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은 대통령이 탄핵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전공의와 의대생의 강경 투쟁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강경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학생들만 돌아오면 끝’이라는 방식의 접근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고민과 변화를 위한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대통령 탄핵에 따라 의협 집행부도 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대통령 탄핵 후 의료인력수급추위원회가 아닌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는 협의체를 전문가와 정부가 함께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행부도 이에 대해 알아보고 있고, 정부도 응답을 해야 합니다.
특히 지난 일요일 궐기대회에 특히 학생들이 많이 참가했는데 이는 그만큼 마음이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학생들이 많이 참가할수록 집행부는 더욱 무게감을 느껴야 합니다. 따라서 전공의나 학생들이 돌아갈 수 있는 이유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즉 신뢰감을 주는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을 위한 것인만큼 협의체를 구성해 정치적인 해결이 아닌 영구적으로 국민을 위한 해결이 될 수 있는 협의체가 구성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집행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Q. 의협은 조기 대선 전에 의료 정상화를 확정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기 대선 전에 이 사태를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지금이 좋을지, 두 달 후가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인 이재명 후보도 공공의대를 추진하는 상황인 만큼 어느 선택이 옳을지 고민이 됩니다. 지금부터 노력해서 골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봐야 하고, 그래야 다음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갑작스러운 의료정책 등에 대해 대처할 수 있습니다.
Q. 의정 사태와 관련해 의료계 내부에서 의협 집행부가 미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의협 대의원회는 어떤 입장인지 궁급합니다.
선배의사들이 아닌 젊은 의사들을 위한 일이고, 젊은 의사들이 활동할 무대인 만큼 우리가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젊은 의사들 당사자들이 결정하고 그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야 합니다. 미온적인 태도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느 정도 협의체가 구성되거나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있고 대처가 된다면 젊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정부의 확실한 의견 등이 없습니다. 때문에 학생이나 전공의들이 원하는 의료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해 더욱 미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더 젊은 세대와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정부와 협의해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회장이 맡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도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전에 중간 협의체를 구성할 때, 젊은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러한 참여가 있어야만 신뢰가 형성되고, 그것이 기존 의사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로도 이어진다고 봅니다. 따라서 서로 양해가 된 상태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희생과 고통을 강조했습니다. 현 의료계 상황을 진단하자면 어떤 상태이고, 회복이 가능한 수준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병원 교수님들도 전공의가 없어서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 이 상황은 모두를 위한 문제이고 국민의 건강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대로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또 가역적이라기보다는 비가역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은 단순히 힘든 과를 선택하지 않는 문제가 아닙니다. 교수들은 버티고 있지만 그 밑의 제자들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흉부외과 등에서도 연차별로 드물게나마 지원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흉부외과도 산부인과도 아무도 선택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은 비가역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지금 누가 흉부외과를 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예전에는 외과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진료보조인력을 투입해 흉부외과를 간신히 유지하는 식이라면 담당 교수가 정년퇴임한 이후에는 우리나라에서 흉부외과 수술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흉부외과와 같은 필수과목을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감당하는 고통과 부담을 이해하고, 함께해야 합니다. 그들은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큰 고통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그 과정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가 옆에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투쟁무용론, 투쟁회의론 등도 나오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강경투쟁의 효용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투쟁은 목적이 아닙니다. 진짜 목적은 올바른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그걸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강경투쟁 없이 학생들이 복귀하고 전공의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발표가 될 겁니다. 의개특위에서도 열심히 논의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겠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정부나 복지부, 교육부가 과연 의료 환경을 진정으로 개선할까요? 필수의료를 살리고, 지역 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까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강경투쟁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지금도 학생들이 복귀한다고는 하지만 지방 의과대학의 젊은 교수들은 대부분 서울로 옮겼습니다. 메이저 병원들에서도 전공의가 부족하니까 교수들을 새로 채용한 겁니다. 덕분에 서울의 병원은 어느정도 유지가 가능하지만 지방 병원은 교수까지 빠져나간 상황이라 교육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단순히 “학생들만 돌아오면 끝났다”는 식의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의학계나 시도회장님들 중에서도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학생들이 돌아왔을 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그러다보니 비가역적이고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최근 공보의, 군의관 문제도 나오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의대에 다니면 자연스럽게 군의관을 가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기피합니다. 군의관 복무기간은 38개월이지만 병사 신분으로 복무하면 2년도 안 돼 끝납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배려나 고민이 전혀 없고, 처음에 서약서를 작성했으니 가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 문제가 됩니다.
젊은 층에서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해결한다는 대책이 전혀 없이, 학생들만 복귀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격한 언행이나 행동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