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연간 약 2000여명의 신규 C형간염 환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C형간염이 그간 숙원사업이었던 ‘국가건강검진 포함’이라는 문턱을 드디어 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6세인 건강검진 수검자라면 누구나 C형간염 감염(또는 감염경험) 여부를 알 수 있게 됐다.
C형간염은 일단 발견해 치료를 하게 되면 쉽게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최후의 환자를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대한간학회 김윤준 이사장(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은 C형간염 항체검사의 도입으로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을 몰라 고통받는 일이 없게 된 점에 대해 크게 환영했다. 또 추가적으로 감염자를 찾아내고 완치가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인류 역사의 신기원을 이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윤준 이사장이 근무하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Q. 대한간학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한간학회는 간에 대한 질병, 간에 대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국내 최대 학회입니다. 내과 의사들이 중심이지만 외과, 병리과, 방사선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과의 선생님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한간학회는 The Liver Week라는 국제 학회를 매해 개최하고 있으며, 공식학회지인 ‘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 (CMH)’는 피인용지수가 14점에 달하며 한국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전세계 143개에 달하는 소화기학 학술지 중 6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Q. C형간염은 어떤 질환인가요?
C형간염은 증상이 별로 없지만 나이가 들고나서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되면 그제서야 알게 되는 병입니다. 피곤, 오른쪽 상복부의 불쾌함 정도의 증상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복수가 차고, 피를 토하고, 간암으로 진행되는 등 무서운 질환입니다.
Q. 최근 국가검진에 도입된 C형간염 항체검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번 C형간염 항체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으로, 국가검진 시 56세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C형간염 항체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입니다.
C형간염 항체검사를 하게 되면 과거 바이러스에 걸린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만약 C형간염에 감염된 경우가 있으면 과거에 감염된 적이 있더라도 양성이 나옵니다. 따라서 C형간염 항체검사는 일종의 스크리닝, 선별검사로 볼 수 있고요.
항체검사 양성이 나오면 ‘HCV RNA’ 테스트라는 확진검사를 통해서 질병 유무를 확정짓습니다. C형간염 항체가 있는 환자들의 일부는 RNA가 측정될 수 있습니다. RNA가 측정되면 C형간염 바이러스가 간 세포 내에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HCV RNA 테스트는 현재 감염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Q. C형간염 항체검사에 대한 국가검진 도입이 필요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과거에는 C형간염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었으며, 치료제들의 부작용이 심하고 완치율이 낮아 인류는 큰 불행을 겪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완치제가 개발돼 인류가 C형간염을 지구상에서 없앨 수 있는 힘을 갖게 됐습니다. 이에 WHO에서도 2030년까지 지구에서 C형간염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떠한 질병에 대해서 잘 알고, 질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몰라서’ 그 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C형간염 항체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병은 1년에 몇 개씩도 생깁니다. 이 중에서 저절로 없어진 병들도 있지만 인류의 힘으로 없앤 병 중 하나가 ‘천연두’ 입니다. 천연두는 병이 매우 무서워 공주마마, 대왕마마처럼 높여 불러 ‘마마’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백신이 등장하면서 병이 없어졌고 따라서 이젠 의과대학에서도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 질병인 ‘소아마비’도 백신에 의해 없어지는 질병입니다.
두 질병이 백신을 통해 퇴치됐다면, C형간염은 인류 최초로 ‘치료제’를 통해 없애는 인류 역사의 신기원을 이룩하는 큰 사건이 될 것입니다.
Q. 항체검사를 통해 숨은 환자를 얼마나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시는지요.
국내에서 0.7%가 anti HCV 항체 양성으로 나오며 이 중 20~30%는 진짜 감염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56세가 되는 인구는 85만명 내외로 예상되는데, 이 중 0.7%인 약 6000명 중 1800명 정도의 환자가 새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C형간염 치료 과정이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DAA(dirct-acting antivirals)라는 직접 작용제가 있는데, 바이러스 자체의 여러 단백질들을 억제해 몸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앨 수 있습니다. 8주~12주 동안 1일 1회 복용해 95% 이상, 높게는 99% 이상까지도 치료율을 기대할 수 있고, 부작용도 거의 없어서 의학의 놀라운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약들은 과거에 치료에 실패했던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의 기회가 됩니다. 검사를 통해 발굴된 새 환자들은 환자 자체가 감염원이기도 하기에 치료를 통해 C형간염 전염원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Q.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은 학회와 국내 보건의료에 있어 어떤 의미인가요?
그간 건강검진에 포함되는 질병들은 어느정도 유병률이 높은 질병들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는 유병률이 30% 이상, 50% 이상에 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C형간염은 유병률이 1% 이하인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간암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100%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갖게 된 경우 국가검진에 도입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지혜와 지식으로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몰라서 생길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진보입니다.
Q. 끝으로 환자 및 국민들께 당부하시고 싶은 사항이 있으신가요?
C형간염의 경우 많은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해 완치제가 개발됐습니다. B형간염도 완치제 개발을 위해 많은 의학자들, 의사들이 노력함으로써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 환자분들도 관심을 갖고 임상시험에 많은 참여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B형간염, C형간염 치료와 함께 지방간염, 대사 관련 지방간질환, 알코올 간질환 등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임상시험이나 생활습관 교정으로 치료가 점점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간은 관리만 잘 하면 평생 말썽이 없는 기관입니다. 비만 또는 당뇨환자의 경우 지방간염이 있는지,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 알코올성 간질환이 있는지, 특정 약제에 대한 독성 간질환이 있는지 등 몇 가지만 조심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대한간학회는 C형간염 캠페인, 알코올/대사이상 관련 간질환, 대사관련 지방간질환 등에 대해 여러 캠페인을 진행 및 계획하고 있는데요. 향후 국민들과 보다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