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후속 대책 중 하나로 진행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확정이 마지막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 5월20일 첫 환자가 확진되면서 발발한 메르스 사태 이후 후속 대책 중 하나로 2016년 1월15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현재까지 14여 차례 열렸다. 최근 들어서는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확정’을 위해 적극 뛰고 있다. 금년 12월21일 내과계 개원단체와 학회, 22일 외과계 개원단체와 학회를 초청해서 설명회를 가졌다. 그리고 오는 29일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등을 초청해 설명회를 갖는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시동을 걸었고, 추무진 회장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그런데 그간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논의 과정을 보면 대외비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지난 2016년 1월15일 처음으로 열린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첫회의에서 당시 정진엽 장관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최우선 보건의료정책과제중 하나다. 협의체에서 논의되는 과제가 실행력을 가지도록 법령 개정, 수가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뒷받침 할 것이다.”라고 했었다. 당시에 보도자료를 내는 등 공개행정을 펴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과정에 대한 변변한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대한의사협회는 논의 과정을 대외비라면서 시도의사회장들에게 진행 중인 내용을 알리는 수준에 그쳤다. 터무니없게도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와 권고문 확정이 대외비로 끝나갈 모양새였다.
다행인 것은 금년 11월말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회에서 ‘보건복지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초안’이 보고됐고, 대외비라며 문서를 회수했다, 이에 김숙희 부회장(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이 오픈 시켜서 많은 회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이에 지난 11월25일 만복림에서 대한의사협회 보험위원회 연석회의가 열렸다. 만복림에서도 비록 대외비라며 서류를 걷어 갔지만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초안’이 공개된 자리였다.
이후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초안은 의료계 이슈가 됐다. 지난 12월8일 서울시의사회가 성명에서 ‘권고문 초안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표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3일에는 외과계 의사단체 9곳이 성명에서 ‘이대로 전달체계 개선이 이루어지면 외과계 의원급의 몰락을 부추길 위험이 높다’고 했다. 지난 14일에는 충남의사회가 성명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권고문을 전면 삭제하라.’고 했다.
그동안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는 대외비라는 프레임에 갇혀 밀실행정을 했다는 이야기 밖에 안 된다. 보건복지부는 첫 회의 말고는 변변한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고, 이에 편승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의료계 내부 단속을 위해 설명회를 연이어 열고 있다. 특히 염려스러운 부분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을 대변하는 시민단체가 별 관심이 없는 지 작년과 달리 금년 들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도 그렇다. 그 많던 북한군 병사 총상 귀순과 이국종 교수를 주제로 한 중증외상센터 공개토론회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논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성공하려면 국민 의료인 정부 국회 등 모두 참여하여 거들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우리나라 의료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정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