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국 5천 명에 이르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의 질적 역량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에 합의가 이뤄졌다.
2018년부터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돼 5년이 지나 양적인 확대는 이뤘지만, 관련법에 상담사의 역할과 책임, 자격 요건을 규정하는 내용이 없고, 사전교육 및 재교육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어 질 관리가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현장 담당자들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끝이 아닌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만드는 웰다잉 문화 구축을 위한 출발점일 뿐”이며, “실적 위주의 상담을 진행해서는 안되고 국민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질적인 부분에서도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사업을 진행하는 비영리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과 국회 ‘존엄한 삶을 위한 웰다잉 연구회’의 공동 주최로 10월 27일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연명의료 결정제도 5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회는 시행 5년을 맞은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발전 방향으로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방점을 뒀다.
토론에 앞서 2개의 발표가 진행됐는데,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전(前) 원장이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의 역할과 전망을 발표했고, 경희의대 박소연 교수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의 국내외 현황 및 정책 제언‘에 대해 발표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2조 정의에 의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이다.
제11조에 의하면 등록기관은 5개 유형인 ▲지역보건의료기관, ▲의료기관,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단체, ▲공공기관, ▲노인복지관이 해당되고, 현재 총 667개 기관(2023년 9월 기준)이 등록돼 있다.
유형별로는 공공기관이 240개, 의료기관이 171개, 지역보건의료기관이 151개, 노인복지관이 71개, 비영리기관 34개 순으로 2023년 현재 우리나라 기초 지자체는 모두 등록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수는 2021년 100만 건을 넘어 약 2년만인 2023년 10월, 200만 건이 작성됐다. 이는 19세 이상 인구의 4.6%, 65세 이상 인구의 16.2%가 작성한 수치다.
반면 상담자에 대한 법률 조항이 전무하고 상담자의 자격 요건이 부재하며, 수시 및 재교육 근거가 없고 의향서 작성기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보건의료기관, 의료기관, 노인복지관에는 전담 인력이 없는 곳도 있다.
김명희 원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련 법률을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등록기관에 유급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등록기관 역량 강화를 위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교육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의료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춘 상담 요원을 다수 확보하고 유지해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의대 박소연 교수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령 8조에서 정의하는 등록기관의 기준요건에서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좋은 임종이란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일 수 있다. 상담자의 책임감 및 윤리의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교수는 “최근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로 노인-노인 동년배 상담도 진행되고 있는데, 같은 노인이 상담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기본 교육으로 상담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300명의 노인일자리 연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가 활동중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의료기관(국립암센터), 노인복지관(창동어르신복지관), 보건소(부천시보건소) 등에서 현장에서 진행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진행 현황을 공유하고 발전을 위한 의견을 제언했다.
각당복지재단 이혜원 팀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은 생명과 임종과정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기 때문에 그 역할에 상응하는 전문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단기교육으로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상담사로서의 역량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혜원 팀장은 “업무 중 상해 등에 관련한 제도의 보완과 함께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력의 투입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궁극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자격증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각당복지재단 오혜련 회장은 “비영리기관으로서 민간단체 등록기관을 운영하며 노인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는 것은 좋으면서도 힘들게 느끼는 부분이 있다. 노인일자리가 확대된다고 들었는데, 사전 지식이 없이 투입되는 경우 민원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니 역량 강화 부분을 꼭 잘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작성자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작성하게 되며,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 작성을 돕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는 최근 국내에서 신규 직업으로 등재됐으며, 관리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서는 해당 직업의 전문성 강화와 이력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