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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정부, 지역의사 강조하지만…“읍∙면에 필요한 1차의료 외면됐다”

대한개원의협의회, 22일 춘계학술대회 맞아 기자간담회 개최


정부가 ‘지역의사’ 확충을 내세우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2∙3차의료에 치중돼 1차의료는 외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단순한 인력 확대가 아닌 의료 전달체계와 지역 의료 기반 전반을 함께 손보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두고 단순한 찬반을 넘어, 의료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22일 대한개원의협의회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개최를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일 총무이사는 “이미 정책이 일정 부분 진행된 상황”이라며, “찬반논쟁을 넘어 어떻게 통제하고 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논의의 출발점은 ‘속도’였다. 현행처럼 일괄적이고 자동적인 방식으로 정원을 늘리는 구조에 대해선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책의 속도는 통제돼야 하고, 지금의 방식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와 맞물려 의료인력 추계의 한계도 함께 제기됐다. 현재 추계가 특정 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의료 이용량이나 진료 생산성, AI 등 기술 변화 같은 핵심 변수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추계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의대정원 확대 방식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고정적으로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조정되는 ‘조건부 운영’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개원의들이 짚은 핵심은 따로 있었다. 지금의 의료 문제가 단순히 의사 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왜곡된 의료 전달 체계와 보상 구조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인식이다. 조 총무이사는 “이 구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의사 수만 늘릴 경우, 특히 개원이 중심이 되는 1차의료의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전체 의료체계의 흔들림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필수의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낮은 보상과 과도한 법적 리스크가 누적된 결과가 지금의 붕괴라는 점에서, 단순한 인력 확대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가 정상화와 법적 보호 장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회복은 어렵다는 지적했다.

특히 현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핵심이 되는 ‘지역의사제’의 보완점도 제기됐다. 특히 정주요건과 관련해 박근태 회장은 ‘생활 여건’보다는 ‘기반 인프라’에 방점을 찍었다.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인구가 부족한 지역에서 의료기관을 새로 열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주 여건이 아니라, 병원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비 구입 등 초기 비용 부담을 국가가 일정 부분 떠안지 않는 한, 실제로 내려가 개원하는 선택은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정책 방향에 대한 시각도 이어졌다. 최선형 부회장은 “국민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단순한 1차의료기관 개원이 아니라, 필요한 치료를 어디서든 빠르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지역에 의사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의료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장의 체감은 더 직접적이다. 지역에서 개원을 경험한 의료진들은 문제를 ‘생활’이 아닌 ‘인력’으로 짚는다. 좌훈정 부회장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 필수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급여를 높이거나 근무 형태를 바꿔도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좌 부회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급여를 상향하거나 파트타임 직원을 구한다고 해도, 수가가 더 부여되지는 않는다”면서 “지역인구 소멸과 구인난 등으로 인해 면 단위에서 의원이 하나 없어지면 그 곳은 졸지에 무의촌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책이 2·3차 병원 중심 인력 확충에 치우쳐져 있는데, 정작 지역 읍, 면 단위에 필요한 1차의료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의료인력 추계 방식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박근태 회장은 취계위원회에 예방의학이나 통계 중심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임상 의사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의료계 자체적으로 추계를 마련해 정부와 비교·검증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현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1차의료와 지역의료를 함께 살리는 구조 개편 없이는, 정원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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