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질병관리의 시대’다. 19세기가 전염병을 극복하는 공중보건의 시대였고, 20세기가 항생체, 항암제 등의 개발로 치료에 중점을 두는 ‘질병극복의 시대’ 였다. 21세기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등의 기술 발달로 질병 ‘관리’와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시대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The Business Research Company 2017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9,40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산업규모는 현재 IT 산업의 2배, 반도체 산업의 3배, 자동차 산업에 5배에 가까운 규모다. / 지난 13일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대한화학요법학회ㆍ대한감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송재훈 차바이오그룹 회장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 메디포뉴스는 송 회장의 발표내용을 토대로 ▲미래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 ▲미래 의료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치료방법의 혁신과 관련된 내용을 전한다.[편집자주]
◆미래 의료,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관리에 초점 맞춰야 할 것
“가장 먼저 65세 인구가 35%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고령화 속도는 우리나라가 이미 일본을 앞서고 있다. 이러한 고령 인구의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해 국가 보험재정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송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고령화’를 미래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하며, ‘만성질환’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Deloitte에서 발간한 2017 Global healthcare outlook에 따르면, 2024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12분에 1명 꼴로 알츠하이머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이러한 환경을 맞이해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4P 전략이 제시됐다.
4P 전략이란 ▲예측의학(predictive medicine) ▲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 ▲ 참여의학(participatory medicine) ▲ 개인맞춤 의학(personalized medicine)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즉, 여러 진단기술을 발달로 질병을 ‘예측’하고, 이러한 예측을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모든 질병 치료에 환자가 ‘참여’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개인맞춤 의학’의 개념이다.
◆개인 맞춤의학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① - 웨어러블 센서와 유전체 분석
개인 맞춤의학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로 ▲웨어러블 센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전체 분석 ▲의료에 활용되는 인공지능 ▲신속 진단을 위한 여러 기기 등이 제시됐다. 이 모든 기술이 가능할 수 있었던 기반은 ‘스마트폰’의 보급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이 웨어러블 센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앱’을 통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웨어러블 센서로는 ▲ AliveCor ▲Zio patch ▲ smart contact lenses이 소개됐다. 이 중 AlivCor와 Zio patch는 이미 상용화 된 제품이고, smart contact lenses는 현재 구글이 개발 중인 제품이다.
AliveCor는 작은 패치를 스마트폰 뒤에 부착한 뒤 패치 위에 손가락 두 개를 올려 놓으면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심전도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축적된 데이터는 병원으로 전송할 수 있으며 99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Zio patch는 홀터심전도를 없이 간단한 웨어러블 기기로 심전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Smart contact lenses는 현재 구글이 개발 중인 웨어러블 기기로, 컨텍트 렌즈를 착용하면 눈물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당뇨병 환자들이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혈액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웨어러블 기기다. 더 나아가 옷처럼 직접 입는 것만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웨어러블 기기도 등장했다. CYRCADIA HEALTH는 속옷처럼 이 웨어러블 기기를 가슴 부위에 부착하면 유방암이 발병할 때 감지되는 세포대사의 변화를 이 기기가 감지해, 유방암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원리를 가진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이러한 생체데이터 수집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생체 데이터와 함께 ‘유전체 분석’은 질병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질병 진단을 위해 유전체 분석이 활발해 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유전체 분석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2003년에 유전체분석 프로젝트 당시만 하더라도 한 사람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기 위해 13년 동안 총 10억달러가 투입됐는데, 불과 20년도 안 된 현 시점에서 한 사람의 유전체 분석을 위해 1시간 동안 100달러만 있으면 한 사람의 전체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유전체 분석기술이 대중화 됨에 따라, 질병 진단에 유전체 분석을 활용하는 회사인 23andMe과 우리나라의 마크로젠이 설립됐고, 미국 FDA는 지난해 4월 파키슨병, 알츠하이머 등 10가지 질병에 대해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병 위험도를 직접 검사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전체 분석의 갈 길 멀다. 우리나라 허용 유전체 분석 항목은 ▲체질량 지수 ▲중성지질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혈당 ▲카페인 대사 ▲피부 탄력 ▲피부 노화 ▲색소 침착 ▲탈모 ▲모발 굵기 ▲비타민C 대사 등이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유전체 분석을 허용해 주고 있는 항목은 굳이 유전체 검사를 하지 않아도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것들이 많다. 굳이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하며 유전체 분석을 할 필요가 없는 항목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것조차 허용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 유전체분석 회사는 규제에 묶여 사업을 확장해 나갈 토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 개인 맞춤의학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②- 액체생검 등의 신속 진단 기술
유전체 분석을 통한 질병 진단의 정확성이 확보되면서, 실제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인 ▲액체생검 ▲신속 진단기술이 등장했다.
Illumina의 자회사인 GRAIL은 혈액에서 cfDNA를 검출해 초기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Johns Hopkins에서는 프로젝트 CancerSEEK을 통해 환자 1,005명을 대상으로 유전자변이 16개와 암특이 단백질을 동시에 검출하는 기술을 진단해 이용하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암 검출률이 70%에 달했고, 5대 암 검출 예민도가 69-98%, 검출 특이도가 99% 이상이었다. 또한 장기별 암 확인률은 83%, 암 병기별 진단율은 1기 43%, 2기 73%, 3기 78%였다.
