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수들의 의견을 건의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일 개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전문의 중심병원’ 토론회와 내부 논의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대해 정리한 의견을 8월 8일 발표했다.
먼저 비대위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료대란이 초래한 상급종합병원 진료량 감소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현재의 변화는 계획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진료역량 축소로 인한 현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의학지식과 연구역량을 갖춘 전공의의 부재와 전문의의 감소로 심각한 진료의 질 저하를 경험하고 있으며, 최신 의술을 적용한 신속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없어 중증-희귀 질환 의료 역량은 무너지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또한, 전공의 대신 진료지원 간호사가 진료에 참여하는 것이 전문인력 중심으로의 긍정적인 변화라고 여기는 것은 현장을 알지 못하는 보건복지부의 심각한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비대위는 급증하는 의료 비용과 고갈돼 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 장기적인 의료 정책이 없다면 상급종합병원만의 변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의 목표는 상급종합병원 진료량 감소가 아니라 1·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이 함께 협력해 환자의 건강 상태가 향상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1·2차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하는 1·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의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가 체계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올바른 의료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난치 질환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이며, 상급종합병원 이용 여부는 의료소비자가 아닌 의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데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이루기가 어렵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 진료에 대한 결정은 기계적 기준이 아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동일한 질환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급성기에는 상급종합병원 ▲회복·만성기에는 1, 2차/지역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비대위는 진정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변화시키려면 중증-희귀질환 진료 및 교육수련 기관으로서의 역량 유지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면밀히 추산해 투입해야 하며, ▲상급종합병원 일반 병상 수 감축 ▲중증질환 비율 상향 조절이라는 목표를 강제하는 대신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개선을 통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검사와 약 처방 및 시술·수술 뿐만 아니라 충분한 상담·교육과 다학제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수가와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으로 환자의 중증도가 상승하면 이를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가 증가하므로 의료인력 충원 또는 재배치가 필요할 수 있는 반면에 일반 병상의 감축은 일반직의 업무 감소로 인한 구조 조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