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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개인의료정보 전자 전송’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불과 얼마 전에도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낸 바 있고(http://bitly.ws/IeWS), 국회토론회도 진행했으며(http://bitly.ws/IeXu)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우리들이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은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민의를 대변하는 입장을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5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 보험업법 개정안이 논의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상황. 

이에 많은 의원들이 이 사안에 대한 시민사회 입장을 명확히 이해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우리 입장을 요약한 의견을 다시 전달한다. 이는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들으라는 마지막 경고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1. 소비자 편익은 없으며, 오히려 불이익이 분명

개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액보험 청구가 쉬워지면 소비자에게 2~3000억의 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지금도 손해율이 높다며 난리인 보험사들이 청구 간소화로 손해가 더 많아졌다며 갱신 시 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때 정부와 국회는 이를 규제할 장치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최소한의 지급률 하한 규제도 없는 실손보험의 소액보험 지급이 늘어도 결국 보험사가 '손해율이 높다'며 보험료를 인상하면 조삼모사에 불과할 뿐이다. 소비자 편익은 허상인 셈이다.

결국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사가 의료기관으로부터 직접 환자의 전자정보를 받아서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축적, 갱신할 수 있다는 사실만 남는다. 

보험사가 환자 정보를 디지털 프로파일링(digital profiling)하는 것은 보험사만의 이득이고 환자에게는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보험사가 이 법 개정을 적극 원하는 이유다.

또한, ‘청구자료를 보험사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 

애초에 청구 기록은 지금도 보험사에 남아 활용된다. 심지어 ICIS(보험신용정보통합조회시스템)를 통해 모든 보험사가 이를 공유한다. 고지 의무 기간이 지난 진단과 치료 내역도 새로운 보험 가입을 할 때 거절 이유가 되거나 부담보 사유가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도 보험사들은 '청구가 간소화되면 빅데이터가 쌓여 비급여 심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한 경제지는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민감정보로 분류돼 활용이 어려웠던 개인정보를 통해 상품개발을 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더욱이 보험회사들은 과거 법적으로 금지됐음에도 그들이 얻은 개인정보를 다른 정보와 결합하는 일도 이미 저지른 바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와 2017년 양사 동시 가입한 240만여명의 개인정보를 13차례나 결합했다.

무엇보다 의료정보가 DB화된 형태로 한곳에 모이는 것은 위험한데, 심지어 국회는 그 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보험사들의 연합체이다. 지금도 삼성화재, 교보생명, DGB생명, 하나손보 사장이 임원으로 있고 역대 원장들 다수는 퇴직 후 보험사 부사장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기관이 ‘공공적 기관’이라며 ‘개인정보를 잘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은 황당하다. 불과 몇 년 전 보험개발원은 자체 보유한 1억5000건의 개인정보를 현대자동차 고객정보와 2차례 결합한 것이 드러나기까지 했다.

개인의료정보는 최대한 분산돼야 하고 전자적 방식이 아니라 비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돼야 시민들의 정보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 거꾸로 국회가 이를 통합해서 전자적 방식으로 축적해 보험사에게 넘겨주는 정책은 소비자의 편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이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가명정보'를 기업들이 서로 주고받고 사고팔게 한 나라다. 정보 집중과 데이터베이스화가 특히 위험한 이유다.

정무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 소비자 편익이 정말 존재하는지 증명해야 하며, 소비자 불이익을 막을 수단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또 국회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 보험업법 개정이 의료 건강보험 민영화인 이유

보험업법 개정은 보험사-의료기관 직접 연계의 시작이다. 보험업계 스스로는 이 과정들을 ‘청구 전산화’라 부르는데, 그 시작은 ‘의료기관-보험사 전자정보 교환’(현 보험업법 개정안)이고 그 다음은 ‘의료기관-보험사 직불제도’다. 

보험사들이 오래 전부터 이를 밀어붙인 이유는 의료기관과 보험사를 연계시키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2005년 공개된 삼성생명 의료 민영화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궁극적 목표는 '정부 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이다. 

삼성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각 단계의 플랜도 제시했는데 요지는 실손보험 도입부터 시작해서 민영보험이 공보험과 부분 경쟁하다가, 이후 급여진료를 포함한 모든 진료에서 완전 경쟁한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를 위해서는 민영보험도 공보험처럼 의료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비 지급방식을 개선하라면서 의료기관이 환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청구하고 보험금을 받는 모델을 제시했다. 

보험사가 ‘청구 간소화’에 혈안인 더 근본적인 이유다. 소비자 편의를 앞세워 미국식 보험사-의료기관 연계체계로 이행하려는 것이다.

3. 진짜 ‘소비자 편익’을 위해 국회가 할 일

소비자의 권리와 편의를 높이는 방법은 따로 있다. 정말 실손보험 지급을 늘리고 싶으면 정부가 나서 민간보험사들의 최저 지급률을 법제화하라. 

카지노와 로또에도 최저 지급기준이 있는데 민간보험은 그런 하한도 없이 완전한 무규제 시장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이런 최소한의 정부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 보험사들만을 위한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

또한, 지금 보험사들은 결코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민간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전 국민의 80%에 달하고 가입자는 1인당 월평균 13만2000원을 내지만 민간보험은 발생한 전체 의료비의 단 10% 정도만 보장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은 훨씬 적은 보험료로 국민 의료비의 약 60%를 보장해 준다. 보험사는 공보험 부실로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 천문학적 보험료를 걷어가지만 실제로는 이중 약 8.3%만을 돌려 준다. 

온갖 이유를 들어 암환자와 중증환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부당하게 거절해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이런 실손보험을 통제하고 고통받는 환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생각은 않고 보험사 이익만 대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 거대 기업들만의 이익이 아니라 민의를 대변할 입법에 노력해야 한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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