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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18년만 국내 개최 ‘호스피스·완화의료’ 학술대회, 국내 인식 얼마나 바뀌었나?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APHN 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APHC 2023’ 개최
“2018년 호스피스·완화의료법 제정 이후 아쉬운 점 있어… '의사조력자살' 반대, 완화의료 본질 봐야”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지평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이사장 이경희, 이하 학회)는 Asia Pacific Hospice Palliative Care Network(아-태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APHN)와 제15차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 완화의료 학술대회(APHC 2023)를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공동 개최한다.


학회는 본 행사가 시작되는 10월 5일 오전, 송도컨벤시아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번 학술대회의 의의와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기자간담회 현장에는 APHN 에드닌 함자(Ednin Hamzha) 회장이 함께 자리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제6차 학술대회가 2005년 서울에서 개최된 이후 18년만에 다시 한국에서 개최되며, 코로나 이후 약 4년만에 재개되는 오프라인 행사다. 현장에는 일본, 중국, 호주, 대만, 싱가폴 등 27개국에서 1300여 명이 참석한다.

‘새로운 시대 완화의료의 지평 확대’를 주제로 최종 487편의 초록을 채택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비롯해 세계적인 완화의료 전문가 37명을 초빙,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했다.

홍영선 대회장은 ”이번 대회는 APHN과 공동개최를 하게 됐다. 준비단계에서부터 한국 조직위원들과 APHN 조직위원들이 같이 일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경희 조직위원장은 “이번 APHC 2023를 2년동안 준비하며 27번의 미팅을 가졌다. 많은 세션에서 참여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시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며, 총 41개 세션에서 498명의 발표자가 단상에 오른다”고 말했다.

최윤선 부조직위원장(학회 회장)은 18년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학술대회의 의의로 “2005년 학술대회가 우리 학회가 APHN의 일원으로서 배우고 노하우를 얻었던 대회라면, 이번 대회는 주도적으로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새 국내에서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법이 제정되고 2018년부터 시행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팬데믹 등으로 5개년 계획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면이 있었다”며 “한편 WHO에서도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주요 의료에 통합시킬 것이 화두로 제시됐으며, 고령화 시대 대응으로 커뮤니티 의료의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그런 내용이 학술대회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APHN 에드닌 함자 회장도 “한국은 APHN 창립멤버이면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있어 다양한 연구활동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한국의 노력을 통해 연구협력을 다양화하고, 아-태 지역 호스피스 완화의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그동안 암 환자 중심으로 이뤄져 온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대균 기획위원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처음에는 암 환자 케어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시작했다. 최근 암환자 아닌 분들의 생애 말기 돌봄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졌지만, 우리 제도는 암 환자 중심으로만 제정돼 있다”고 말했다.

김대균 기획의원장은 “이제 제도가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연계해 호스피스연명의료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학회는 적극적으로 제도 수립에 참여,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비암성질환 환자도 생애 말기 존엄한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의사조력자살’ 등 연명의료 중단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헌법 소원이 이슈가 된 바 있다. 학회는 이에 대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윤선 부조직위원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환자를 돕고자 하는 하나의 물음이다. ‘가치 기반 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국내 의료체계 속 연명의료 결정 과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환자의 가치관에 기반하고, 의사는 필요한 정보를 주면서 가족의 역할을 강조하는 ‘환자중심의료’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국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가치 기반에 대한 것을 우리 사회가 인정하고 있는지, 보상체계가 있는지,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에 대한 반성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완화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면, 의사조력자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본다. 자극적인 것에 대한 이슈화를 지양하고, 지속적이고 다학제적인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영선 대회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정확한 위치를 표현하자면, 완화의료는 ‘안락사’와 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분명한 입장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앞서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나라에서 말기 환자 문제가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희 조직위원장은 “학회는 ‘의사조력자살을 인정하지 않고 생애 말기 돌봄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명한 입장이다. 작년 대국민 설문에서도 생애 말기 돌봄 이후 연명의료 중단을 인정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60%이상으로 다수였고, 올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심재용 학술위원장은 “의미 있는 모든 것은 연결돼 있고, 완화의료가 하는 일은 연결시키는 일이다. 의료진은 환자와 가족이 의미있는 삶을 살도록 연결해야 하는데, 우리의 진료 시스템은 단순히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기 때문에 동력을 잃고 피상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낱개의 행위보다는 환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PHN 에드닌 함자 회장은 2021년 죽음에 대한 란셋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현대에 와서 죽음에 대한 의학적 개입이 늘어났지만, 지난 수백년동안 우리의 삶과 죽음을 보면 의학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우리의 사회, 관계가 어떻게 죽음을 애도하고 받아냈는지를 유지하고, 본질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죽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죽음을 삶의 마지막으로 보고, 죽음의 질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더욱 의미있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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