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회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전환한 대의원회의 결의가 원심과 달리 전격 무효판결이 내려진 주요 이유는 의결에 참석한 대의원들의 정족수가 재대로 만족했는지 여부를 피고 측이 입증해 내지 못한 데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이 결의에서 채택된 안건으로 회장 선거와 관련된 정관을 간선제로 개정하고 2012년에 있을 차기회장선거 준비를 위해 하위규정 마련과 관계 규정 정비 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당시 의결에 참석한 대의원의 수가 정족에 미치지 못해 이 결의자체를 무효화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이 같은 대의원회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의 의사협회장 선거권이 과연 기존 방식인 직선제로 되돌아 갈 지 혹은 다시 한 번 더 간선제로의 전환을 추진할 것인지 대의원회의 결정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메디포뉴스는 이번 상고심 판결에서의 주요 쟁점을 짚어보고 이에 따른 대의원회의 향배에 대해 전망해 봤다.
◆ 원심 판결 뒤집힌 이유는 “재적 대의원 정족수 부적합”
서울고등법원 제 21민사부는 30일 민초 의사들로 구성된 선거권찾기모임이 제기한 의협 대의원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취소하고 대의원총회에서 행한 회장선거 관련 정관개정결의를 무효화 했다.
1심에서는 대의원 구성 자격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 초점이 맞추어 졌다면 이번 항소심에서는 대의원 의결 정족수 만족 유무가 재판의 주요쟁점 사항으로 떠올랐다.
원고들은 항소심 변론에서 이 사건 결의당시 정관규저상 의사 및 의결정족수에 해당하는 재적 대의원 243명의 2/3 이상인 162명의 출석에 이르지 못해 이 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고들은 재적대의원 243명의 2/3이상인 162명이 출석했고 이 절반 이상인 128명의 찬성을 얻어 회장선거 간선제가 가결되었으므로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피고는 이같은 대의원 정족수를 출석대의원들의 성명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진행위원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고 측은 또 대의원들이 수시로 총회장을 들어오거나 나가기도해 안건마다 출석한 대의원들의 성명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결의 당시의 정황들이 담겨진 증거물과 증인의 증언에 따른 원고측의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보면 이때 당시 출석대의원이 누구인지 현재까지도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측이 주장한 당시의 정황만으로 이 안건의 결의 당시 의사정족수를 갖춘 적밥한 결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당시의 의결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의협 회장선거 “직선제로 회귀 vs 간선제 재의결?”… 대의원회 결정에 “촉각”
이렇듯 1심과는 확연하게 판결이 나옴에 따라 의협 대의원회가 이를 어떤식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번 주말 임시운영위원회를 열고 향 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그러나 1심과 판이한 결과가 나온 이번 항소심이, 대의원 자격 적법성에 있어 그런것이 아니고 대의원 의결 정족수가 인정받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대의원회 관계자는 “판결문을 송달 받고 대의원들이 모여 논의를 해봐야 공식적인 입장을 결정하겠지만 고법에서 1심 전체를 무효화 한 것인지 아니고 대의원 의결 정족수 불인정이라는 한부분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은 것이라면 이에 대해 항소를 한다기보다 선거권 전환에 대해 재의결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즉,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를 소집,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어 의협회장 선출 방식에 대해 재의결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대의원들이 간선제로 결의한 것은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 회장 직접선거의 폐해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회원들이 원해서”라면서 의결 결과에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족수 불충족 등의 문제가 있었음에도 올해 초 대의원회에서 당시의 의결로 정관을 변경하고, 간선제 준비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여론의 비난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시대의원총회를 연다고 해도 이 결의 이후 지역의사회를 중심으로 회원 직접선거에 대한 열망이 강해진 만큼 의협회장 선출방식을 당시의 의결대로 대의원 간접선거로 결의할 수 있을지도 좀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