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보건의료를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상기관 선정에서부터 자본금 및 인력지원, 더 나아가 사후관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7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공공보건의료의 기능을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병원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대 이진석 교수, KDI 윤희숙 연구위원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공공보건의료 법률 개정안의 재정방향 및 보완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의료계를 대표해 참석한 연자들은 대부분 공공보건의료를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해, 지역별, 계층별 의료 불균형을 보완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는 법의 개정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즉, 민간의료기관에서는 지금도 공익적 목적을 위해 중증외상, 전문재활, 어린이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빈약한 재정지원과 저수가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결국 폐쇄위기에 처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 공공보건의료 자체를 민간의료기관에서 담당한다고 했을 때 과연 올바른 시스템이 구축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지원을 비롯해 사후관리가 허술한 부분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연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이사는 공공보건의료사업 위탁기관 신청 대상을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민간까지 포함되도록 한 상태므로 업무수행 의무 뿐 아니라 이를 원활토록 하게 하는 재정적, 행정적 지원에 관한 사항까지 의무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전문진료센터가 아니더라도 역할과 기능 중심의 필수공익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법 개정 취지를 감안할 때 민간의료기관에서 운영하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공공성을 띠고 있는 의료서비스에 속하므로 이들에 대한 운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도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는 자본비용 뿐만이 아니라 경상운영비용이 포함되야 한다고 밝혔다. 전적으로 환자진료 수입에 의존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현행체계에서는 공공적 기능 수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이원철 기획이사는 민간의료기관을 통한 공공보건의료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민간의료기관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이사는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진료비 지원, 국·공유재의 무상대부 및 비용의 보조 등과 조세특례제한법 및 지방세 등 조세관련 법령에 따른 세제감면 등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공공보건의료 제공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는 국가 지정사업 및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사업에 대한 국가적 관리체계의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에 대해 말했다.
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도 공공보건의료의 활성화를 위한 확실한 재원확보기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것의 규모와 기전에 따라 각 공공보건의료기관 및 수행기관이 제공할 수 이는 서비스의 종류 및 공급대상이 달라 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울러 공공보건의료의 서비스 종류 및 서비스 공급대상이 지역주민에 대한 보편적인 진료서비스를 실시할 것인지, 저소득계층, 차상위계층 등에 특화된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따라 인력, 시설, 재원투입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용길 수석부위원장도 참여정부 이후 정부의 공공보건의료사업이 확대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예산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며 지난해에는 지역거점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예산이 삭감될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는 달리 공공보건의료의 확대가 미약한 정부의 사업을 민간의료기관에 배분하는 수준에 머물게 된다면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공공의료는 더욱 취약해 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그동안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공공적 견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 개정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공공기관 설립주체와 운영행태의 강제성에 대해서도 언급되었는데 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으로 확대될 시 시장경쟁에 동일하게 노출되는 이상 평가보상 원칙과 성과지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공공의료정책과 손영래 과장은 이와 관련, 연자들이 언급한 부분에 대해 수긍한다면서, 적정사항을 충분히 검토해보고, 향후 국회의 입법과정중에서도 이를 감안해 논의해볼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