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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배 교수 "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전보다 잃을 것 훨씬 더 많아"

존엄한 죽음에 대해 더욱 고민 · 성찰해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가족 숫자가 너무 많아 모든 가족의 동의를 받기 어려우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환자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 주최로 1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5개월,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대한병원협회 김선태 대외협력 부위원장은 "현행 제도는 가족 범위가 특정되지 않아 많은 민원 · 법적분쟁 위험이 있다. 의료진이 법적 · 윤리적 비난과 책임을 감내하고, 연명의료중단 결정 · 이행을 시행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라면서, "또한, 현행법에서는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금지) 동의서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는 DNR이 필요해도 자기결정권 행사의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로 허용이 안 된다."라고 했다.

환자 본인이나 가까운 가족에 의한 DNR 동의서 작성 ·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연명의료와 관련한 의료행위의 낮은 수가는 환자 · 가족 상담 및 지도를 소홀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현 수가 수준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무연고자 등 가족이 없는 환자의 경우 별도 결정절차가 신설돼야 한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의 법원에 대한 요청 또는 법원 직권으로 연명의료중단 여부를 심의하고, 법원은 별도 의학적 자문 · 감정을 바탕으로 연명의료중단 여부를 결정하거나 해당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결정을 내리게 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 독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리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위원으로 종교계 · 법조계 · 윤리학계 ·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2명 이상을 포함해야 하므로 소규모 의료기관 · 요양병원에서는 운영이 쉽지 않다."면서, "법령에서는 윤리위원회 설치가 어려운 의료기관을 위해 공용윤리위원회를 제도화하고 있으나 다른 의료기관의 입원환자에 대한 의학적 상태를 함께 검토해 연명의료중단에 대한 심의 · 상담 · 교육을 담당하므로 윤리위원회를 직접 설치한 경우와 동일한 정책효과를 달성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이석배 교수는 임종 과정과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정의 규정과 관련하여 "PSV 환자의 경우 원인 질환과 관계없이 상태가 급속히 악화하면 임종 환자가 되는지, 언제부터 임종 환자라고 판단할 것인지 불명확하다."라고 언급하며, "법에서 정의하는 연명의료는 임종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의료이다. 즉, 모든 연명의료를 무의미한 것으로 정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정의는 판례와 그간 있었던 학계에서의 연명의료중단 기준 논의 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말기 환자 정의와 관련하여 특정 질병을 나열하고 그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말기 환자로 진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법은 제정 이전과 비교하여 잃을 것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20년 전 보라매 병원 사건 이후 촉발된 의료계 불안을 해소하는 데에는 이 법이 어느 정도 기여할 수도 있다. 법대로 행동 시 최소한의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 시행으로 부과되는 업무와 그에 따른 법적 제재 역시 감수해야 한다."면서, "법은 기존 의료윤리에 따른 연명의료 중단과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상에서의 혼란도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이 법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김 할머니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했던 범위와 비교하여 훨씬 더 축소된 범위 안에서만 인정된다. 김 할머니 사건을 이 법에 적용하면 연명의료 중단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대로 이 법을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최윤선 이사장은 "이번 발의된 개정안은 여전히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 못 하고 있다. 특히 독거인, 법적으로는 가족관계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족의 유대 · 이해가 단절된 경우 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실제 환자 의향을 잘 알거나 환자를 돌보며 환자 입장을 가장 잘 옹호할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일부 견해도 있다. 배우자 · 직계존비속의 전원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한 연명의료 결정은 가족 개념 및 관계가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 법적 권리 행사 측면에만 치중할 뿐이며, 오히려 환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률의 핵심 가치 보호에는 소홀하다."라고 했다.

최 이사장은 "환자의 상태 및 예후를 가장 잘 아는 담당 의사가 가족과 상의하여 환자 이익의 최선이라는 견지에서 연명의료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것이 대다수 국가에서 통용되는 기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관철되기에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실정으로, 지정대리인 제도의 경우 민법 등 타 법률 개정같이 매우 복잡한 선행절차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라고 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백수진 박사는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금지)은 불법이었던 적이 없다. 만일 법적 시비 발생 시 그 작성을 둘러싼 적법성 · 적절성에 대한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불법이 될 가능성은 없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DNR의 법제화 · 합법화가 현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과 동일한 법적 의미가 있는 문서로의 인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대리 동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민법상 후견인에 대한 결정 범위에 대해 법적 논란이 아직 정리된 게 아니므로, 민사상 후견이 아니라 연명의료 · 의료에 관해 특화된 지정대리인 제도화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고 현실적으로도 매력적인 제도일 수 있다. 다만, 법제화 과정에서 대리동의 도입의 부담 · 우려가 있었으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했다.

대만은 내년 1월부터 지정대리인 법제화를 시행한다. 대만은 법원 확정을 받아야 하는 민법상 후견인과는 다르게 지정대리인의 지정인 위임의 중지 · 변경을 중앙주관기관에 신청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지정대리인의 요건 · 권한, 위임 중지 · 해임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고, 환자의 상속인 · 수증인, 시신이나 장기의 지정 수증인 등 환자 사망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지정대리인이 될 수 없게 한다. 또한, 지정대리인이 2명 이상인 경우에만 독자적으로 환자 의사를 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백 박사는 "이 같은 대만의 법률 및 형식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누구나 죽지만 모든 사람의 죽어가는 과정을 법제화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법률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료적 혜택의 보장 간 균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그에 대해 국가 · 사회는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도 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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