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기는 하지만 국가가 이를 보호해야 법으로 강제해 보호해야 하는 입법의무는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김 할머니와 그 자녀들이 “죽음이 임박한 환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는데 국회가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제기한 입법 부작위 위헌확인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총 9명의 재판관 중 8명은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가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않고, 이로 인해 기본권침해도 발생하지 않는 만큼 입법은 부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다른 재판관은 이들 다수의견과 달리 “연명치료 중단은 헌법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과 무관하므로 이에 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각하 의견을 밝혔다.
이는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해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문제로 간주한데 따른 것이다.
즉,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은 그의 사전의료지시 여부와는 관련지을 수 없으므로 헌법상의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한 문제라는 것.
재판부는 또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문제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지도 않은 환자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절대적인 공준으로 삼아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합의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회가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지난해 2월 폐암 확인을 위한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할머니의 가족은 김 할머니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과 별도로 지난해 5월 이와 관련된 내용의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