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얼기에서 발생하는 뇌실 내의 종양인 맥락얼기유두종과 맥락얼기암종의 차이점이 규명됐다.
서울대병원은 소아신경외과 김승기 교수팀(고은정 교수·최승아 연구교수)과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이세민 교수팀(최연송·윤일선 연구원) 공동 연구진이 소아 맥락얼기종양 환자들의 종양조직과 혈액을 이용해 맥락얼기유두종과 맥락얼기암종의 특성을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7월 10일 밝혔다.
‘맥락얼기종양’은 전체 소아 뇌종양 환자의 2~6%를 차지하며, 주로 5세 미만의 소아에서 진단된다.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맥락얼기유두종(양성 종양, 수술적 제거 후 좋은 예후) ▲비정형 맥락얼기유두종(중간 정도의 예후) ▲맥락얼기암종(악성 종양, 빠른 진행과 재발 가능성 높음)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맥락얼기종양은 희귀종양으로 종양조직 확보가 어려워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기존 연구 대부분은 단일 오믹스 방법론을 사용해 이 종양을 포괄적으로 특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20명의 소아 맥락얼기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전체 유전체 시퀀싱 ▲전체 전사체 시퀀싱 ▲메틸화 시퀀싱을 포함하는 다중오믹스 분석을 통해 맥락얼기유두종과 맥락얼기암종의 차이점을 규명하고자 했다.
유전자 변이 분석 결과, 맥락얼기암종 환자의 약 82%에서 TP53 돌연변이가 발견되어 이 돌연변이가 주요한 유전적 특징임이 확인됐다.
또한, TP53 돌연변이가 없는 맥락얼기암종 환자에서 ‘EPHA7 변이’가 상호 배타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EPHA7 돌연변이가 종양 억제 특성을 상실시키고 암종 진행을 촉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또한 맥락얼기유두종과 맥락얼기암종에서 발현 수준이 다른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차등 발현 유전자(DEG)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맥락얼기암종에서는 맥락얼기유두종에 비해 세포 주기 조절 및 상피간엽이행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과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맥락얼기암종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전이될 수 있는 악성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다중오믹스 분석을 통해 이러한 유전자 과발현이 복제수 변이에 의해 유도된 것임을 확인했다.
특히 연수막 전이(암이 다른 조직으로 퍼져나가는 것)를 동반한 맥락얼기암종 환자에서 종양 전이 및 진행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과발현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맥락얼기암종의 예후를 결정하는 주요 인자인 연수막 전이에서 유전자 발현이 원발 종양과 달라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메틸화 분석 결과, 맥락얼기암종에서 주요 반복 영역의 저메틸화가 관찰됐다.
이는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시켜 유전체의 불안정성을 증가시시키고, 맥락얼기암종 발병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클론 분석 결과, 맥락얼기암종 환자들은 맥락얼기유두종 환자들에 비해 종양 내 이질성이 높았는데, 이는 맥락얼기암종에서 더 활발한 종양 진화가 일어남을 의미한다.
김승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중오믹스 기법을 통해 맥락얼기종양의 유전학적 및 후성유전학적 특성을 포괄적으로 분석하여 맥락얼기유두종과 맥락얼기종양 간의 분자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분자생물학적 특성의 이해가 향후 새로운 표적 치료 전략의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극복사업의 일환으로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신경병리학회보(Acta Neuropathologica Communication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