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천식 환자들이 높은 치료제의 부담으로 맞춤형 치료받지 못해 삶의 질이 떨어짐은 물론, 각종 합병증 위험과 사망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각지대를 개선하려면 다양한 생물학적제제에 대해 급여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료진의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주관하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후원하는 ‘중증 천식 환자 삶의질: 치료 사각지대 개선 위한 정책 토론회’가 7월 25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정책 토론회에서는 중증 천식 환자들의 경우에는 급여가 적용되는 치료제가 단 하나에 불과해 제때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높은 질병 부담과 낮은 삶의 질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의 실상이 발표됐다.
◆‘중증 천식 환자의 질병 부담과 삶의 질’
먼저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한해 천식 환자는 200여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증 천식 환자는 2015년 기준 약 7만명을 기록한 점과 전체 천식 환자 중 중증 천식 유병률 변화의 경우 2002년 3.5%에서 2015년 6.1%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음을 고려하면 7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라고 전했다.
특히, 중증 천식 환자의 비중증 천식 환자 대비 연간 외래방문 횟수가 3배에 달하고, 연간 입원 횟수는 2배에 달하며, 1인당 약제비용은 10배에 달함은 물론, 비급여 생물학적제제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해 중증 천식 환자들이 질병 부담이 큰 상황에 놓여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천식의 보건사회적 비용은 한 해에 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중증 천식은 전체 천식 환자의 10% 정도이지만, 보건사회적 비용은 전체의 약 30%에 달하는 4조원이 소요되고 있으며, 이는 경증 대비 9배에 해당하는 비용이 지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천식으로 인한 사망률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천식 연관 사망률(AAD): 2003년 16.2명 → 2015년 28명 ▲인구 10만명당 천식 기여 사망률(ACTD): 2003년 4.8명 → 2015년 13.8명 ▲천식 인구 10만명당 중증 천식 연관 사망률: 2003년 1917건 → 2015년 2650건 등을 각각 기록할 만큼 10년 사이 3배 증가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천식 사망률은 천식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4.2명으로 OECD 국가 중 2위에 해당함은 물론, 천식으로 인한 인구 10만명당 입원율은 65.0명으로 OECD 평균의 약 2배에 달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의료 인프라가 발달하고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천식만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나쁜 평가·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우리가 반성해야 하고, 이러한 문제점이 정책 방향에 반영돼 결정해야 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중증 천식환자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천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치료에 대한 불안감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기침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침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에서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힘든 일상활동에 가장 큰 불편을 느끼고 있음은 물론, 거의 모든 일상활동에서도 천식 환자들은 상당한 불편함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가생활에 대한 삶의 질이 가장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천식 악화로 인한 발작의 위험과 응급상황 시의 의료접근성에 대한 불안, 잦은 기침에 따른 일상의 불편함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중증 천식 환자들이 가장 심하게 불편감을 느끼는 부분은 통증 및 불편감으로 나타났으며, 천식 악화에 대한 걱정이 정신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됨은 물론, 피로감과 수면문제 등 일상생활이나 업무에서의 지장을 끼칠 수 있는 항목들에서 중증 천식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주요 만성질환별 EQ-5D환산 점수를 살펴보면, 일반 천식은 0.873으로 ▲갑상선 질환(0.911) ▲이상지질혈증(0.910) ▲고혈압(0.900) ▲당뇨병(0.898) 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증 천식의 EQ-5D환산 점수는 0.803으로 암 환자(0.861)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 교수는 중증 천식 환자들이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받게되면 삶의 질이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점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중증 천식 환자의 생물학적제제 사용군의 약제 사용 전과 6개월 후 삶의 질을 비교한 결과, ▲QLQAKA(한국형 천식 삶의 질 평가) ▲SAQ(중증 천식 삶의 질 평가) ▲CQA(천식 기침 설문) ▲EQ-5D(유럽 건강관련 설문) 등의 모든 삶의 질 평가도구에서 약제 사용 전보다 삶의 질 지표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의 심각성과 사회적 영향, 정신적 영향, 환경적 영향, 신체적 반응, 운동능력, 자기관리, 일상활동, 통증·불편, 불안·우울 등의 모든 영역에서 일반치료군보다 생물학적제제 사용군의 삶의 질 호전 정도가 개선된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효과가 좋지만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켜 중증 천식 환자들의 삶을 개선시키려는 노력과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빼앗긴 숨, 치료 사각지대 중증 천식’
이어서 정재원 일산백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장기간 경구 스테로이드제 투여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위험에 대해 설명했다.
경구 스테로이드제 사용이 누적될수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피부염, 만성 비부비동염, 호산구성 식도염 등이 높은 빈도로 동반됨을 비롯해 다양한 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누적 투여량이 증가할수록 ▲골다공증/골절 위험 최대 5배 ▲심부전/심근경색증 위험 최대 2.5~3배 ▲제2형 당뇨병 위험 최대 2.5배 증가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또, 정 교수는 위와 같은 위험성 때문에 세계천식기구(GINA) 가이드라인에서는 “5단계 중증 천식 환자에게는 생물학적제제 사용을 추천하고,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강구해야 한다”라고 권고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한국 천식 진료지침도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장기간 사용을 피하고, 어쩔 수 없이 투여가 필요하다면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음을 안내했다.
하지만 현실은 ‘2020 세계 중증 천식 레지스트리’에 따르면 중증 천식 환자군에서 경구 스테로이드제 지속 복용 비율이 우리나라가 92.9%로 미국(20.4%)보다 4.5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할 정도로 경구 스테로이드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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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의사 입장에서는 생물학적제제 급여 적용이 지연되고 있어 사실상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면서 2007년 6세 이상 중증 알레르기성 천식에 대해 사용 시 급여가 적용되는 생물학적제제 ‘오말리주맙’ 외에는 추가로 급여 혜택을 받는 중증천식 타깃 생물학적제제가 없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유사한 보험체계를 가진 다른 나라들은 오래 전에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급여 환경을 구축한 상황으로, ▲오말리주맙 ▲두필루맙 ▲벤라리주맙 ▲레슬리주맙 ▲메플리주맙 등 총 5종의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 중 급여가 적용되는 생물학적제제가 1종에 불과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점을 꼬집었다.
끝으로 정 교수는 “모든 질환이 다 환자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데, 유독 천식만 지연되고 있다”라면서 다양한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약재들이 빨리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환자와 의사 모두의 바람이라는 것을 기억해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급여화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류마티스 질환을 비롯한 다른 중증·희귀질환처럼 중증 천식에 대해서도 산정특례제도가 적용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