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부터 1형 당뇨병 환자 재택의료 서비스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심평원의 1차 년도 평가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낮은 수가나 전화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적정수가와 적절한 플랫폼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당뇨병학회가 8일 ‘아시아당뇨병연구연맹(AASD)’과 함께 온라인으로 개최한 학회 연례 국제학술대회인 ‘2021 International Congress of Diabetes and Metabolism(ICDM 2021-virtual congress)’에서 작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1형 당뇨병 환자 재택의료 서비스 시범사업의 1차 년도 평가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현재 시범사업 참여 대상기관 1270기관 중 40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심평원 등록 전체 1형 당뇨병 환자 3만 8750명 중 약 2875명인 7.4%가 참여하고 있다. 올해 9월부터는 2차 공모를 통해 승인된 12개 기관이 참여 중이다.
평가항목 중 환자관리가 37.4%로 가장 많고 교육상담Ⅱ가 32.8%, 교육상담Ⅰ 28.7% 순이다.
심평원에서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의 상급종합병원 2곳에서 1형 당뇨병 환자 1588명을 대상으로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당화알부민 ▲당화알부민-당화혈색소 4가지 혈액검사를 평가지표로 해 1차 년도 시범사업 평가연구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당화혈색소 지표는 시범사업 등록환자가 미등록환자에 비해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고, 공복혈당은 유사했다.
당화알부민과 당화혈색소 비는 모두 등록환자가 미등록환자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에는 전체 응답자 404명 중 45.5%는 ‘매우 만족’, 44.8%는 ‘만족’으로 응답해 종합 만족도 점수는 79.5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진-환자 상호신뢰 관계 형성에 매우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48.4%, 질병에 대한 정보 전달 및 이해 향상에 매우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38.7%로 나타났다.
만족한 이유는 ▲경제적 비용절감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제공 ▲실시간 모니터링 및 비대면 상담 가능 ▲의료진에 대한 관심 및 상담시간 증가 등으로 꼽았다.
반면, 불만족 이유는 ▲서비스 항목과 질에 별 차이 없음 ▲추가적인 진료비 부담 ▲까다로운 행정절차 등을 꼽았다.
하지만 시범사업 지속 참여 의사는 전체 응답자 91.6%로 높았으며, 참여 의료기관 종사자 역시 31명 중 74.2%가 시범사업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불만족 이유는 복잡한 행정절차와 낮은 수가를 꼽았다.
시범사업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환자나 보호자는 ▲응급상황 및 문의사항 발생 시 연락 가능한 의료진이 있었으면 좋겠다 ▲초기환자와 장기환자 연령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형병원과 지방병원 연계 등 참여 기관이 확대되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의료진은 ▲수가 현실화 ▲점검서식 작성 등 행정절차 간소화 ▲참여 인력 간 상담내용 공유 등 소통 강화 등의 의견을 냈다.
◆플랫폼 부족, 참여기관 확대 등 개선점 있어
당화혈색소 개선 등 환자 예후가 좋아졌다는 시범사업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시범사업 참여 환자가 전체 7.3%밖에 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당뇨병학회나 정부 모두 관심을 갖고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날 평가연구 결과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으로 참여한 대한당뇨병학회 김종화 보험이사는 “CGM(연속혈당측정기) 사용 환자에 대한 2곳 병원에서 교육이 적절히 돼서 환자 혈당조절의 좋은 변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며 “전체 시범사업 참여 환자가 7.3%밖에 되지 않아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학회가 더 노력해야겠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본사업 전환 때 더 좋은 내용들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심평원 의료수가실 의료수가운영부 지점분 실장도 전체 환자 수에 비해 참여인원이 저조한 것에 대해 동의하며 “이번 연구결과는 두 개 기관만의 데이터라서 전체로 확대해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기관에서 효과평가가 이뤄진다면 나중에 본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제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낮은 수가와 플랫폼 부족 등 전화상담의 한계도 시범사업의 문제점으로 꼽혔다.
서울대병원 구민정 교육간호사는 “교육상담Ⅱ는 한 번 교육하면 최소한 30분 이상 교육해야 교육수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행정적인 절차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 환자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3가지 수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가를 받는다”라며 “서울대병원에서 TO를 한 명 받아서 1년 열심히 한 것에 비해 벌어들이는 비용자체가 턱없이 낮아서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2021년도 병원급 환산지수를 적용했을 때 교육상담료Ⅰ 수가는 3만 9950원, 교육상담료Ⅱ는 2만 5170원, 환자관리료는 2만 7000원으로, Ⅰ유형의 최소 교육시간은 10분 이상에 연간 6회 이내로 교육하면 되는 반면, Ⅱ유형은 연간 8회 이내 최소 30분 이상 교육해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유혜진 교수도 교육상담료Ⅱ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가가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간점검 이후 어떤 방향으로 1형 당뇨병 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정착시킬지 고민할 텐데, 재택치료 측면을 더 강조할 것인지 아니면 1형 당뇨병 환자에서 어려웠던 조절 측면을 더 전문성 있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지점분 실장은 “당뇨뿐만 아니라 모든 재택의료 시범사업 이후 전체적인 수가나 비용은 항목들을 평가한 뒤 수가가 적정한지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조정 여지를 열어뒀다.
아울러 당뇨병 환자 전화상담의 어려움에 대해서 구 간호사는 영상통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최근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는 해외환자들이 진료를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영상통화로 진료를 봤는데 실제 대면진료 같다며 환자 만족도가 좋았다고 한다. 이처럼 영상통화 등을 활용하면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케어받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화 보험이사도 “병원에서 전화가 감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보이스피싱으로 생각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전화상담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교육간호사들이 10번 정도는 전화해야 받는다는 말도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지 실장은 “반드시 전화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환자와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영상통화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수가 책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