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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계 "이대목동 의료진 구속영장 철회하라!"

병원 · 재단 · 보건당국의 책임 함께 규명해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이하 광수대)가 지난 3월 30일 오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물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교수 2명, 간호사 2명 등 의료진 4명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불구속 대상은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1명, 전공의 1명, 간호사 1명 등 총 3명이다.

광수대는 30일 "이번 사건은 질병관리본부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및 수사결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잘못된 관행에 따라 지질영양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Citrobacter freundi)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라면서, "위법한 관행을 묵인 · 방치해 지도 · 감독의무위반 정도가 중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잘못된 관행의 내용은 수사결과 발표 시 브리핑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한병원협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이 성명을 발표하고, 의료진 구속 영장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30일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관련 의료진 구속영장 신청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법원에 간곡히 요청했다.

병협은 "지난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사건의 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더는 우리 사회에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사건 수사를 통한 원인 규명 과정을 지켜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해 왔다."라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소속 의료진 4명 대상으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웠다고 했다.

병협은 "이미 해당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제도적 문제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당 의료진의 구속영장 신청은 의료인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것"이라면서, "법원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줄 것"을 주장했다.

또한, 처벌에 앞서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해법 모색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지난 1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영장 신청을 철회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본 영장 신청이 불구속 수사 및 무죄 추정 원칙을 위반하고 의사를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재단하는 현 사회적 분위기에 영합한 신청이라고 규탄했다.

성명서에서 병의협은 "신생아 중환아실은 교수, 전공의, 간호사 등 여러 직역의 인력이 치료를 시행하는 곳이며 매뉴얼에 따라 각자 진료 수행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라면서, "중환아실 의료진은 국가에서 강제한 의료체계하에서 적자 운영을 감수하며 미숙아를 살리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했다.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의료진에게 형사책임을 물으며 구속 영장을 신청한 서울 경찰청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신생아 중환아 12명이 타 병원으로 전원 되기도 전에 가운과 마스크 착용 없이 구둣발로 들어와 감염 폐기물 쓰레기통을 바닥에 쏟아놓고 증거를 수집해 입원 중인 신생아의 생명을 위협한 수사를 지시한 서울 경찰청장의 파면을 촉구한다고 했다.

▲적자 운영 ▲교과서적 진료 행위 급여 불인정 ▲의료인의 과도한 근로 시간 등 의료기관의 고질적인 문제를 알면서도 오랜 기간 방치하고 묵인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더불어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도 그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병의협은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 형법에서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며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구속의 사유가 된다. 또한, 유죄판결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다."라면서, "그러나 경찰은 '잘못된 관행을 묵인 · 방치해 지도 · 감독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병의협은 불구속 수사 ·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하고 의사를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재단하는 현 사회적 분위기에 영합한 영장 신청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도 1일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구속영장 철회하라!'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고는 잘못된 관행을 이끌어 온 병원과 재단, 보건당국의 책임이 함께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가 연이어 사망했고 경찰 조사 결과 '잘못된 관행'에 따른 과실치사로 규정한 만큼 병원과 해당 의료진이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라면서, "그러나 경찰이 사건의 원인으로 밝힌 잘못된 관행이 단지 이대목동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점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라고 했다.

보건당국은 지난 3월 7일 주사제 분할 사용 후 증량 청구 개연성이 높은 84개 의료기관을 선정해 자진신고 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들 의료기관 모두가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잘못된 관행을 방치하도록 만들어 온 제도적 허점이 존재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노조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원인을 감염관리시스템 및 병원운영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보건의료정책 부실로 지적했다. 이에 노조는 잘못된 관행을 방치하도록 한 관리 · 감독 의무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의료진들에게만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적어도 보건당국이 주사제 분할의 관행을 자진해 신고토록 한 의료기관이 87개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염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밝힌 잘못된 관행의 책임은 해당 의료진만이 아니라 해당 의료기관과 경영진, 보건당국 모두에게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노조는 "해당 의료진의 구속 수사 방침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한다. 구속영장을 철회하고, 감염관리시스템 · 병원운영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의료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라면서, "이화의료원의 해당 의료진이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책임 대상자라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이들을 구속하는 것은 모든 과실 책임을 의료진들에게만 뒤집어씌울 소지가 크다."라고 했다.

이번 사고를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관행을 이끌어 온 병원, 재단, 보건당국의 책임이 함께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주사제 분할 사용이라는 관행은 의료 인력의 부족 때문에 발생했다. 이번 사태가 몇몇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주사제 분할 청구를 막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라면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총체적인 감염관리시스템 및 병원운영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은 채 해당 의료진에게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병원, 재단, 보건당국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또한, 이대목동병원 및 이화학당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비록 병원이 유족에게 사과를 전했더라도 진정한 책임을 지려면 더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대목동병원의 감염관리시스템과 운영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라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약사와 간호사 등 부족한 인력을 채워 더 나은 의료서비스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에 앞서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난 30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2018년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총회 참석자들은 해당 의료인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사를 접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임영진 회장은 "이번 사태는 이대목동병원만이 아닌 중환자 진료를 책임지는 모든 병원의 공동책임이자 고통"이라며, "의료현장 감염관리체계에 대한 국가적 · 제도적 차원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생각과 함께 보건당국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협의회는 해당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진 상황에서 구속영장 청구는 너무 과하며, 중환자 진료의 위축이 염려되므로 선처를 호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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