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외래진료 중 조울증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故 임 교수를 살해한 조울증 환자는 2015년부터 1년 반을 해당 병원에서 입원했으나 퇴원 후 1년가량 외래 진료를 받지 않고 사건 당일 처음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는 8일 성명을 통해 일명 임세원법 · 제윤이법 · 권대희법으로 불리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 환자안전법 개정안 · 의료법 개정안을 조속히 입법화할 것을 촉구했다.
정신질환자 인권 보호에 역점을 두고 2017년 5월 30일 시행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적 입원 절차를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의 진단 등으로 규정하는 등 정신질환 환자의 입원 기준 및 강제 입원 허가 · 유지요건을 까다롭게 했고, 탈시설화를 통한 정신질환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 · 관리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강제입원 허가 · 유지요건 충족을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족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 · 가정에서 맞이할 준비 부족 등으로 법 시행 과정에서 여러 우려가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 ·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 퇴원 시 본인 · 보호의무자 동의 없이도 퇴원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장 · 보건소장에게 통보할 수 있게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환자단체는 "정신질환 환자가 퇴원 시 보호의무자 동의를 받지 못해 정신의료기관장이 퇴원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장에게 통보하지 않으면, 정신질환 환자의 퇴원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본인 · 가족 · 타인에게 위해를 입히거나 재입원 치료를 받는 등 불이익이 더 크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퇴원 정신질환 환자의 정보 연계 내용을 담은 3건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한, 정춘숙 의원은 지난 4일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이 외래치료 명령을 청구할 수 있고, 외래치료 명령 청구 시 보호의무자 동의 절차를 삭제해 청구를 용이하게 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치료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는 경우 외래치료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환자단체는 "외래치료명령제를 활성화하는 내용 중 보호의무자 동의 절차를 삭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정신장애인단체 · 정신장애인권익단체의 의견 청취 등 신속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 기초 △보호의무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 필수화 △정신질환 환자 인권 침해 최소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가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여 외래치료명령제를 확대하고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를 강화해도 제2 · 제3의 故 임 교수 사건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환자단체는 "故 임 교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미봉책 수준의 대책이 아닌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을 위한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안전한 치료환경 마련을 위한 대책도 찾아야 한다."며, "오늘도 국회 정문 앞에는 환자의 안전한 치료환경 조성을 위한 의료사고 피해자 · 유족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에는 △의료법을 개정하여 수술실 CCTV 설치 · 촬영 영상 보호 법제화를 요구하는 故 권대희 씨(25)의 어머니 이나금 씨 △사망 등 중요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화 내용을 담은 환자안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故 김재윤 어린이(6)의 어머니 허희정 씨가 있다."고 언급했다.
환자단체는 안전한 진료 · 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임세원법) △환자안전법 개정안(재윤이법) △의료법 개정안(권대희법)의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환자단체는 "이해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경청 · 반영하는 민주적인 입법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