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인 대응 필요성이 강조됐다.
하태경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공동 주관한 ‘우리 아이 알레르기, 이제 국가가 나설 때’ 토론회가 10월 6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하태경 의원은 “알레르기 문제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알레르기 문제는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고통의 크기가 크고, 일상적이다. 완치가 되지 않는 알레르기에 대해 선진적인 치료법 개발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향후 알레르기관리법 발의를 위해 법 조항으로서 포함될 내용을 다루고자 열렸으며, 국립암센터처럼 국립알레르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백대용 이사장은 “알레르기 문제 대응 필요성에 공감해 의료 분야의 첫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주관하게 됐다. 단적으로 국립알레르기센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알레르기 관리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인 관심과 함께 알레르기 관리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국제이사 김태범 교수가 맡았으며, 분당서울대병원 장윤석 교수가 ‘현장에서 본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 청년변호사 모임 서치원 변호사가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 알레르기성 질환에 대한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을 발제했다.
장윤석 교수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인 천식, 알레르기비염/결막염, 만성기침, 아토피피부염, 두드러기 등을 소개하며 “천식은 국민 10명 중 1명, 알레르기비염은 3명 중 1명, 아토피피부염은 5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국민 중 다수가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대학병원 중에서도 수익성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알레르기내과가 없는 병원이 있을 정도로 현재 알레르기 질환 관리와 연구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며, ‘알레르기내과 전문의 배치를 위한 약물이상관리실 의무 설치’를 제언했다.
장 교수는 “기존에 감염관리실 의무 설치를 통해 감염내과 전문의를 배치한 것처럼, 알레르기내과 전문의들이 약물이상관리실을 통해 병원에 위치해 알레르기 관리와 연구를 활성화하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제한 서치원 변호사는 호주, 일본, 핀란드 등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알레르기성 질환에 대한 국가적 대응 확대 필요성을 제시했다.
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알레르기 질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조례’를 시행하고, 해당 내용이 정책 수립의 거의 유일한 법적 근거가 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국가 단위로 알레르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호주 의회는 2022년 9월 국가적 차원에서 한화 약 242억 규모를 투자,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 및 대응을 위한 국가알레르기협회를 마련했으며, 일본은 2008년부터 알레르기 기본법 제정에 착수해 2015년 말부터 알레르기 질환대책기본법을 시행했다.
또한 핀란드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핀란드 프로그램’을 진행, 적정량에 알레르기 물질에 사전 노출되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국 338개 교육센터를 중심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는 프로그램 시행 10년만에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을 크게 감소시킨 성공 사례로서, 해당 질환에 대한 의료 및 장애비용 30%(한화 약 2831억 원)를 절감했다.
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 호흡기알레르기질환연구과가 관련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국가적, 체계적인 대응을 위한 조직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후 토론에 참여한 김영열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알레르기질환연구과 과장은 “해외 국가들의 알레르기 질환 대응 사례를 설명해주셨는데 저희 기관도 그런 추세에 맞춰가기 위해 알레르기TF 임시 조직으로 출발해 관련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OPD와 같은 호흡계 질환이 합쳐지면서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우선순위가 밀리기도 하고, 심뇌혈관 질환에 비해 중증도가 떨어지다보니 국가적인 예방과제 개정이 2007년 천식아토피 종합대책계획 수립 이후 약 15년만인 작년 4월에야 됐을 정도로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영열 과장은 “국립심뇌혈관연구소가 시작된지 5년 정도 돼 겨우 태동하는 것을 보면서 국립알레르기센터를 설립해도 과제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체계적인 국가적 컨트롤타워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는 없고 현재 과제와 앞으로 할 것에 대한 말씀을 드리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환자가 체감하는 알레르기 전문의 부족과 치료체계의 한계도 언급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중증아토피연합회 최미연 회원은 “지역 병원에서 피부과 전문의가 별로 없고, 중증질환 발생 시 대학병원까지 가서 기다려야 한다. 일반의가 많은 지역병원에서는 이미 받고 있는 치료를 제시할 뿐이고 중증질환에 대응할 체계가 없어 불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서울아산병원 김태범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 질환은 다른 질환에 비해 우선순위가 가장 밀려있다. 우리나라는 질병청의 작은 과에서 전담하고, 연구 측면에 집중하고 있어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알레르기와 감염질환에 대응하는 NIAID와 같은 기관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