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13년 만에 개정판 나왔다

최정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면역요법/알레르겐 연구팀 팀장&법제이사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이 발간됐다.

이번에 발간된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은 약 13년의 기간 동안 축적된 다양한 알레르기 면역요법과 관련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알레르겐과 그에 맞는 시약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실무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에 답변도 수록돼 있어 많은 의료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이번에 개정작업을 진행한 최정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면역요법/알레르겐 연구팀 팀장&법제이사(한림의대 동탄성심병원 내과 교수)를 만나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이전의 진료지침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이 제정·발간됐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A. 저희가 2022년 3월부터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약 1년 넘게 고생한 결과, 올해 5월 춘계학술대회 때에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 작업에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의 교수님 27분이 참여하셨고, 이분들의 노력 덕분에 학회의 충분한 지원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이번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을 제정·마련하게 된 이유·계기는 무엇인가요?

A. 알레르기 질환은 천식 비염부터 시작해서 아토피 피부염 등 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많습니다.

문제는 알레르기 질환 대부분은 만성질환으로, “계속 평생 약 먹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질환들 중 하나인데, ‘알레르기 면역요법’은 이러한 질환들을 완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레르겐 선정, 투여방법과 부작용 대처 등 교과서로만 알 수 없는 경험적인 부분이 많아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십니다. 

이로 인해 대학 교수 또는 소수의 전문가 선생님들만 시행하고 있어 환자들이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인지 및 받아볼 기회가 적어지고, 일반 의료진들이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시행하고 싶어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저희 학회에서는 2010년도에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을 전문가 의견서 형태로 만들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저희가 알레르기 면역요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서를 만든 지도 10년이 넘어가고 있으며,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특히, 설하면역요법 등 새로운 면역요법의 임상 경험이라든지 노하우가 많이 쌓이는 등 업데이트가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학회 주도 하에 집필위원들을 모집해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Q. 이번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고, 이전의 진료지침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이번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의 특별한 점이라고 한다면 4가지 정도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지난 10여년 동안 쌓인 임상 근거들을 모아 심도 있게 분석한 다음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전문가들로 꾸려진 교수님들과 의료진들의 의견을 취합해 문맥을 결정하고, 근거 수준을 제시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알레르겐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꽃가루는 지역에 따라 꽃가루 분포 및 중요한 꽃가루가 다릅니다. 이를 고려해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꽃가루가 많고, 국내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게 계절별로 중요한 꽃가루 알레르겐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제조회사별로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꽃가루 알레르겐 시약의 종류를 도표로 만들어서 제공하였습니다.

세 번째로는 지난 30여년간 설하면역요법에 대한 임상연구와 경험이 많이 쌓였습니다. 피하면역요법과 비교하면 설하면역요법은 효능이 비슷하면서도 심각한 부작용 발생이 적어 소아와 바쁜 학생과 직장인들에게서 선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하면역요법을 의료진들이 시행하려 할 때도 어려운 부분은 존재하거든요? 

이를 고려해 이번 개정판에서는 설하면역요법을 위한 챕터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설하 면역요법 챕터를 따로 읽어보시면 아주 기초부터 그리고 상세하게 잘 기술돼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면역요법 관련 강의를 진행하면 매번 나오는 다양한 실무적인 질문들이 있는데, 학문적인 근거보다는 환자를 많이 보시는 전문가들의 경험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자주 묻는 질문’이란 챕터를 만들어 마지막에 배치했습니다. 

특히, 피하면역요법에서 항상 궁금증이 많은 투여방법, 상황에 따른 투여 용량 및 간격의 조절 등에 대해 세세하게 기술돼 있으므로 의료진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진료지침 개정 과정에서 어떤 쟁점·어려움 등이 있었나요?

A. 쟁점으로는 요즘 진료지침 개발에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한 근거의 질 평가와 분석을 토대로 권고안을 도출하는 신규 개발방법을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신규 개발방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여러 번의 논의 끝에 면역요법, 특히 피하면역요법은 100여년의 역사를 가졌으나, 관련 방법과 효능에 대한 무작위대조연구 같은 양질의 임상연구가 많지 않고, 세세한 방법들은 경험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고려해 신규 개발보다는 다른 나라의 면역요법 진료지침처럼 기존의 지침에 임상근거들을 더하고 전문가들이 합의하는 방법인 수용개발로 가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져 해당 방식대로 개정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또한, 많은 집필위원분들이 이번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총 27분이 참여해주셨는데, 그러다보니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저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활성화된 온라인 회의 및 주제별로 팀을 구성해 팀별로 주어진 과제와 타임 스케쥴을 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번 개정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개정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 및 개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Q. 향후 진료지침 관련 계획 및 학회 일정·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진료지침은 시간이 흐르면서 쌓여진 연구결과와 의료현실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저희 학회에서는 작년에 지침개발위원회를 새로 개설했으며, 조금 중구난방이던 지침개발이 학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정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업데이트가 이뤄져야 하는 사안인 만큼, 향후 학회와 연구회에서 이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계획이며, 앞으로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지침 개발을 학회가 주도해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저희가 이번에 개정한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을 영문으로 만들어서 저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인 ‘Allergy, Asthma & Immunology Research(AAIR)에 투고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면역요법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저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면역요법 연구팀에서는 12월 9일에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나온 ’알레르기 면역요법 진료지침‘ 개정판 내용들을 강좌로 엮어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제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므로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그밖에 정부나 의료계, 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알레르기 면역요법은 알레르기 질환을 완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학회 차원에서도 더 많은 대국민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며, 그 일환으로 진료지침 개발과정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개발된 지침을 학회 홈페이지에 게시해 의료진과 일반 국민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끝으로 알레르기 환자들은 아직까지도 면역요법에 대해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 질환이 만성질환인 만큼 면역요법이 급여화가 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궁극적으로는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정부가 깨닫고 급여화를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