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죽음을 원하는 상황에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위해 '환자가족 전원 합의' 방법을 채택할 경우 사실혼 관계나 동성 배우자, 외국인 등은 환자 가족에 해당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16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연명의료결정법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즉, 일명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의 환자가 연명의료를 시행하거나 중단할지를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 ·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법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관한 환자 의사 확인 방법으로 ▲연명의료계획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환자의 의사에 대한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환자가족의 범위를 19세 이상의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으로 제한하여 오히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더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환자가족 전원 합의를 배우자와 직계존 · 비속으로 두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에 있는 치매를 앓는 노인이 손자의 연명의료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 가족과 오래 떨어져 있던 성직자의 경우 가족이 과연 당사자의 이익을 최선으로 반영할 수 있는 상대자인가 하는 문제, 외국인의 경우에 가족을 전부 동원할 수 있느냐의 문제 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가족 범위를 배우자와 부모 · 자식 1촌 이내로 제한하면 어떠냐는 제안은 있었다. 성직자, 사실혼 관계, 더 나아가서는 동성 배우자, 외국인 등에 관해서도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는 "일본의 경우 가족의 범위가 친족관계만을 뜻하지 않고, 더 넓은 범위의 사람을 포함한다. 또한, 가족이 없는 경우 의료 케어 팀이 결정한다."라면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의 범위를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으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 서울송파갑)은 "법을 만드는데 사공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됐다. 결론은 바꿔야 한다."라면서, "일본처럼 기본 방향만 잡아주고 나머지는 시행규칙으로 만들어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맞춰야 한다. 가족관계도 불과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큰 발전이 있었다. 요즘에는 동성끼리 결혼도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상황에 맞춰서 법을 전부 고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