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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협 김해영 "무전 징역형, 의료진 폭행 벌금 기준 낮춰야"

문재인 케어만 중요한 게 아닌, 사람 · 안전이 먼저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반성해도 법정 밖으로 나가면 사람이 달라진다."

13일 오전 9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응급의료현장 폭력 추방을 위한 긴급 정책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가 응급실 폭행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온정적인 판결을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한두 사람을 통제하기에는 대부분이 선량하다는 이유로 규제를 안 만든다는 것은 이상한 논리이다. 우리나라 법은 이상하게 가고 있다.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사안이 중할 때 징역형으로 간다. 징역형 중 구금할 필요가 있을 때 구금한다. 그런데 지금 벌금을 1억 원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원래 2천만 원이었던 벌금형을 5천만 원으로 개정했는데, 이는 벌금 5천만 원까지는 구속하거나 집행유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무전 징역형 · 유전 벌금형이라고 했다.

김 법제이사는 "벌금이 올라갈수록 돈 많은 사람은 죄를 저질러도 빠져나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5천만 원을 하락시켜야 한다."면서, "벌금형이 선고되면 맷값을 물었다고 생각한다. 벌금형을 높인다는 것도 문제이며, 벌금형을 없앤다는 것도 어떤 경우에는 부적절할 수 있다. 가벼운 폭력 · 폭언의 경우가 그렇다. 가해자 월수입이 3백만 원인데 벌금 2백만 원이 선고되면 대단히 큰 효과가 나타난다. 본인이 주먹을 쓰고 싶어도 가족이 말린다."라고 했다.

적절한 양형이 돼야 한다고 했다.

김 법제이사는 "경찰은 한 명으로는 안 되며, 두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또, 처벌에 있어서 온정주의가 많다.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반성해도 법정 밖으로 나가면 사람이 달라진다. 피해자를 마주하면 눈빛이 적대감으로 이글거린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라면서, "양형주의나 형벌 · 처분 기준에 있어서 기준을 상향하고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은희 병원응급간호사회장은 "응급실은 중증도에 따라서 환자를 레벨 1~3(중증)과 4~5(경증)로 분류한다. 이 같은 중증도에 따른 진료 순서를 무시하고 일방적 · 즉각적인 진료를 주장하는 환자 · 보호자에게 응급실 간호사는 정신적 · 신체적 폭행을 일상다반사로 당한다."면서, "간호사 대부분은 응급실 주취자의 폭행 · 폭언, 성희롱 · 성폭행 등으로 무기력감이 가중되고 있다. 간호사는 주취자 증상을 살펴야 해서 환자 옆에 갈 수밖에 없고, 불안감을 상시 느끼다 못해 응급실을 탈출하고 싶어 한다.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해 응급실을 지원한 신입 간호사들은 기대와는 다른 응급실 환경으로 소중한 일터를 떠나고 있다."라고 했다.

응급실에서는 심신미약자 처벌 면제 · 감경 조항을 예외로 다뤄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응급실 내 폭력 대응은 한계가 있다. 예상치 않게 발생하여 무방비하게 당한다. 보안요원이 나서도 직접적인 방어를 행사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법의 현실이다. 응급실 내 경찰이 상주해야 한다."면서, "본인 보호를 위한 제압 행사가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의료현장에서는 가해자 폭력에 대한 증거 수집이 상당히 어렵다. CCTV가 있어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폭력 · 폭언 시 제삼자가 녹취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해야 한다. 또한, 가해자가 응급실을 재방문하여 협박 시 입실을 못 하게끔 제한하는 법령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응급실 폭력으로 피해를 본 의료인을 여러 공적 기금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의료진이 피해를 봤을 경우 회복을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다. 또, 응급의료 질 향상을 위해 응급실 전담 경력간호사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응급실 간호사가 안전한 환경에서 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 ·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경비업법을 재정비하여 경비원을 더 고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경찰이 응급실 내 상주해야 한다. 또한, 필요하면 국고지원을 통해서라도 CCTV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응급실의 제1 책임은 병원장에게 있으며, 두 번째는 경찰, 세 번째는 법이다. 의료진이 심한 폭행을 당하면 병원장이 반드시 형사고소를 통해 수사 · 재판받게 하여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 안전 문제는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응급실 안전을 위한 방안으로 발제자가 주취자 관리료 등 응급의료 수가 도입을 주장했는데, 응급의료 수가가 워낙 많은 탓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올라가도 안 될 것"이라면서, "문재인 케어만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 · 안전이 먼저다. 이번 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정책위원장은 "의료가 공공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에서 공무집행 수준의 형량으로 조정됐으면 한다. 또, 쌍방 과실 내용은 추후에 다루고 현장에서는 우선으로 체포해야 한다."면서, "의료현장에서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절대 안 된다는 사인이 있어야 한다. 불만 있는 부분은 다른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국가가 주도하여 우리나라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김 법제이사는 "간호사들은 폭행을 경험하면 응급실 · 병실을 떠난다. 간호 인력 부족은 심각한 문제이며, 부족으로 오는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미국의 경우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실, 장기요양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폭행 · 폭언은 대부분 가중처벌이 이뤄진다. 초동 단계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이후 사법기관에서 온정을 배제한 처분이 선고돼야 한다."라고 했다.

