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연명의료중단과 관련한 사항이 지난 2월 4일부터 시행됐으나, 법 내용과 의료 현장과의 괴리로 인해 연명의료 결정 과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 서울송파갑)과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6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 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이 '연명의료결정법의 주요 내용 및 관리체계 등 시행현황',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허대석 교수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과 의료현실' 주제로 발제했다.
◆ 가족 전원 합의 방법은 차차선택, 병원은 방어적 태도 버려야
연명의료결정법 관리 현황을 살펴보면, 법이 시행됨에 따라 연명의료관리 기관 지정에 이어 연명의료관리센터가 설립됐다. 이후 연명의료관리센터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의료기관 등 세 그룹이 자료 공유 및 홍보 · 신고하는 시스템으로 정보처리시스템(intra.lst.go.kr)이 개설됐고, 국민을 위한 연명의료 정보 포털(www.lst.go.kr)이 개설됐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의료기관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대상으로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한 홍보 · 교육을 진행해, 의료기관에서 환자 · 환자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이 이뤄진 후 의사 결정하도록 준비하게끔 한다. 건강보험 시범수가를 우선 적용해서 종합병원에서는 환자 한 명당 9만 원에서 14만 원 범위에서 수가가 지급된다. 건강보험 수가는 2019년도에 확정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몇 가지 부분을 보완한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금년 2월 4일부터 3월 15일까지의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 1개소, 의료기관 24개소, 보건소 14개소, 비영리단체 10곳 등 총 49개소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기관으로 등록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 등록기관은 상급종합병원 36개소, 종합병원 59개소, 병원 5개소, 요양병원 14개소로 총 114개소이다.
이 원장은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놓여 있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즉, 이러한 말기 환자가 있는 중환자실을 보유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이 법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여성 1,956명, 남성 1,380명으로 총 3,336명이 등록했으며,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는 총 1170명으로 말기 환자 941명, 임종 과정의 환자 229명을 포함한다.
이 원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한 달 3천 건 정도가 꾸준히 등록되고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연명의료결정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면서, "병원에서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는 1170개였는데,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등으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했다고 우리 기관에 통보한 사람은 총 1582명이었다. 계획서보다 숫자가 많은 것은 단순히 계획서에 의해서만 이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가족 전원 합의 등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행 결정 유형과 관련해서는 "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기까지는 스스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에 의해 중단 결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했는데, 법 시행이 얼마 안 돼서 연명의료계획서에 의한 이행이 35%에 그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건강한 상태에서 작성하기 때문에 현재 시범사업을 포함해 4~5개월 만에 사망한 예가 극히 드물다."라면서, "걱정되는 점은 차선택으로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경우 가족 두 사람의 일관된 진술로 이행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한데, 차차선택인 가족 전원 합의 비중이 40%로 훨씬 많다. 이 부분을 고민 ·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보처리 시스템과 관련해 이 원장은 "적은 예산과 짧은 기간으로 좋은 시스템을 마련하기는 매우 어렵다. 시행 전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서 여러 사람이 밤을 새워가며 보완했고, 작동 이후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다. EMR이 병원마다 다르고, 인트라넷이라는 병원 내 장벽이 존재해 시스템을 연결하는 전산 담당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공의 파견, 작성 의무자 문제가 있다.
이 원장은 "담당 전공의가 타 병원으로 파견된 경우 누가 작성해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라면서, "외국인도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외국인등록번호 인식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태블릿 PC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오는 4월부터 모바일 서비스(안드로이드 5.0 이상, iOS 3.31)가 제공된다."라고 했다.
기존 연명의료결정법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단 네 가지만을 지정했다. 이 부분에 지적이 제기돼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대상 연명의료를 추가했고,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대상을 원인 질환 무관 말기 환자로 확대했다. 또한, 호스피스전문기관의 임종 과정 판단을 의사 한 명이 할 수 있게 간소화했고, 처벌 규정을 기존 3년 징역 · 3천만 원 벌금에서 1년 · 1천만 원으로 개정했다.
