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 피해방지를 위해 사법입원제도 도입과 외래치료명령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3일 의협(회장 최대집)은 “지난 17일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과 관련하여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번 진주 방화·살인사건을 비롯하여 그동안 발생했던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았을 경우 상태가 호전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결국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기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피의자는 평소 정신병력적 폭력성향으로 인해 주변사람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켜 왔다. 사건 발생 수일 전에도 경찰에 신고 접수가 이루어지는 등 사건 발생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면서 “증상이 악화된 피의자의 입원을 위해 피의자의 형이 적극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 체계상 이행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했다.
현행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이하 정신건강복지법)상 강제입원 절차는 보호의무자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정하면서, 보호의무자의 동의 또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치료가 시급한 환자의 강제 입원치료를 시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부득이한 경우 이뤄지는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도 복잡한 절차 및 책임문제로 인해 실제로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사법입원제도 도입 및 외래치료명령제 강화다. 사법입원제도는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강제입원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고 환자의 인권 보호와 가족 및 의료인의 부담을 경감시켜 입원치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다. 외래치료명령제 강화를 통해서는 입원이 아닌 외래치료의 꾸준한 이행만으로도 증상이 개선될 수 있는 환자가 치료를 기피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의협은 “이 두가지 제도를 도입·강화하면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기피하여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계속되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불안감 조성 및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조장되고 있어 조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사법입원제도 도입 및 외래치료명령제 강화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근본적으로는 국가에서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환자 인권과 사회 안전을 조화롭게 이룰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현재 사법입원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우리사회에서 조현병 환자와 같은 정신질환자들이 조기진단과 꾸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동 법안이 조속히 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