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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연명의료결정의 사각지대, 법이 못 담는 임상의 한계 나눠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5년, 발전 많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도 많아”
임종과정 아닌 환자에 대한 의사결정 인식과 무연고자의 대리의사결정 방법 논의

국내 연명의료결정법 도입 5년을 맞아,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돌아봤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는 지난 9월 15일, 서울대병원 윤덕병홀에서 제6회 심포지엄 ‘연명의료 결정의 사각지대’를 개최했다. 센터는 매년 완화의료 관련 주제로 심포지엄을 주최하고 있다.


심포지엄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임종과정 판단이 어려운 환자의 치료 관련 결정’, 2부에서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대리의사결정’을 다뤘다.

김범석 센터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심포지엄에 340여 명이 등록하시면서 높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5년 전 2018년 2월에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며 많은 발전이 이뤄졌지만 현장에서 일하면 느끼는 사각지대의 어려움이 많아, 그런 부분을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은 축사에서 “서울대병원 임상윤리센터는 명실상부한 임상윤리시스템을 선도하고 있다. 의학의 목적은 환자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지만,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할 때 어떻게 환자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의료현장에서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무연고자 등에게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 줄 수 있는지,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개선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1부에서 서울대병원 임상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급성 뇌손상 후 식물 상태 환자’의 임종과정 판단에 대해 다뤘다.

유신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처음 제정된 계기도 사건 발생 후 논쟁이 발생하고 공론화되면서였다. 현재 중증 급성뇌손상 후 식물인간 상태는 임종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상정하며 연명의료결정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2022년 중 일반인 500명과 서울대 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표준지침 마련 일환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급성뇌손상 후 식물상태 환자, ▲신경학적 예후가 불량한 신생아, ▲말기 치매 환자들의 연명의료 진행 결정 여부를 자세한 사례를 제시해 조사했고,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요인도 파악했다.

유신혜 교수는 “식물상태는 연명의료결정법에서 판단하는 임종과정에 100% 속하지 않으나, 일반인과 의사의 80% 정도가 식물상태에서의 인공호흡기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 대상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 본인의 가치와 선호를 중심으로 한 대리의사결정 촉진이 필요하고, 환자의 명시화된 사전 의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인규 교수가 ‘신경학적 예후가 매우 불량한 신생아’,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소연 교수가 ‘말기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현장의 상황과 연명의료 중단 설문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역시 절반 이상의 비율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선택하기도 했다.


2부에서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대리의사결정’을 다뤘다. 중앙대 간호대학 김혜진 교수가 ‘의사결정능력이 제한된 환자의 임상 의사결정에서의 고려점’, 동아의대 의료인문학교실 김정아 교수가 ‘외국의 대리인 제도에서 본 우리나라 대리의사결정 제도의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의료현장, 인류학, 법학, 정책기관에서 나온 패널들이 대리의사결정제도의 한계와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생애 말기 대리의사결정을 필요로 할 때, 현행법상 환자의 의사표시가 없고, 가족이 없어 의사를 추정하거나 합의할 수 없는 경우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또한 실질적 법률 대리인 대신 함께 거주하지 않더라도 환자의 가족만이 결정을 대신할 수 있으며, 가족 2인 이상의 일치된 의견이 있으면 환자의 의사로 추정하고 있지만 그 근거가 빈약하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길민정 의료사회복지사는 “미혼 또는 1인 가구 환자가 많다. 현재 법으로 그들의 의사를 잘 반영할 수 있을지가 딜레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서도 대리의사결정을 하기 쉽지 않은 부분 있다. 많은 병원들이 자체 보호체계 마련 방법이 전무하고, 병원 외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병기 의료인류학자는 “전체 인구의 3%만 사전의료연명서를 작성했고,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아직 사각에 있다고 본다. 현대에 있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민법이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대폭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 선택이 아니라 5년 주기로 갱신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록해 나가는 삶의 연속성, 통합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법무팀 심수현 변호사는 “병원에서 대리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 의뢰를 받아 찾아보면 필요한 법도 판례도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대리결정권자를 가족 구성원으로만 제한해, 무연고자의 경우는 대리의사결장에서 완전히 소외된 법적 공백 상태다.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이 필요하고, 현장의 한계를 규율하기 위해 윤리위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기능과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정숙 국립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자기결정 존중, 최선의 이익 보장을 위해 제정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증가에 따른 자기결정 존중비율이 높아지고, 가족 합의 의사결정의 비율이 지속 감소하는 부분은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 제정 5년이 흘렀고, 가족 외 대리의사 결정자 지정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절차 보완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가 진행중이다. 연말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가족 외 대리의사결정자 지전에 대한 검토와 논의를 하고, 입법 보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교수는 “의학사를 살펴보면 의학에서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 나온 것이 많다. 연명의료결정에 있어서는 윤리가 법을 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임종기가 아니라 생의 말기에서부터 환자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의료의 최선의 이익에 대한 판단은 환자와 환자가족, 의료진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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