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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위기의 개원의, 문케어 해결책은 일차의료 무상의료?

일차의료에 무상 시설 · 1억 5천 연봉 보장해야

"정상적 진료만으로도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지난 27일 서울시립대 자연과학관에서 열린 대한공공의학회 2018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임종한 교수가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임 교수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에서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역할' 주제로 발제했다.



10년간 OECD 대비 우리나라 의료비 상승률은 부동의 1위이다. 

임 교수는 "현 의료시스템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역 주민에게 벽이 되고 있다. 의료 시스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며, 시장이 심각하게 실패했다."라면서, "갑상선암의 경우 진단기구가 발전을 많이 했어도 갑상선암은 사실 암 축에 속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의사들은 작은 암도 찾아서 수술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갑상선암 발병률 차이를 보이는 것 자체가 합리성을 잃어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립병원 건강진단도 500만 원대가 존재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검진 항목이 고가로 진행되고 있다. 어느 한쪽에서는 제대로 검진을 못 잡는다. 당뇨인데도 당뇨 합병증이 나중에 발견되는 사례가 있다. 건강 불평등구조가 굉장히 심각하다."라면서, "OECD 대비 우리나라는 병상 수와 병원 이용이 확연히 많고, MRI, CT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공공병원 비중이 6%인데 반해, 영리병원 비중은 93%, 비영리병원 비중은 0%이다. 즉, 공공 · 비영리 인프라가 굉장히 취약한 상태이며, 의사가 환자들의 병원 방문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수가가 낮은 탓에 환자를 짧게 보고, 약을 많이 쓰며, 고가 검사를 하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지역케어를 살펴보면, 시설 대부분이 대형 규모이다.

임 교수는 "요양시설, 장애인거주시설, 노인요양시설 등이 시설 중심으로 돼 있고, 전부 분절적이다. 일반 주민 선택이 제한적이며, 지역사회 내 장애인 · 노인을 위한 의료서비스 자체가 굉장히 열악한 수준이다.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서비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역포괄케어는 ▲주거, 아동, 일자리 지원이 촘촘해야 하고, 기능이 유기적이고 유연하게 작동돼야 하며 ▲지역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이웃으로 포섭하는 치료적 지역사회 조성 등의 전제가 요구된다. 

임 교수는 "결국 지역 보건 자체가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적 부분이다. 공급자가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는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흩어져 있는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 ·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전제가 된다."라면서, "병원에서 지역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1991년 커뮤니티케어법을 제정해 돌봄 체계를 시설보호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재편했고 ▲미국의 경우 취약층도 집에 거주할 권리를 인정한 1999년 대법원 판결 이후 연방정부 주도로 주정부가 시설업소 대신에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도록 하는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다. ▲일본은 2000년 시행한 개호보험제도를 2005년 개혁해 예방중심 시스템 강화, 시설급여 축소, 재가급여 확대 등을 이뤘다.

금년 4월 12일 복지부가 발표한 커뮤니티케어 구현도와 관련하여 임 교수는 "이 자료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설 · 병원으로만 구분돼 있고, 일차의료에 대한 이해 자체도 굉장히 취약했다. 지역주민 참여와 보건복지 연결 부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커뮤니티케어 추진단에 제대로 있을지 우려했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보건의료는 1 · 2 · 3차가 유기적인 연계성을 가져야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정부가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를 근간으로 한 의료체계 개혁에 마인드 자체가 있는지 우려가 된다."라면서,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모형으로 가야 한다. 찾아가는 서비스, 포괄적 서비스, 지역사회 중심, 연속 선상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라고 했다.

노인을 위한 일차의료사업 유형에는 ▲사례 관리모형 ▲통합적 관리모형 ▲협동적 관리모형이 있다.

임 교수는 "일차의료에서는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보건분야에서 간호사, 주치의 역할이 어떻게 육성될지가 관건이다."라면서, "여러 모델이 지역사회와 공급자 간 연계 · 조정 · 통합되는 구조를 밟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1988년 11월 알마아다선언 10주년과 세계보건기구 창설 10주년을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되고, 1991년 3월 쿠바에서 제3회 국제 일차의료회의가 열렸다.

