된 정신건강 관련 기사에서는 정신질환이 있는 범죄자 사례를 강조하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 · 거부감을 확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울증을 앓는 유명인의 사망을 다룬 기사에서 사인을 부각해 보도하여 정신건강 인식 · 감정을 한쪽으로 몰고 가버리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연구 논문의 교신저자인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나은영 학장은 "특정 정신질환을 범죄 · 폭력과 연관 지어 보도할 경우 해당 질환을 가진 모든 사람이 그러한 범죄 · 폭력에 개입될 수 있다는 편견 ·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어 유의하여 기사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대한의원협회는 2일 성명을 통해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병원 · 거리에서 묻지마식으로 남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은 정신과 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 이러한 편견은 정신과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어 환자 인권을 더욱더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정재현 정책이사는 2일 메디포뉴스와의 통화에서 "조현병 · 양극성 장애 환자가 가진 폭력성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면 환자들이 진료권 밖으로 더 숨게 된다. 흉악범 취급하듯 환자를 취급하면 안 된다."며, "정신질환자가 병원을 쉽게 찾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줘야 하는데 이들에게 잠재적 범죄자 낙인을 찍어버리면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이상한 행동이 발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런 인식 조장은 언론 등에서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