이 원장은 ▲서식 간소화 ▲가족 전원 합의에서 가족 범위 축소 ▲의식 없는 무연고자, 독거노인, 외국인 등에 대한 제한적 대리결정제도 도입 ▲지정대리인 제도 도입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금지) 제도화 등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가족 범위 문제에 대해 지적이 많았다. 사실혼 관계, 동성 배우자, 외국인에 관해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의식이 없는 무연고자, 독거노인 대상으로 현재 대리 결정 방법이 없다. 지정 대리 방법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연명의료에 대한 문화가 조성돼, 우리 사회 문화로 잘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죽음에 대한 소통 기술 · 대화법 등 의료인 대상 교육과 죽음에 대한 일반인의 의식 개선, 법 · 판례 ·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 임종 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호스피스 · 완화의료 제도 확립 및 시설 확충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 법의 취지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 대상으로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취지에서 벗어나게 법이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해석상 어려움이 있다면 오해를 줄여주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한다."라면서, "병원이 방어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가족 전원 합의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가족 전원 합의 절차가 굉장히 어렵다. 가족증명서를 떼는 것부터 시작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차차선책인데도 이 방법이 너무 많이 사용되는 것은 의료진이 방어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며,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누구나 자기 삶을 잘 마무리할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배려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진료 현장과 괴리 커, 말기 · 임종기 통합해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허대석 교수는 "법 내용이 복잡한데,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용을 알고 찬성을 했나 싶었다."라면서, "'누구도 고통스러운 임종을 원하지 않는다'에 대해 사회가 합의한 것이며, 이것이 입법 취지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금년 3월 12월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시범사업 숫자를 포함해 11,957명이며,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1,102명이다.
지난 39일 사이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1,176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1,164명이다. 즉, 하루에 한 기관당 연명의료계획서는 0.3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건 정도 작성되고 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만성질환으로 하루 5백여 명정도이다. 39일 사이 사망자 중 연명의료계획서가 전산 등록된 사람이 약 6%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65세 이상 고령자 7백만 명을 연명 시범사업까지 합하여 나눠 계산하면 0.1% 작성됐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설치 전용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이 정도 건수를 놓고 투자할 어떤 동기부여가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2013년 발표한 연명의료 결정 여론조사에 따르면, 87%가 자신이 회생 불가능한 상태일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원한다고 답했다.
허 교수는 "그런데 실제 법적 서식을 작성한 사람은 60% 미만이다. 입법 취지를 전혀 못 살리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법적 서식을 작성 못 한 것을 이 법이 본인이 원한 것처럼 해석하는 것이다. 서식을 쓴 경우에만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다. 80%가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서류 작성을 못 해서 불필요하고 고통스럽게 죽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환자 · 가족 ▲의료진 ▲서식 ▲전산화 등의 문제가 있다.
허 교수는 "말기 암의 경우 보통 2~3개월 전에 판단되며, 이때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임종 과정에서는 의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족이 대리 결정에 참여한다. 이론적으로는 의사가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야 하는데 실제로 환자와 의사 간 소통이 잘 안 된다."라면서, "80세 폐암 말기 환자가 있었는데 말기 환자이고 곧 임종에 접어들기 때문에 호스피스로 가야 하므로 좋아졌다고 거짓말해달라고 했다. 이게 의료기관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병원 말기 암 환자 대상 조사에 따르면, 1백 명의 가족이 환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허 교수는 "1백 명의 가족이 왜 의료진의 접근을 거부하냐면, 말기 환자에게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 상당수가 왜 이걸 자기에게 꼭 물어야 하냐고 한다. 가족과 상의해서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한다."라면서, "본인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경우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게 아니니 무조건 고통스러운 임종을 당해야 한다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했다.