의료기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고 했다.

김 법제이사는 "우리나라를 보면 3성급 비용을 지불하고 5성급의 수준을 요구한다. 보안요원만 해도 엄청난 재정이 들어간다. 기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주취자 폭행은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일정 예산을 투입하여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취자를 응급실에 그대로 놓고 가면 다른 환자가 진료 방해를 받는다. 결국 의료기관이 전부 떠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는 "응급실을 30년간 근속하면서 들어볼 수 있는 욕은 다 들어봤다. 응급실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간 법 제안을 비롯해 경찰청 방문, 가이드라인 제작 등을 했으나 제대로 진행된 게 없다. 데자뷔를 느끼고 있다."라면서,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을 중의 을이다. 주먹을 휘두르는 환자에게 의사가 폭력으로 맞서면 의사가 환자를 때렸다고 뉴스에 나온다.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폭행범을 테러리스트로 취급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폭행을 당하는 의료진을 목격한 환자 · 보호자는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환자 상태가 안 좋아져서 심장마비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의료진이 기댈 곳은 결국 공권력밖에 없다. 그런데 응급실에 경찰을 배치해도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주취자 폭행 발생 시 경찰이 물리력 사용으로 제압해야 하는데 이때 인권 침해 등의 얘기가 나온다. 지금도 많은 병원에서 경비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대개 이들은 대신 맞아주는 역할을 한다. 만일 물리적인 힘 행사 시 쌍방폭행에 걸리며, 자기 돈으로 치료비를 내고 회사에서 해고된다."라고 지적했다.

드라마에서 의료진이 폭행을 당하면, 벌을 받는 장면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병원 대부분이 그 지역 사회를 기반하고 있어서 폭력을 행사한 이도 지역 주민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병원이 이미지 문제로 합의를 종용한다."면서, "의료진이 폭행을 당하면 개인이 신고하게 돼 있는데, 신고 후 합의를 안 해주면 가해자가 찾아와 협박한다. 병원 근무자 신원은 전부 공개돼 있다. 개인이 아닌 병원 차원에서 대응 · 고발해줬으면 한다. 병원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면 잠깐 소문은 나빠질지언정 재발 우려를 줄일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사업주는 근로자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박재찬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실 이용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왜 폭력이 발생하는지 고민해야 하며, 응급실 이용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복지부에서는 유관부처, 관련 학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 특히, 금년 하반기에 응급실 이용 문화에 방점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생각이다. 이는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했다.

경찰청 최주원 형사과장은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 소통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찰청 홈페이지에 해명 자료를 게시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조속히 쾌유하기를 기원한다."면서, "범죄가 발생하지 않게 예방을 강화하고, 최대한 신속히 출동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했다.

이번 익산 사건의 경우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출동했는데, 그 사이 상황이 끝나 있었다고 했다.

최 과장은 "응급실에서 신고가 접수된 경우 다른 어떤 경우보다도 우선하여 출동하겠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를 신속히 분리하고, 안전을 먼저 확보하겠다. 경찰의 경고 · 제지에 불응해서 저항하는 가해자의 경우 법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처리 과정에서 가해자의 전과, 여죄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는 ▲정은희 병원응급간호사회장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사무총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정책위원장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 ▲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보건복지부 박재찬 응급의료과장 ▲소방청 강대훈 119구급과장 ▲경찰청 최주원 형사과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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