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른바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지정할 수 있고, 의사가 이들 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 처방전에 명칭 대신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및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이는 지난 2000년 민주당 정부에서 시행했던 의약분업의 원칙을 깨뜨리고 의사에게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 규정까지 뒀다.
의사가 의약품을 명칭(상품명)으로 처방하더라도 약사는 그것의 성분명을 알아내기 어렵지 않다. 약국 내 동일한 상품이 없더라도 합법적인 대체조제의 과정을 거친다면 얼마든지 조제가 가능하다.
수급불안정 의약품은 대개 원재료의 수급이 힘들어졌거나 지나치게 낮은 약가 산정으로 인해 제약사가 생산을 포기하게 된 의약품을 일컫는데, 이는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수급을 해소해야지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한다고 해서 갑자기 없는 약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는 말인가.
진정으로 국민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의료기관의 원내조제를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야 한다. 환자에게 수급불안정 의약품의 처방이 필요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이 사전에 의약품을 구비해두고 원내조제까지 할 수 있다면,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여기저기 전전하는 불편함을 없앨 수 있지 않겠나.
아울러 정부와 국회는 지난 25년 간 고식적으로 유지돼왔던 의약분업에 대해서 그동안 누적된 많은 문제점들을 되짚어보고, 이번 기회에 환자가 의약품의 조제를 의료기관에서 할 것인지 아니면 약국에서 할 건지 결정하는 선택분업으로의 전환을 논의해주기 바란다. 만일 환자가 의약품을 의료기관에서 조제하게 된다면 상품명이니 성분명이니 하는 논란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불요불급한 조제료도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 아닌가.
국가적인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처방 따로 조제 따로 받느라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의약분업을 전면 개혁해, 환자 편의 제고와 건강보험의 지속성에도 도움이 되는 선택분업으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이에 그 전 단계로서 우선 국회가 우려하는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의료기관 원내조제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 발의와 의결을 통해서,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 건강권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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