임 교수는 "쿠바에서는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한 서비스가 전부 이뤄지고 있다. 쿠바의 메디컬차트를 살펴보면, 해당 지역에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가족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세심히 작성돼 있다. 즉, 의사가 실제로 현장을 뛰면서 가족이 해결할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고 있다. 이것이 자원이 적은 쿠바가 높은 건강 · 보건을 달성한 까닭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임 교수는 마을 기반의 의료체계를 구축한 쿠바를 방문했고, 찾동(찾아가는 동주민 센터)과 보건의료체계의 연계, 수준 향상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영국 사례와 관련해 임 교수는 "영국에는 현금 지급, 홈 케어, 데이 케어, 식사 배달, 단기 주거 등 커뮤니티케어 서비스가 아주 많다. 그런데 영국의 고민은 한참 잘 나갈 때는 국가 복지를 무리 없이 했으나 현재는 이를 시행하기에 국가 역량이 처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 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 사회적경제 역할을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국가 역량이 쇠약해지면 기존의 복지서비스조차도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지역사회 내에서 메디케이드, 메디케어를 근간으로 저소득층 노인의 건강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시도를 해왔고, 그레이스(Geriatric Resources for Assessment and Care of Elders, GRACE) 등 복합 요구가 있는 환자를 위한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의 의료 공공성을 살펴보면 ▲1989년 의료보험통합일원화운동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했으나 ▲현 의료체계가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지출 증가, 소득 · 지역에 따른 건강 격차의 확대, 만성질환 유병률 증가 등으로 ▲의료체계의 비효율성, 접근성 · 질 향상의 실패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답은 일차의료 강화라고 했다.

임 교수는 "지역주민이 참여해 지역사회 내에서 커뮤니티케어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사회적경제는 시민참여를 끌어내는 데 굉장히 중요한 모델이다."라면서, "행정조직을 통해서 지역주민의 참여를 조직하는 부분은 제한점이 있다. 지역주민이 대상화되는 한 결코 발전하지 못하며, 기존 프로그램 자체를 채우려는 수단으로 지역주민 참여를 독려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높은 자율성 및 목표를 줬을 때 참여율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라는 새 영역을 가져온 의료협동조합이 시민 참여를 조직할 모델이라고 했다.

1994년 안성의료협동조합, 1996년 인천평화의료협동조합 창립 이후 의료협동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비영리 분야,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의 새 영역을 개척해 온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즉,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라는 새 영역을 만들었고, 시민사회가 경제적인 독립성 · 자생력을 가지고 발전하게 된 기반을 조성했다.

임 교수는 의료협동조합이 경제적인 민주주의 실현뿐만 아니라 시민의 사회참여,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밑거름이 되어, 사회 전반의 민주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 지원과 관련하여 임 교수는 "지금 최대집 의협 당선인과 관련하여 각계에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 의료인들이 어떻게 저런 사람을 의사의 수장을 뽑을 수 있냐고 지적한다."라면서, "의대에서는 1%의 수재를 뽑지만, 한 학기당 700만 원이 넘는 등록금 때문에 많은 학생이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수련 과정에서도 밤을 새우면서 힘들게 수련하는 등 거의 10년 이상을 고생한다. 그렇게 고생하고 나서 개업할 때도 문제다. 경쟁이 치열할뿐더러 대출 압박도 대단하다."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급여, 비급여에 따라서 수익이 달라진다. 10년간 고생해서 겨우 개업해 수준을 맞추려 하는데, 비급여가 급여로 바뀌면 수익이 뚝 떨어진다. 그래서 이들이 분을 못 참는 거다. 10년을 버텨서 겨우 개업하여 돈을 벌 수 있는데 비급여를 없앤다고 하니까 분을 못 참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을 정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외에 일차의료 정비 과정에서 의료 공공성을 높일 수 있도록 ▲비영리민간기관 지원 확대 ▲일차의료 공공시설 투자 ▲개원의 대상 공공기관 입원 · 수술의 개방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외래 진료 폐쇄 등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무상의료라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환자를 정상적으로 진료하는 것만으로도 노동 가치가 인정되도록 일차의료 개원 시 시설투자 무상, 연봉 1억 5천만 원 정도를 제시하면 이를 반대하던 의사들이 만세를 외친다. 이렇게 국가가 의료인을 책임질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공급자가 공공의료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임 교수는 "지역포괄케어 정책은 대형시설을 떠나 삶의 장소를 지역사회로 옮기는 공간으로서의 지역사회를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취약층이 지역사회에 통합될 수 있는 '관계로서의 지역사회'를 만드는 정책이 돼야 한다."라면서,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 시스템 개혁과 지역사회 시민 참여를 촉진할 창의적 · 구체적 계획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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