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법이 예방과 통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중증 심장질환 환자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심장중환자실 설치와 전담 전문의 제도 도입 등 구체적 보장성 확대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며, 법령과 제도 정비를 통해 중증 심장질환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심장학회가 지난 16~18일 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정책세션에서는 중증 심장혈관질환의 보장성 확대,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심뇌혈관법 개정의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이 논의됐다.
현재 심뇌혈관법에는 국가가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 진료, 재활, 연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 시행함으로써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및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찬주 교수는 “진료일선에 있는 의사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며 “전반적인 환자들에 대한 진료지원시스템
등보다는 예방이나 역학조사로 치우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심부전이나 심방세동, 판막질환, 심부전, 폐동맥고혈압, 대동맥박리
등 중증 심장질환의 유병률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심뇌혈관법에서는 중증 심장질환이 배제돼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 외에 고위험 중증심장질환이
포함돼있지 않은데, 중증 난치성심장질환을 포괄적으로 정리해야 정책 수립이나 자원 배분 등 법률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희귀난치질환은 산정특례 혜택을 제한적으로만 받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교수는 “처음 30일만 산정특례혜택을 받는다”면서 “어느정도 선별해 심뇌혈관법에 포함시킴으로써, 환자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법 규정 개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심뇌혈관법에 어떤 질환을 포함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TF팀 구성이 필요하다”며 “역학적 중요성, 예방관리 가능성, 자원배부
효율성에 대해 고려해야 하고, 중증질환을 좀 더 규정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장혈관중환자실 지원 필요성도 강조됐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서존 교수는
“심장중환자실 설치와 지원이 법제화되면 중증심질환이나 심장초음파 행위수가, 심부전 전문질환은 거의 다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장중환자실(심장혈관 중환자실)은
사망률 감소는 물론 입원기간 단축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현재는 재정 지원이나 전담인력은 물론 법령이나 제도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한심장학회는 CICU-TFT를 발족하고 정부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첫 번째 제안은 심장중환자실 입원료 상향으로, 기존
수가 대비 약 20%를 상향해 그 가격을 차등지급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심장중환자 전문의 제도 도입이다. 심장중환자전문의 제도를
만들어 이에 대한 기본가산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아직 전문인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전임의 혹은
분과전문의 자격 취득 후 3개월 이상의 심장중환자실 진료기간을 가진 자를 대상으로 그 자격을 인정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CICU 병상 구선 요건도 구체화했다. 100병상
당 0.8병상 이상의 심장중환자실을 확보하고, 타 병상보다
넓게 구성해 심폐소생술 등 치료를 위한 것들을 구비하도록 했다. 또한
“중환자 전문의 기준을 개선해 수가도 올려달라”며 약
25% 가산된 금액을 산출했다. ECMO 삽입·관리, 중격천자술 등 전문 의료행위도 규정에 포함됐다.
끝으로, 심장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제도 활성화를 위해 유예기간도 필요하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특히 해당 기간 동안에는 세부전문의 조건이나 수가가 맞지 않더라도 현재의 운영방식으로 운영을 하겠다는 각오다. 대신 정부를 향해 인정과 수가체계 설정을 요구했다.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는 국내외 심장질환 법제 대응체계를 비교하며 심뇌혈관법 개정의 필요성과 그 방향성에 대해 제시했다. 정 교수는 ▲법적정의체계 정비 ▲심장질환 보장성 제도 확대 ▲중증도 기반 인프라 구축 ▲심장질환 중환자실 인프라 마련 ▲건강증진기금의 합리적 배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 호주 그리고 일본의 경우 법적기반은 물론 국가전략화, 중앙정부역할 법적 명시, 지자체 역할 구조화, 예산 기반, 전주기 관리체계, 정책집행력
등에서도 꼼꼼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급성기’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명시적인 책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에 복지부나 지방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이야기됐지만, 명시적인 책임이 없으면 실질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주기적인 관리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정 교수는 “치료나 중환자실에만 국한되지 않고 예방부터 중환자실, 사망할 때까지
완벽하게 관리되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센터들이 필요하다”며 “전국단위
관리기능을 분명히 올려야 한다”면서 “정책 집행력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법, 제도, 행정의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