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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R&D ‘한국형 ARPA-H’, 연구중심병원에서 배울 점은?

고대구로병원 ‘제2차 연구중심병원 R&D 페어’ 개최
연구중심병원 2기 사업 앞서 진행되는 한국형 ARPA-H, 병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국내 보건의료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의료 R&D, 한국형 ‘ARPA-H’ 사업이 내년부터 시작을 앞두고 있다.

대표적인 기존 보건의료 R&D 사업에는 연구중심병원과 개방형실험실 사업이 있다. 2013년부터 시작돼 10년째를 맞은 연구중심병원과 2019년부터 시작된 개방형실험실 사업에 모두 참여중인 유일한 병원이 고려대 구로병원이다.

그러나 진료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 병원 환경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웠다. 연구중심병원 사업 10년간 새롭게 지정된 병원이 없었고, 병원이 취할 수 있는 수익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중심병원 2기 사업 출범을 앞두고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고대구로병원은 ‘제2회 연구중심병원 R&D 페어’를 11월 10일, 새롬교육관 대강당에서 개최하고 연구중심병원 R&D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로병원 정희진 병원장은 개회사에서 “기존 의료는 빠른 진단과 조기 치료에 집중했다면, 미래의료는 병을 예방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와 진료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미래 의료기관의 방향성과 구로병원의 연구 집중 의지를 밝혔다.

보건복지부 정은영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이날 ‘미래보건의료 R&D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으로 ‘한국형 ARPA-H’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ARPA-H 사업의 등장 배경은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이 보건의료기술을 국가성장동력이자 보건안보의 열쇠로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간 R&D의 규모를 늘려왔지만, 관례적인 형태를 답습하고 있어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R&D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해당 사업은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국방부 DARPA 프로젝트를 모델로 삼아 22~24년까지 65억 달러를 투자해 시행하는 ‘ARPA-H’ 사업을 한국형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다. 보건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비용·고난도의 과제를 수행한다.


지난 10월 27일 진행된 ‘한국형 ARPA-H’사업 공청회 내용에 따르면 주요 과제는 ▲백신치료제 주권 확보로 보건안보 확립, ▲암희귀난치질환 등 미정복질환 극복, ▲바이오헬스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초격차 기술 확보, ▲초고령사회 대응 지속가능한 복지·돌봄체계 구축, ▲필수의료 지역완결체계 구축 등이다.

이 사업은 ‘PM(프로그램 매니저)’ 제도를 두는 것이 특징인데, 다양한 출신의 역량을 갖춘 PM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고 과제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유연하고 혁신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성실하게 수행했지만 실패한 과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추진단을 운영하는 진흥원에서는 11월 중 2024년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며, 12월부터는 추진단장과 PM의 모집에 들어간다. 공청회에서는 ‘필수의료 지역완결체계 구축’ 과제에 PM 4명, 나머지 과제에서는 각 1명의 PM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필수의료 지역완결체계 구축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건의료문제를 해결하는 이러한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병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수행한 담당자들은 기존 사업에서도 병원의 참여가 제한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연구중심병원에서 진행된 사업들은 대부분 과제 기반의 계약직 연구원에 의해 수행됐고, 간접비 제한이 있어 추가 수익을 획득해 재투자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지적됐다. 결과적으로 병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구로병원 정희진 병원장은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진료 시스템과 미국의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이윤을 내는 연구중심병원으로 가기에는 구조상 불가능하다. 한국형에 맞는 구조는 병원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연구조직이 있고, 계속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식으로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중심병원 2기와 함께 시작하는 한국형 ‘ARPA-H’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병원의 연구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제도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의료계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제약바이오분야의 성공은 일반적으로 긴 시간이 걸리고, 성공해도 혜택이 당장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아무리 실패를 용인한다지만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의학계의 존경을 받는, 긴 호흡을 갖고 사업을 이끌어나갈 역량있는 ‘ARPA-H’ 추진단장과 PM을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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