의료진 문제와 관련하여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을 대만보다 18년 늦게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터미널(Terminal)이라는 한 가지 용어로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것을 임종기 · 말기로 나눠 놨다. 여기서부터 혼란이 시작됐다. 암 환자는 비교적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는데, 암 이외 환자는 언제부터 말기이고 임종기인지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라면서, "서울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와 관련하여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의사들 사이 임종기 판단에 이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말기'라는 것이 굉장히 포괄적인데, 억지로 나누다 보니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생긴다고 했다.
서식 문제와 관련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다 있어야 수가를 주겠다고 한다. 이게 너무 복잡하니까 수가 세트로 해서 돈을 주겠다고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의사가 '선생님, 아예 작성 안 하고 돈 안 받는 게 낫습니다. 관리비 · 인건비도 안 나옵니다'라고 했다."라면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에 서식이 무려 21호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는 연명의료 관련 서식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 Directives), 연명의료계획서(POLST), 심폐소생술금지동의서(DNR) 등 세 개로 압축된다.
허 교수는 "미국에서는 POLST 작성 시 환자 서명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가족 · 대리인이 결정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제도를 들여오면서 가족 · 대리인 결정을 금지했고, POLST에 환자 서명을 필수로 했다. 그리고 DNR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연명의료정보 처리시스템에 관해서는 "같은 병원 내에서도 작성자와 이행자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행자도 개별적으로 또 등록해야 한다. 병원 내에서 어떤 의사가 작성해서 올렸는데, 그날 밤 콜 받고 간 당직의는 아직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공인인증서부터 시작하여 환자 주민등록번호 입력 등 수많은 절차를 걸쳐서 또 등록해야 한다."라면서, "의사 인증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의사 전부 다 자동인증이 아니고 등록된 사람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적정사용)은 약제 중복 처방 방지 목적으로 구성된 시스템으로서, 병원 공인인증서 · 의사 개인 공인인증서를 요구하지 않고, 정부 · 중앙전산망이 보안검증 책임 및 개인 정보 연계 책임을 갖고 있다.
반면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경우 공인인증서를 필수로 하며, 책임을 의료기관과 의사에게 지우고 있다.
대만의 경우 2000년도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에게 마그네틱 카드를 제공했는데, 나중에는 전자 스마트카드로 바뀌었다. 이 카드 한 장에 환자 정보가 전부 들어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도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허 교수는 환자 정보가 들어있는 전자 스마트카드를 우리나라에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이전에 '유보'의 경우는 병원에서 DNR로 대부분 해결해왔다. 그런데 법 시행 이후 유보가 문제가 됐다.
허 교수는 "본인이 서류작성이 가능한 경우는 문제가 없다. 본인 의사가 직접 확인이 안 되더라도 중단하는 경우는 가족 두 명의 일관된 진술이나 대리 결정 등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유보의 경우 본인 의사로 서류작성이 안 된 경우가 문제 된다. 실제로 본인이 작성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라면서, "연명의료결정법은 중단에 대한 법이지 유보를 염두에 둔 법이 아니다. 너무도 까다롭다."라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처벌 대상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환자 의사 또는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에 반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연명의료 의사를 물어서 기록을 남겨야 하고 ▲연명의료 의사에 대한 기록이 없으면 연명의료를 시행해야 하며 ▲환자 의사 확인 없이 연명의료를 유보한 경우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07년 시행해 금년 2월에 개정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가족이 없는 경우 의료 케어 팀이 결정하며, 가족 범위를 친족 관계뿐만 아니라 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을 포함하고 있다. 벌칙 조항이 없으며, 말기 · 임종기를 구분하지 않는다. 가족이 환자 의사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의료 케어 팀과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이 환자 의사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결정할 수 없으며, 가족 범위는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으로 한정돼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0조(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 · 등록 등) 제2항에서는 '말기환자 등은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4조(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등) 제1항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그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의료기관에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허 교수는 "법 내에서도 서로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환자 요청 시 담당의사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는데,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가 안 된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할 수가 없다. 환자가 와서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면 의사는 큰 병원에 가라고 한다. 서류를 받기 위해 구급차를 타고 대형병원으로 간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허 교수는 단기로는 시행규칙에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 ·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서 등, 중장기로는 말기 · 임종기 통합, DNR 등 유보와 관련된 문제, 전산화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 교수는 "말기와 임종기는 궁극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중단을 염두에 둔 법이며, 유보와는 괴리가 매우 크므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진료하는 입장에서 환자를 돕기 위한 전산망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경직된 법·제도가 의료현장을 압박·왜곡…향후 복지부 계획은 ▲현장 의견 수렴 ▲인프라 확충 ▲대국민 인식 개선
이날 토론에는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 법제윤리분과 박형욱 위원장, 대한응급의학회 류현욱 법제이사, 대한중환자의학회 윤리법제위원회 문재영 간사,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김대균 기획이사, 보건복지부 박미라 생명윤리정책과장,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다.
