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조영제에 대한 과민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기존에 실시하던 전처치 대신 다른 조영제를 대체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2023 춘계 국제학술대회의 Pros and Cons 세션에서 ‘Is Premedication Needed for the Prevention of Radiocontrast Immediate Hypersensitivity?(방사선 조영제 즉시과민증을 예방하기 위해 전처치가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 발표가 진행됐다.
Cons를 맡은 강성윤 가천대학교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최근 영상학회나 유럽 면역학회에서는 조영제의 예방을 위해 전처치를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추천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라며 전처치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 교수는 “1시간 전에 스테로이드를 한 번 내지 여러 번 혹은 항히스타민을 같이 썼을 경우 어느 정도의 예방 효과가 있는지 분석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처치를 한 경우 85%가 과민반응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됐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15%는 여전히 반응이 생긴다는 뜻이다”라며, 전처치가 모든 조영제 반응을 다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예방을 하더라도 그 정도가 상당히 미약한 데다, 실제로 예방하기 위해선 많은 횟수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과민반응을 예방하기 위해선 과민반응을 일으킨 조영제 대신 다른 조영제로 대체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전처치 여부에 관계없이 조영제를 바꿨을 때 과민반응이 얼마나 감소되는지 실험한 결과, 조영제를 바꾼 경우 전처치군에 비해 상당히 많은 수의 과민반응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1900여건의 CT 결과를 후향적으로 분석, 전처치를 한 경우와 조영제를 바꾼 경우를 비교한 실험 결과, 전처치를 하더라도 같은 조영제를 쓰면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강 교수의 주장에 Pros를 맡은 박소영 중앙대학교광명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과민반응을 보인 약제를 임상적으로 다시 쓰진 않는다. 어찌 보면 조영제를 바꾸는 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바꾸느냐에 대한 근거 연구가 아직 미흡하다”고 반론했다.
이어 “전처치를 시행하지 않고 조영제만 바꾼 환자와 같은 조영제를 쓰면서 전처치를 시행한 환자를 비교한 후향적 연구에 따르면 전처치 없이 조영제만 바꾼 그룹에 비해 전처치 그룹이 과민반응 비율이 훨씬 낮았다. 전처치를 하고 조영제를 바꾼 환자와도 비교했는데, 조영제 변경이 예방 효과는 확실히 있었지만, 전처치를 같이 했을 때 그 효과가 더 극대화됐다”며, 조영제 대체 사용과 관계없이 전처치는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작년 개정된 임상진료지침도 제시하며 “기관마다 쓰는 전처치 약물의 양이나 인터벌 등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처치하는 걸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영제 과민 반응 예방을 위한 전처치는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시행돼 온 근거 있고 전통적인 예방법임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과민반응 종류에 따른 적절한 용량과 투약 간격 등에 대한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처치를 하지 않으면 과민 반응의 발생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없다. 특히나 중등증이나 중증 과민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전처치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절차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의학의 발전은 새롭거나 도전할 부분이 있으면 도전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처치도 중요하겠지만, 조영제를 바꾸는 게 도움이 된다는 후향적 연구로 밝혀진 근거들이 있으니 이와 관련된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증이든 중증증이든 중증이든 모든 환자들을 무작정 다 전처치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숙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