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들이 정부가 발표한 고혈압약 용역연구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11일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최근 심평원 주최로 발표된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관련 고혈압치료제 평가의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연구용역팀은 고혈압 치료제가 계열간(Diuretics, β-blocker, CCB, ACEI, α-blocker, ARB) 또는 계열 내에서 효능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격은 최소 비용을 기준으로 평가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제시했다.
KRPIA는 이번 연구 결과가 환자들의 개인차와 약물간 임상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객관적인 타당성을 잃는 평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 결과 올바른 약물 처방을 저해할 수 있으며 치료군별로 수십년에 이르는 연구개발투자와 성과를 고려하지 않아 신약을 개발하려는 R&D 투자의지를 꺾어 제약산업 발전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협회는 이번 연구 용역 결과는 단순히 문헌자료 및 관련학회 의견만을 수집 비교해 도출된 것으로, 문헌간 연구 결과의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의약품 효능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혈압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동반질환, 병용약물 등 영향요인에 따라 질병 상태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계열별 약제들은 작용 기전, 작용 기간, 부작용, 효과, 유병률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혈압강하만을 평가 지표로 해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용역에서 제시된 고혈압 치료제의 계열간, 계열내 목록정비 시나리오는 고혈압 치료제의 기전, 환자간 차이, 다른 병용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불합리한 연구 결과를 약제 가격의 평가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합리적 기준을 일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적으로 충분히 타당한 방법론에 의거하지 아니하고 임상적 견해와도 큰 격차를 보이는 연구 결과에 근거해 이미 결정된 의약품의 등재여부 및 약가를 조정하게 된다면 이는 합리성이 결여된 조치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고혈압 치료제 계열간 또는 계열 내의 효능 차이가 없다는 결론은 지난 50년간의 연구개발 노력으로 인한 신약의 가치와 의학 발전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환자의 건강 증진이라는 제약산업 연구개발의 기본 목적과 의미를 존중하지 않는 제안이라고 규정했다.
KRPIA관계자는 “정부가 R&D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객관적 기준점으로 최소 비용만을 약가의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결정은 정책 방향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막대한 R&D투자 결과물로 특허로 보호되고 있는 신약의 가치는 인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결과는 특허가 존속되는 품목을 특허 만료된 제품과 동일하게 취급함으로써 특허 제도 보호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RPIA는 이번 고혈압 치료제 평가 연구는 신약을 보유한 제약 기업의 재산권을 조정하게 되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한 가격 수준이 아닌 의약학적으로 타당한 기준과 사회적 가치를 토대로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방법론에 의거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