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고지, 개원가 의료관광에 찬물 끼얹을까?

외국인환자 진료비, 병원마다 천차만별… 가격 책정에 고심

오는 31일부터 일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고지 의무화가 시행되는 가운데 이를 앞둔 개원가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한 의료관광 사업에 찬물을 끼얹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비급여를 전문으로 하는 성형외과 개원가 등은 비급여진료비 고지가, 이미 시술비의 마지노선이 정해져 있고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국내 환자보다 철저히 비밀로 붙여지고 있는 외국인 환자 시술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향 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현재 외국인환자의 진료비의 경우 시술의 종류에 따라 각 의료기관별로 가격이 천차만별로 책정돼 있기 때문.

즉, 국내환자의 진료비가 노출이 될 경우 이를 감안해 너무 높거나 낮지 않게 외국인환자의 진료비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동안의 매출 정황을 고려했을 때, 적정수준을 책정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의 A성형외과의원 K모 원장은 “앞으로 시행해야 할 비급여 진료비 고지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이는 국내 환자보다 외국인 환자 진료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환자의 경우 인터넷과 입소문 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술의 비용을 꿰차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잘 알고 있어 이를 대대적으로 공개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국인 환자의 경우 이와는 달리 시술 요구사항과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그 가격을 유연성 있게 책정해 왔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모든 진료비가 전면에 공개될 경우 외국인 환자의 시술비도 통역비와 기타 서비스 비용 등을 감안해 여태껏 병원에서 제시해 왔던 것과 달리 이와 비슷하게 책정되어야만 형평성에 어긋나지도 않고 외국인 환자에게도 불쾌감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

K모 원장은 그러나, 이 경우 외국인 환자 선점을 두고 외려 타 의료기관과의 가격경쟁을 부추겨 외려 질하락을 유발하고 외국인 환자 유치가 개원가의 수익창출의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B피부과 의원도 이와 같은 입장이다. 이 의원 관계자는 “국내환자는 이미 시술비용의 현금가와 카드가를 두고 흥정을 할 정도로 진료비에 통달하지만 외국 환자는 그동안 병원이 제시하는 가격에 진료를 받아 왔던 게 사실”이라며 “향 후 비급여진료비 고지가 활성화 되고 있는 의료관광에 타격을 입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명성 확보도 중요하고 소비자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의료관광 활성화에는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에 대해 한성형외과의사회 황영중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 고시와 관련, 아직 시행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진 게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진료비 공시 이후 외국인 환자 진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 고시는 어차피 하고 있는것 이니까 겉에 붙이느냐 안붙이느냐의 차이일 뿐 큰 의미가 없지만 우려되는 건 과도하게 노출이 되면 가격덤핑 및 환자유인 현상이 나올수 있고, 내국 환자와 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던 외국인 환자의 진료에도 차별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의료관광을 봤을 때 가격은 신뢰도의 확립 측면에서도 차별화 조건이 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