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화 및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방문진료 또는 재택의료를 도입 및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여러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진료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원격의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들려오고 있다.
이처럼 방문진료, 비대면진료, 재택의료, 원격의료 등등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일컫는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각 단어의 정확한 정의 및 범위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아 사회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혼란이 종종 오는 경우가 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대한재택의료학회 이건세 회장(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를 만나 재택의료, 방문진료, 비대면진료, 원격의료 등에 대한 정의와 범위 등을 살펴봤다.
Q. ‘방문진료’와 ‘재택의료’의 정의와 범위는 각각 어떻게 되나요?
A. ‘방문진료’는 옛날에 ‘왕진’이라고 칭해졌던 의사가 환자 집을 방문해 진료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는 재택의료도 마찬가지로, 재택의료와 방문진료는 서로 포괄하는 영역이 있는데요.
여기서 방문진료는 환자가 응급질환 또는 중병으로 병·의원으로 오지 못할 때에 의사가 환자 집을 1~2번 정도 방문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째서 환자 집에 찾아가 진료하는 횟수가 1~2회 정도로 한정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드실 수 있는데,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의사가 진료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사는 본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방문한 환자만 진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사가 환자 집을 방문해 진료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고 현장 또는 이송 도중 환자를 구급 처치하기 위해 이뤄지는 방문진료는 ‘응급의료’ 개념에 해당돼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응급시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진료 행위로 한정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재택의료와 관련해 말씀을 드리면 저희 대한재택의료학회에서는 ‘재택의료’를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지속적인 진료와 돌봄 등의 케어가 필요한 환자에게 케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응급환자나 환자의 요청이 있을 때에 한정해서 찾아가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환자가 있는 곳을 방문해 진료하는 것을 재택의료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재택의료는 의사만 가서 진료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간단한 드레싱과 같은 행위는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가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위이고, 돌봄과 같은 복지가 필요하면 요양보호사가 찾아와 도와줘야 하며,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때에는 의사가 방문해 환자를 살피는 모든 행동들이 재택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택의료’는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환자의 집을 포함해 환자가 거주하는 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하는 행위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원격의료’와 ‘비대면진료’의 정의와 범위는 각각 어떻게 되나요?
A. 비대면진료는 원격의료에 대해 사람들이 거부감이 있어 의료계에 대해서 대안으로 사용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컴퓨터나 휴대폰 등의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영상이나 음성으로 얼굴을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고 환자와 의사 또는 의사와 의사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진료한다는 면에서 원격의료와 비대면진료 모두 해당되므로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기존에도 원격의료에 대한 법과 규정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법·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현재 의료계에서 논의·대두되고 있는 원격의료·비대면진료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의 원격의료는 대학병원 교수↔병·의원 의사(주치의)↔환자 순으로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대학병원·대형병원의 진료가 필요하나, 병원에 갈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대학병원·대형병원의 의사가 원격으로 직접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병원·대형병원의 교수와 환자 사이에 병·의원 의사(주치의)가 들어가야만 합법적으로 원격의료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대학병원·대형병원 의료진과 병·의원 의료진이 먼저 환자 진료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한 이후, 결정된 진료방식을 병·의원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 및 적용하는 형태가 기존의 원격의료 방식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반대로 현재 논의·대두되고 있는 원격의료·비대면진료는 기존의 원격의료와 달리 대학병원·대형병원 의료진과 병원을 방문할 수 없는 환자 사이의 1:1 직접적으로 음성·영상 형태로 이야기하면서 진료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올해 초에 탄생한 대한재택의료학회는 어떤 학회인가요?
A. 대한재택의료학회는 올해 만들어진 신생 학회입니다. 논의는 작년부터 계속됐다가 올해 2월 정도에 학회 설립을 논의하는 모임을 가졌고, 4월달부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저희 학회는 저희 대한재택의료학회는 우리나라의 재택의료를 어떻게 하면 활성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됐습니다.
저희 학회의 특징은 기존의 의료 분야의 학회가 대부분 전문분야 전문가들끼리만 모여 활동하는 것과 다르게 재택의료가 의사만 또는 간호사만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판단에 다양한 분야·진료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학회를 구성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저는 예방의학과 교수이지만, 이사장직을 맡고 계신 박건우 고려의대 교수님은 신경과 교수님이시고, 이동형 총무이사님은 투석을 전문으로 하고 계시며, 김재영 법무이사님은 법조계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또, 황선영 학술이사님과 탁영란 교육이사님 등은 간호대학 교수님들이시며, 신성식·김철중 부회장님들은 언론에서 활동하고 계시고, 이용우 홍보이사님은 CRPS환우회 대표님이십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재택의료의 필요성을 따져보고, 재택의료 관련 현황을 살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과제로는 무엇이 있는지 검토·정리해 우리나라에 맞는 재택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활동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