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분쟁 조정 중재 제도 및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에 포함돼 있는 의료사고 안전망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료분쟁 조정 개혁에 대한 의견을 9월 2일 표명했다.
먼저 비대위는 “의료 행위 중 발생한 부정적 결과에 대한 민형사상 기소와 처벌이 빈번해지면서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진료과 의료진과 지원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실제 형사 처벌은 드물더라도 재판을 통해 과실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조사와 수사에 수시로 소환되며, 배상액 또한 흔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으로, 이는 명백히 현재 우리나라 ‘필수의료’ 공백의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비대위는 의료 행위는 본질적으로 침습적인 성격을 가지며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그 결과가 항상 양호하기는 어려운 점을 토로하며, 진료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의료행위를 수행함에 있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의료인에게 민형사책임을 묻지 않되 환자는 공적자원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음을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비대위는 의료 행위의 과실 여부를 비전문가가 제대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가 있어 의료분쟁을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으로 다루는 경우, 전문성 결여로 의료진은 불필요한 조사와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꼬집었다.
조사 과정에서 환자 진료에 투여할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게 되고, 이는 결국 환자들에게 간접적인 피해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대위는 의료분쟁의 과실 여부 감정과 조사·수사는 의료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기구가 담당하는 것이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음을 제언했다.
둘째로 비대위는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조정하고 보상해 해당 의료진은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동시에 피해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 뿐만 아니라 의료인도 대변인이 필요하므로, 제3자(각 의료기관의 담당자 또는 배상조합/전문가기구 등)가 조사와 조정에 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셋째로 비대위는 우리나라의 요양기관은 당연지정제로 정부에서 지정한 의료수가를 바탕으로 건강보험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직종인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과는 달리 공공의 재정으로 공공서비스를 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한 형사소추 면제는 의료인의 보험가입 여부와는 무관하게 적용돼야 하며,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은 공공의 재정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또, 배상보험료 역시 캐나다의 예와 같이 공공재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음을 덧붙였다.
넷째로 비대위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공소제기 불가’ 등의 위헌적인 요소를 담고 있으며 침습적인 성격을 가지는 의료 행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법안이므로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비대위는 “의료사고 발생 시, 즉시 알리고 설명하며 사과 또는 애도의 표시를 하고 자율적으로 보고해 재발을 막는 조치를 취하는 시스템은 의료기관 인증평가 기준의 하나로, 이미 많은 의료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교육사업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기술한 내용을 과실의 증빙으로 사용하는 것을 환자안전법 일부 개정을 통해 법적으로 금한다면 보다 원활한 소통과 원만한 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