대한의사협회 박형욱 위원장은 ▲연명의료 범위 ▲형사 처벌의 범위 ▲가족의 범위 ▲연명의료결정법 적용 범위 등과 관련하여 의문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성격이 다른 치료를 연명의료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 규정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항암제 투여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과 비교해 긴급성 등에서 상당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의식이 없는 응급환자 대상으로 긴급히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하거나 인공호흡기를 연결해야 하는 경우는 상정하기 쉽지만 긴급하게 항암제를 투여해야 하는 경우는 상정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환자 · 환자 가족이 의사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를 강제하는 것은 의료 계약 본질에도 부합하지 않고,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국민건강보험법 대전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가족 범위와 관련해서는 "대습상속 유사한 규정이 없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직계비속 범위가 매우 넓어진다. 민법상 직계는 방계에 대비되는 용어인데, 손자 · 손녀는 외손자 · 외손녀라 할지라도 직계비속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환자에게 자녀 · 손자녀가 있다면, 합의를 요구하는 직계비속은 자녀에 제한된다는 명확한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보건복지부의 연명의료결정법 처벌 대상 관련 법령 해석과 관련하여, 다시금 "의사 1명의 판단만 받은 경우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으며 이 법에 따른 모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병원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며, 기존 법 · 판례대로 연명의료 중단을 할 수 있다."라고 법령해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응급의학회 류현욱 법제이사는 ▲임종 과정에 대한 정의 ▲환자의 의사 확인 과정 ▲기록의 단순화 등을 제도 개선 필요 사항으로 지적했다.
류 법제이사는 "법률 위반 시 책임져야 하는 처벌 조항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일선 의사들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현행 임종 과정 정의가 부족하다."라면서, "현행 법률에서 환자가 직접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의 경우에만 환자 가족의 진술 · 합의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지적했다.
자녀들의 합의가 있는데 굳이 손자 · 손녀 합의까지 포함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한, 의무기록에서 담고 있는 내용을 중복해 따로 기술하는 과정에서 응급환자 진료에 임하는 의사들의 부담이 크다고 했다.
류 법제이사는 "이중 환자 판단서와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서는 더욱 상세한 내용으로 의무기록에 이미 기술돼 있으므로 따로 서식을 작성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의무기록에 포함된 내용으로 갈음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윤리법제위원회 문재영 간사는 절차 간소화, 가족 전원 합의 절차 전면 손질,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점과 연명의료중단 범위 등 전면 손질, 처벌 조항 삭제 등 법안 개정을 주장했다. 등록사이트를 재구성하고, 관리기관 인력 · 예산 지원 및 보강이 이뤄져야 하며 담당 행정부서 인원이 보강돼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현장 전문가 자문회의(위원회) 설치,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 현장 전문가(의료인) 추가, ▲교육 · 홍보위원회 설치를 통한 의료인 및 전담인력 교육 · 대국민 홍보 강화, ▲전문학회 등과 협력해 의료윤리 교육 · 학문적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마련, ▲중증질환 치료비 또는 중환자실 치료비 부조 등 의료 공공성 확대 등을 제안했다.
