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본 시리즈 1편에서는 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사건들을 다뤘다. 이번 편에서는 코로나19 외에 제네릭과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약사별 주가와 인수합병,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 분쟁 최종 결과 등 제약계를 뜨겁게 달군 또 다른 주역들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 제네릭 난립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최근 정부는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왔다. 그 결과 계단식 약가, 공동생동 등이 도입돼 각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계단식 약가란 말 그대로 약가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수행, 원료의약품 사용 여부에 따라 약가가 달라진다. 심지어 급여 등재 순서가 약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제네릭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제약업계 특성상, 계단식 약가 적용은 기업별 실적 저하를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이 제약 자국화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공동생동이란 위탁(공동) 생동 품목 허가 건수를 제조소 1곳과 위탁사 3곳으로 제한하는 제도로, 식약처는 지난해 4월 ‘의약품 품목 허가·신고·심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지난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공동생동 제한 법제화를 위해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지난 11월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하지 못해 제자리걸음 중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가 제약계에 미칠 영향
작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뇌기능 개선 성분을 지닌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치료제로 효능이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으로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받았다.
해당 논란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는 약가재평가와 유효성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134개 제약사에 대해 콜린알포 임상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재평가에 포함되는 항목들은 지난 23일까지 임상 계획서 포함한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해당 품목에 대해 자진 취하를 진행했다. 주로 대형 제약사는 임상 계획을 발표하고, 중소 제약사는 자진 취하를 진행하는 경향이었으나, 전체 중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한 제약사는 60여곳에 불과했다.
임상 시험을 진행하게 되면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예정이며, 만약 임상시험 결과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도출된다면 약물 유효성, 재평가 기간 도중의 판매 등에 대한 문제점이 생기며 최악의 경우 적응증 일부가 삭제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에 제약사들은 정부의 결정 사항을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
◆ 코로나19가 가져온 제약사 주가 폭등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전반적인 주식 시장은 날이 갈수록 폭락하는 암울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전파 이후 제약사의 주가가 폭등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백신 실험에 관한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주가가 올랐다.
대표적으로 씨젠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진단시약을 개발하고 70여개국에 관련 제품을 수출해왔다. 그 결과 3분기 누계 영업익이 418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24배 올랐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 ‘CT-P59’에서는 코로나19 G형에 대해 중화능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된 만큼, 임상진행 상황을 보고할 때마다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글로벌제약사의 위탁생산 계약을 연달아 수주해 몸값이 폭등했다.
신풍제약은 특이하게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재창출하고 있어 많은 관심이 기대되고 있는데, 시총이 3월 기준 7개월간 무려 13배나 늘어났었다.
이외에도 진원생명과학, 케이피엠테크, 신테카바이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및 엠투엔 등 제약바이오사들의 주가와 기업가치가 특히 상승했다.
특히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외에도 경남제약헬스케어, 솔고바이오, 캔서롭, 내츄럴엔도텍, 케어젠 등 7개 바이오기업이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가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기도 했다.
◆인수와 분사를 통해 강해지는 제약사들
더 큰 성장을 위한 제약사들의 합병과 분사도 눈에 띄었다.
에이치케이이노엔의 경우 인수와 분사가 모두 진행됐다. 에이치케이이노엔은 콜마가 CJ제약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대형 제약사로 거듭났으며, 한국콜마의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는 제뉴원사이언스에 인수돼 통합법인이 출범됐다.
셀트리온 그룹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을 추진한다. 그 첫단계로 지난 9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으며 2021년 말까지 셀트리온홀딩스와 합병을 추진해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할 전망이다.
한편 분사를 통해 전문성 강화를 시도한 곳들도 보인다. MSD는 여성건강, 특허만료 의약품, 바이오시밀러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오가논을 설립했다. 기업 분할은 2021년 상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화이자의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과 제네릭을 담당했던 업존 사업부문은 한국화이자업존으로 분리됐으며, 올해 11월 마일란과 손잡고 ‘비아트리스’라는 그룹을 출범했다.
◆상처만 남긴 메디톡스VS대웅제약 균주 분쟁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5년간의 분쟁이 메디톡스의 최종 승리로 끝을 맺었다.
2016년 6월,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균주 도용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작년 1월 메디톡스가 미국 ITC에 대웅제약을 공식적으로 제소하면서 두달 뒤 ITC에서 공식적으로 조사를 착수했다.
그 결과 올해 7월 ITC는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며 미국 내 나보타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웅제약은 판결 내용에 오류가 있다며 재심사를 요청했다.
이달 16일 최종판결에서는 예비판결의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기술 도용 혐의가 인정됐다. 하지만 균주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예비판결 시의 수입금지 10년은 21개월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나보타의 자체 개발이 인정됐다”며 끝까지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했다. 또 “ITC의 제조공정 기술 침해 결정은 명백한 오류로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