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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유·추·박 후보 모두 “내가 의협회장 적임자”

9일 토론회, 입장차 보이면서도 한목소리로 “화합” 강조


제38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후보자 초청토론회가 9일 오후 8시 경기도의사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경기도의사회(회장 조인성)의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유태욱, 추무진, 박종훈 후보(기호 순)는 각 현안과 과제에 있어 팽팽한 입장차를 나타내면서도 새로운 의협 집행부가 회원 간 화합과 단결을 도모해 분열된 의협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각 후보가 밝힌 정견발표를 통해 유·추·박 세 후보의 기본입장을 정리해 살펴봤다.

유태욱 후보, 의약분업·원격의료 등 전문가 무시하는 정책 끝까지 거부할 것
기호 1번 유태욱 후보는 정견발표를 통해 “개원을 오래해 개원가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회원 권익보호를 위한 전문가 단체인 의협은 더 이상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으로 탈바꿈하고 개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며 모든 직역의사가 독립성을 갖기 위해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가 생각하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의약분업, 원격진료 등 전문가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상식적 정책은 죽을지언정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함으로써 의협 정서에 반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삼성의료원에 근무하다 미국 보건대학원에 진학해 의료정책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온 후에 14년 동안 개원을 하며 서울 동대문구의사회장,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 등을 역임한 이력을 강조하며 자신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준비된 의협회장 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무진 후보, 노 전회장에 끌려다니지 않고 잘한건 계승하고 못한건 고쳐나갈 것
기호 2번 추무진 후보 역시 “더 이상 의사들끼리 반목해서는 안된다. 개원의, 의대교수, 봉직의, 전공의 등 모든 각 의사직역이 화합하고 단결해 하나가 돼야한다”고 하나된 의협을 강조했다.

추 후보는 전임 의협 37대 집행부에서 정책이사로 활동했고 그의 선거캠프에서도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이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하다 최근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선대본부장 자리는 윤창겸 전 의협 상근부회장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추 후보의 이력 때문에 그가 당선되면 노환규 전임회장의 아바타가 되어 임기 내내 끌려 다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추 후보는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런 말들은 저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의사회 회무경험이 부족했던 노 전회장과 달리 저는 의대교수, 지역의사회장, 대의원회 부의장, 의협 정책이사 등 다양한 회무경험을 쌓았다. 전임 집행부가 잘한 것은 계승하고 못한 것은 과감히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지난 37대 집행부가 충분한 의견수렴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 (지난 과오를)타산지석과 반면교사로 삼아 협회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는 박종훈 후보를 향해 칼끝을 겨눠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회장 출마 선언 초기부터 전임 회장의 탄핵에 따라 10여개월간 남은 잔여 임기만 채우고 다시 의대교수로 떠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 후보는 이와 관련해 “협회 회무를 파악하는 데만 수개월간 걸릴 것이고 파악이 되면 곧 차기회장 선거에 들어가게 되어 레임덕에 빠지고 말 것”이라면서 “우리에게 더 이상 시행착오를 반복할 시간은 없다. 37대 집행부 회무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후보를 우리의 사활이 걸린 의협회장으로 뽑아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는 회장 당선 공약으로 몇 가지를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로 “원격의료 입법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의협의 대국회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의협회장이 국회에 24시간 상주해 입법을 전방위적으로 막아 낼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의협회원이 부득이한 사유로 면허정지나 의료기관 휴폐업을 당했을 때 그 기간 동안 해당회원에게 생활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공제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종훈 후보, 전임 집행부 과오 수습하고 하나된 의협 만들 터
기호 3번 박종훈 후보는 예상대로 노환규 전 회장을 비롯한 전임 집행부에 날선 비판을 가하며 자신이 이로 인해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는 논리를 세웠다. 박 후보는 이전부터 의료영리화 및 영리자법인 반대 등을 주장한 전임 집행부의 행보를 잘못된 정보이자 회원정서와 배치된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비판해온 바 있다.

그는 “의협은 14년 동안 투쟁을 반복하고 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 이제 회원들은 왜 우리가 투쟁하는 지조차 모르는 상태에 이르렀다. 급기야 전임 회장이 집회장에서 자신의 목에 칼을 긋고 기획이사는 민주노총 집회장에서 전신에 휘발유를 붓는 극단적인 사태까지 일으켰지만 이는 과연 누구를 위한 퍼포먼스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후보는 의사들이 의협회비 미납을 당연시하는 정서가 만연된 것을 의협이 신뢰를 잃은 지표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의대교수들은 의협 회비 납부를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나섰고 개원의들 역시 대부분 회비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집행부는 신뢰를 모두 잃었고 의협의 위상과 자존심은 하락해 갈등만을 반복하고 있다. 언제까지 의협이 개원의만 하는 투쟁을 지속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한 노환규 전임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겨냥해 “회원들을 합리적으로 리드하지 못하고 정치논리에 빠져 근거도 없는 좌편향정책을 일삼아 의협회장이 난데없이 회원들 정서에 반해 민주노총을 가고 공공의료를 주장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와중에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철폐 등 필요한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최대 악법인 리베이트 쌍벌제가 등장했으며 의협은 의미없는 ‘착한손’ 운동을 벌이며 의협회장은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떠들고 다녔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박종훈 후보는 지난해 여름 일산 킨텍스에서 열려 3만여명의 의사가 참여한 대규모 의사집회에 대해 “기본도 안된 집회였다”고 일축하며 의협의 과도한 수의계약과 불투명한 회계처리를 문제 삼았다.

박 후보는 “왜 의협회계는 항상 불투명하나? 의협은 몰라서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회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의협은 신규 의사가 얼마나 생겼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회계의 투명성의 기본을 지키면 이런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훈 후보는 노 전 회장을 빗대 “회장 1인이 결정하는 구조로는 어떤 일도 될 수 없다. 거기다 대의원회까지 붕괴시키며 의협 회장 스스로 의협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 무소불위의 회장권력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며 자신이 회장이 된다면 회장의 권력을 사심없이 내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후보가 의협회장에 당선될 경우 1년 임기동안 회무만 익히다 끝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회장 역할을 늘 보던 틀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선된다면)기본회무와 투명회계는 건실한 사무총장과 재무이사에 위임하고 저는 의협회장의 가장 중요한 소임인 ‘통합된 의협 만들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훈 후보는 “가장 불행한 지도자는 모두 챙기겠다는 인물이며 그래서 회계부정도 나오는 것”이라면서 “개원도 하고 봉직도 하고 교수도 한 경험을 살려 의협을 현재처럼 개원의단체로 전락시키지 않고 명실상부한 의사 대표단체로서의 초석을 확고히 다진 후에 미련없이 대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후보들의 정견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회에서 유·추·박 세 후보는 경기도의사회가 준비한 ▲왜 출마했는가? ▲의협이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고 있는 이유와 해결방식은? 등의 질의에 응답했다.

또한 후보 간 상호질문, 이날 토론회를 경청한 회원들로부터 대회원 질문 등에 응답하며 약 두 시간 동안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경기도의사회 조인성 회장은 “모든 의사들이 어려운 의료계 현실에 분개하고 있고 저도 마찬가지다. 의협 회장 직선제의 장점은 오늘처럼 직접 후보들의 정견을 직접 들으며 회원들의 뜻을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모든 후보들이 의료계를 위해 크게 힘써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각 후보들은 9일 경기도의사회에 이어 이번 한주동안 내내 정견발표회 및 토론회를 통해 정책대결을 펼친다. 10일에는 대구시의사회, 11일 광주시의사회, 12일 대전시의사회, 13일 서울시의사회에서 정견발표회가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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