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주사, 필요한 이에게 안전하게 사용될 때 ‘좋은 약’”

당뇨병학회,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공동심포지엄 개최

최근 혁신적인 GLP-1∙GIP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당뇨병학회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함께 13일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발제와 토론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행사의 1부 중에서는 대한당뇨병학회 최성희 홍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가 ‘당뇨병환자의 비만진료 및 관리에 있어 GLP-1 주사제의 역할’에 대해 강의했다.

최성희 홍보이사는 GLP-1 주사제에 대해서 ‘좋은 약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안전하게 사용돼야 진짜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작 GLP-1 주사제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은 시간적, 비용적 문제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GLP-1은 일종의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연구를 통해 확인되면서 장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식욕억제와 위장관 운동을 천천히 일으켜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게 되고, 덜 먹게 되면서 몸무게가 감소되는 역할도 나타난다.

최근 GLP-1 주사제에서 대두되고 있는 성분은 ‘세마글로타이드’다. 세마글로타이드를 성분으로 하는 제품 중 ‘위고비’가 비만약으로 이름을 알린 가운데 ‘오젬픽’, ‘리벨서스’가 당뇨약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최 홍보이사는 “세마글로타이드는 2형당뇨병 환자이면서 심혈관계질환이나 심혈관계위험 등이 동반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확인한 약제”라며 “같은 성분임에도 당뇨보다는 비만에서 먼저 처방이 가능해지고 약가를 받게 된 상황이 학회 입장에서는 아쉽다”고 전했다. 

최 홍보이사는 “학회의 진료지침을 보더라도 GLP-1 주사제는 동맥경화질환 초기나 비만한 환자에서 최우선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되고 있다. 급여 정책상 메트포르민을 먼저 사용한 후에 2~3차에 처방하도록 돼있긴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환자에 1차치료로 같이 처방하는 것도 무방할 만큼 이 같은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제”라고 전했다. 

효능이 뛰어난 만큼 안전성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최 홍보이사는 “GLP-1이 안전하기는 하지만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마구 사용할만큼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문제가 위장관 질환이다. 최 홍보이사는 “GLP-1은 위장관 운동이 느려지고 포만감이 심해진다는 효과이자 부작용이 있는데, 때문에 구역질이 나거나 조금만 먹어도 배가 꽉 찬 느낌이 들거나 구토, 변비 등이 유발될 수 있다”면서 “내시경을 받기 위해선 최소 1~2주전에는 약을 중단해야 할만큼 위장이 음식물에 잔류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연구 중 STEP2, STEP6 연구에서는 우울감에 대해서도 확인된 바 있으며, 논문에 자살률 증가 등에 대한 문제가 다뤄지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 홍보이사는 “아직 확실하다거나 자살률을 높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라별로 특정 약을 사용한 환자들 모니터링 시 이를 늘린다는 연구와, 전혀 그렇지 않거나 오히려 줄었다는 연구들이 상반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럽 약물모니터링위원회에서는 자살 등에 대한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경고가 강조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부작용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약물 개발 및 임상 연구 기간이 5년미만으로 짧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20년 이상 된 당뇨약이 임상적근거를 확충한 것만큼 최신 약물의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적응증 외의 환자에 사용할 경우 그 위험성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근 처방 오남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최 홍보이사는 “정부의 빠른 대처로 비대면 처방은 더 이상 어렵게 됐지만, 실제로 환자를 문진하지 않고 BMI나 키, 당뇨여부 등에 대해 잘 확인하지 않고 약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당뇨조절이 잘 되지 않은 BMI 40kg/m²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려 했으나 비용적 문제로 환자가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이런 환자들에게 가장 임상적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실제로 처방을 해야 하는 환자들 중 과반 이상은 처방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당뇨 동반 등 적절한 조건의 환자를 대상으로라도 당뇨 동반시에는 급여가 적용돼서, 치료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당뇨병학회 박태선 회장(전북대병원 내분비내과)은 “최근 인크레틴기반 약제들이 나오고 있지만 당뇨병 관리에 꼭 필요한 저용량 약제는 수입되지 않고, 비만 관리용으로 비급여로 사용되는 고용량 약제만 수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량 약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약제들은 사용 시 적응증, 용량과 기간 등을 의사의 처방에 따라 명확히 정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때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