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돌봄에 사용하며 대부분 우울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10명 중 7명 이상은 집에서 돌봄을 지속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공공진료센터 이선영·조비룡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집에서 생활하는 루게릭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 돌봄제공자를 대상으로 루게릭병 돌봄 실태 및 어려움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5월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진단된 지 1년 이상 경과한 루게릭병 환자의 가족 돌봄제공자 98명을 대상으로 ▲돌봄 시간 ▲우울증 및 정서적 어려움 ▲돌봄 준비수준 ▲돌봄 역량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10명 중 6명은 기관절개술을 시행한 환자의 가족이었고, 환자와의 관계는 절반 이상이 배우자(60.2%), 나머지 대다수는 자녀(34.7%)였다.
조사 결과, 가족 돌봄제공자의 돌봄 시간 중앙값은 평일 13시간, 주말 15시간으로 하루 중 절반 이상을 돌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0% 이상이 우울감을 호소했고, 10명 중 약 3명은 중증 우울증이었다.
가족 돌봄제공자는 신체적·감정적·서비스·스트레스·돌봄 활동·응급상황 준비·의학적 지식 등 8개 항목으로 평가한 ‘돌봄 준비수준(PCS)’이 32점 중 11점에 그쳐 돌봄 준비가 충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어려운 상황·인식·자기 능력·자신감 4개 항목으로 평가한 ‘돌봄 역량(CCS)’은 16점 중 8점에 그쳐 돌봄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족 돌봄제공자 10명 중 7명 이상(77.6%)은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환자를 계속 돌보기를 희망했다.
집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로는 ▲‘환자 및 돌봄제공자 모두에게 집이 편안해서’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병원 서비스가 불충분해서’ ▲‘가족이므로 같이 지내고 싶어서’ 순서로 많았다.
또, 가족 돌봄제공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전문 의료인이 직접 방문해 진료·간호 등을 제공하는 ‘재택의료’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조사 대상 90% 이상이 재택의료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는 ▲‘24시간 운영’ ▲‘루게릭병에 대한 전문성’ ▲‘원활한 의사소통’ 등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집에서 지내는 루게릭병 환자와 지속적인 가정 돌봄을 희망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가족들을 위해 돌봄제공자 교육, 가정방문 의료서비스 등 재택의료의 확대와 단기돌봄 서비스 등 새로운 지원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선영 교수(제1저자)는 “집에서 지내길 희망하는 중증질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택의료 서비스 등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주관 ‘환자중심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PACEN)’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근육과 신경(Muscle & Nerv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