문 간사는 "의료행위에 답을 정해두면 오류에 빠지고, 법적 제약이 강화되면 왜곡된다."라면서, "의료인은 법에서 설명하지 않은 범위일지라도 합리적 · 객관적 판단에 근거한 '함께하는 의사결정'을 통해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결정을 제공해야 한다. 사회는 법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고, 의료 전문가의 의학적 판단을 신뢰하되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책임을 함께 나눠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직된 법 · 제도가 의료현장을 압박 · 왜곡한다고 했다.
문 간사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의료인과 환자들의 다양한 가치관 및 가변성을 수용할 수 있는 재량을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법 ·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김대균 기획이사는 처벌 조항이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기획이사는 "이 법은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지 않는 환자의 의사를 고의로 무시하고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의사 · 가족의 범죄를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 아니다. 처벌조항은 삭제돼야 한다. 이러한 악행은 기존 법률로 처벌이 가능할 것이다."라면서, "우리 사회문화에서 잘 이해되지 못하는 서구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혼란 ·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어느 정도 장착된 후에 전면 시행하고, 그 전에는 중단에 대해서만 적용하며, 연명의료의 유보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환자에 대한 이 법의 적용 예외가 명문화돼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입법 취지인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배제된 가족 전원의 진술로서 중단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제18조 규정은 위헌성이 있다. 더욱이 연명의료 관련 비용에 대해 국가 지원이 부족하거나 열악한 상황이라면 연명의료와 관련된 비용에 따른 재산적 문제가 환자 생명에 앞서 가족들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현실적 결정 요소가 된다는 안타까운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면서, "당해 규정을 완전히 삭제하거나 연명의료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 적어도 재정적 문제가 연명의료중단 결정에 있어서 고려 사유가 안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제17조 규정 중 제3호 가족 2인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확인하는 규정도 문제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단서 규정으로 2인 가족의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의 다른 환자 가족의 진술이 있는 경우 환자 의사가 번복될 수 있다. 이 규정은 법적 안정성이 매우 결여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환자 가족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 불일치에 대한 결과로서의 처벌을 담당 의사가 져야 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가족 2인 진술을 신뢰해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를 중단했고, 그 결과 환자가 사망한 이후 다른 가족이 이의를 제기했다면 과연 담당 의사를 처벌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제17조 단서 규정 부분은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삭제하거나 문제 될 사례를 명확히 규정해 2인의 가족 진술을 믿고 중단한 의료진에게 형사적 책임을 면책할 수 있는 내용의 명시적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박미라 생명윤리정책과장은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좀 더 지났다. 법 진행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예상했고, 시스템도 쉽게 오픈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건수, 연명의료 중단 이행 건수 등을 살펴보면, 현장에 있는 여러 의료진이 도움을 주기 때문에 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 복지부 계획은 ▲현장 의견 수렴 ▲인프라 확충 ▲대국민 인식 개선이라고 했다.
박 과장은 "시스템을 포함하여 제도 시행에서 현장 의견을 많이 수렴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서 지적이 가장 많았다. 금년 시스템 고도화가 발주되며, 제도 개선은 의료계 의견뿐만 아니라 법조계 의견도 수렴하여 위원회 절차를 밟아 진행할 예정이다. 의견 수렴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박 과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활성화되면 의료기관이 가져가는 부분이 작을 수 있다. 현재 인프라가 건보공단에 지정돼 있지만, 준비가 안 돼 있어 충분하지 않다. 지자체나 민간단체, 의료기관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받아 활동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나 예산 문제로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의향서가 충분히 작성 · 수집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대국민 홍보를 통해 인식 개선을 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이 제도에 관심이 많은데도 어떤 경우에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현재 홍보 예산이 부족해서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하지 못한다.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예산이 넉넉해지면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하여 법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