감염 분야의 핵심인 세균의 존재 유무와 항생제 내성을 세포 배양(culture)없이 분석할 수 있는 ‘신속 진단법(Point-of-care diagnostics)’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이 분야는 발전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의 기술 진보의 요구가 반영된 대회가 영국의 Longitude prize와 미국 NIH에서 연 ‘Antimicrobial Resistance Diagnostic Challenge’ 대회다. 미국 NIH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상금을 건 ‘Antimicrobial Resistance Diagnostic Challenge’는 200억원의 상금을 걸린 대회로, 개인이나 회사가 세포배양 없이 90분 이내에 세균의 존재 및 항생제 내성을 입증해 내는 기기를 개발을 겨루는 대회다. 당선작 발표는 2020년으로 아직까지 NIH에서 내건 당선작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개인 맞춤의학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③-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의 이용
한 사람의 외부 정부(life log; 행동, 사회경제적, 환경적 요소 등에 관한 24시간 데이터) 데이터 양1,100TB, 유전체 정보 약 6TB, 임상정보(병원 진료 자료) 0.4TB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 의료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분야로는 ▲복잡한 데이터의 분석 및 insight 도출(IBM Watson Health, Standigm) ▲영상, 병리, 특정 병변의 분석 및 판독(Vuno, Lunit, JLK INSPECTION) ▲연속 데이터의 모니터링 및 질병 관리(Medtronic-IBM Watson, Sugar.IQ) 등이 있다.
인공지능을 의료에 활용하는 가장 유명한 회사로는 IBM Watson으로 대표적인 솔루션으로 ▲Watson for Oncology ▲ Watson for Genomics ▲ Watson for clinical trials가 있다. 의료영상을 판독하는 회사는 ▲일반 의료 영상 ▲심혈관 영상 ▲폐 영상 ▲신경계 영상 ▲유방 영상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일반 의료 영상을 판독하는 Lunit과 Vuno를 중심으로 등 다양한 영상 판독에 사용되고 있다. 사실 영상은 디지털 신호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통해 더 쉽게 판별 할 수 있다.
지난 11일 미국 FDA는 역사상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 당뇨병성 망막증 진단 의료기기 IDx-DR를 승인했다. 또한 피부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병리판독 분야도 인공지능이 큰 활약을 하고 있다. 병리판독 경진대회에서 오류율을 살펴보면, 판독 경진대회 시의 병리과 의사가 3.5%, 일반 진료시에 병리과 의사가 13-26%, 미세병변을 진단 시 병리과 의사 23-42%, Beck lab Deep learning model이 0.65%다. 특히, 미세병변을 진단하는 인간 의사의 오류율은 40%가 넘는다. 결국, 영사의학과, 안과, 병리과, 피부과 등 전부 인공지능 접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송 회장은 진단했다. 심지어 인간관의 접촉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신관 역시도 인공지능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인간 정신과 의사보다 인공지능 기계에 자신의 어려움을 상담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정밀의료를 가능하기 하는 면역치료, 줄기세포치료, 마이크로바이옴
의료 패러다임의 최종 종착역은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이다. 유전체 분석 등을 통해 적절한 용량의 약을 적절한 시간에 환자 개개인에 맞는 의료를 펼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밀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치료 혁신으로는 ▲면역치료(면역항암제와 CAR-T 치료제) ▲줄기세포 치료 ▲마이크로바이옴이 제시됐다.
면역치료는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anti-PD-1과 anti-PDL-1인 면역관문억제제인 면역항암제가 있다. 이와 함께 환자의 T-cell을 뽑아 chimeric antigen을 붙여 항암 효과를 극대화 시킨 기술인 ‘CAR-T’ 치료제도 있다. 현재 노바티스의 KYMRIAH와 길리어드의 YESCARTA가 승인됐는데, 현재 치료가격이 475,000달러, 373,000달러로 매우 고가다. 미국 CMS는 12일에 CAR-T 치료제의 가격을 80%이상 보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면역 치료와 더불어 또 다른 큰 변화가 재생의학이다. 대표적인 재생의학 기술로 ▲줄기세포 ▲3D bio-printing을 이용해 장기 생성 ▲장기 chip(Lab on chip) 등이 있다. 실제로 3D 프린터로 귀를 만들어 이식한 사례도 있다. 또한 Organ chip 동물 실험을 대체해 세포 수준과 동물 수준의 실험을 하나의 칩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나아가 유사 장기인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것까지 발전돼 있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은 “서울대 의대 모 교수님이 하고 계신 오가노이드 연구는 환자의 cancer cell을 뽑아 2주 안에 cancer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항암제 testing을 할 때 바로 조직에서 암 세포를 떼어나 오가노이들 만들어 ex vivo에서 항암제 실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와 관련해서는 송 회장은 “세계적으로 줄기세포치료제가 승인된 것이 6개가 있다. 그 중 우리나라가 4개(파미셀의 ‘하티셀 그램-AMI,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 안트로젠의 ‘큐피스템’, 코아스템의 ‘뉴로타나-R)다. 물론 세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나라가 줄기세포치료제를 선도한다고 보기 보단, 한국이 줄기세포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중에서 메디포스트의 카니스템만 약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나머지는 거의 팔리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고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 환경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이처럼 아직까지 줄기세포치료제가 보편화되지 못 한 이유로 송 회장은 “현재 줄기세포 치료 효과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질병을 치료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약으로 승인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second genome으로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뇌신경 질환, 치주염, 자가면역질환, 대사성 질환, 심혈관 질환, 암, 염증성 장질환,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 등과 마이크로바이옴 관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