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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자발적 수술실 CCTV 설치, 의협 “반대 않지만 기피과 확대 우려”

부평힘찬병원, 희망환자 한해 수술실 녹화·실시간 시청 가능
의협, 돌발응급상황 수술시 소극적·방어적 진료 우려


최근 인천과 광주의 척추전문병원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의혹 사건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척추·관절분야를 비롯한 전문병원들의 신뢰 하락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인천지역 한 관절전문병원이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도 회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든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본격 운영에 나서 주목된다.

지난 8일 원내 수술실 6곳 모두에 CCTV를 설치하고 9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부평힘찬병원은 원하는 환자에 한해 사전 동의서를 받은 후 모든 관절·척추수술에 대한 녹화와 동시에 실시간 시청이 가능한 이원화 시스템을 갖췄다. CCTV를 특정 수술방과 수술에만 설치·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병원들과 비교했을 때 관절전문병원으로서는 첫 사례다. 

병원에 따르면, CCTV 시청은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보호자 1인만 지정된 장소에서 시청이 가능하고, CCTV 녹화는 환자 신체의 민감한 부위에 대한 노출을 막기 위해 수술 준비 이후 본 수술 장면부터 진행하며, 녹화된 영상은 환자의 동의 하에 30일간 보관 후 폐기된다.

이에 운영 초기이지만, 환자 뿐 아니라 의료진까지 반응은 썩 나쁘지 않다는 평가.

부평힘찬병원 서동현 원장은 본지와의 서면질의를 통해 “(CCTV 녹화·실시간 시청은) 환자의 수술이 결정되면 입원해서 수술 전 상담실에서 환자에게 설명 후 동의 서명을 받아 진행한다”며 “현재 이를 원하는 환자는 20~30% 이내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로봇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말기 무릎관절염 환자의 보호자 A씨(75세)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했는데, 수술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으니 안심이 되고 믿음이 간다”며 “수술을 받는 아내도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계는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심리적 위축을 야기해 적극적인 치료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치료를 하게 될 것이라며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 또 설치나 개인정보 관리 등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했을 때 누가 부담할 것인지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술실 CCTV를 설치한다고 했을 때 반발이 우려됐던 것과는 다르게 “직원들(의료진)의 동의는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 서 원장의 설명이다.

서 원장은 “설득을 통해 의료진들의 동의를 얻었다.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장치나 시설을 보완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다”라며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 더 떳떳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수술실 CCTV가) 좋은 역할을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초기 단계라 의료진과 환자의 의견을 취합해 개선해나갈 계획”이라며 “치료 과정에 있어서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도 모든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치료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자발적인 수술실 CCTV 설치 부분에 대해 딱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며, 오히려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보지만, 이것을 강제적으로 모든 수술실에 적용하는 것에는 강한 우려를 표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발적으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하는 부분에 대해서 의협이 당연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고, 오히려 자발적으로 많이 설치가 되는 것에 있어서는 환자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정작용을 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환자의 생명과 연관되는 암이나 심장, 혈관수술 등은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응급수술을 요하는 과들에 모두 적용하는 것은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대변인은 “돌발상황이 많은 소위 말하는 기피과들한테도 수술실 CCTV를 설치한다고 하면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진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신규 의사들이 위험하고 응급수술을 요하는 과들에 지원을 하지 않고 더 기피하게 될 것이며, 결국 그 쪽(기피과)은 인력난이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힘찬병원은 이번 부평힘찬병원의 수술실 CCTV 운영을 시작으로 이후 의사들의 입장과 의견을 청취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의 만족도를 파악한 뒤 다른 지점으로의 순차적인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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