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문가들이 치매 극복 방안으로 ‘항체 치료제 신약, 운동과 뇌인지, 그리고 가족과 사회의 관심’을 소개했다.
특히 1부의 마지막 발표에서 일본의 요시다 카즈아키 교수가 30년간 치매 환자를 치료하며 환자 가족들과 소통하는 노하우를 공유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인지중재치료학회와 대한치매학회는 9월 22일,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2023 글로벌 치매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와 로완, 뉴로핏, 이모코그가 후원으로 참여했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은 개회사 “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치매 약이 승인받으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항체 치료제가 전부는 아니다. 오늘 치매를 예방하고,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많은 방법이 소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 염민섭 국장은 “내년이면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20년 7월 치매극복연구사업단 출범 후 R&D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환자들이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거주지에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치매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맞춤형 사례관리 시범사업을 올해 7월에 출범,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치매환자에 대한 의료지원 과정과 외부의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고 있다.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치매를 예방 및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다뤘다. 마르완 사바하 교수가 치매 치료약물에 대해 소개했고, 아서 크레이머 교수가 운동과 뇌 인지, 요시다 카츠아키 교수는 비약물치료에 대해 소개했다.
마르완 사바하 교수는 배로우 신경학 연구소(barrow neurological institute)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치매 약의 기전과 역사, 신약 ‘레카네맙’의 개발까지 다양한 약품들이 개발된 과정들을 소개했다. ‘도나네맙’이 최근 3상에서 24%의 타우 단백질 감소 효과를 본 내용도 언급했다.
마르완 사마바 교수는 “치매 치료에 있어 아밀로이드 제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 병용요법을 생각하고 있다. 세부적 표적치료 약물들이 새로운 트랜드를 이끌고 있다. 타우 단백질(TAU)을 낮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는 큰 성과가 없지만 새로운 접근법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아서 크레이머 교수는 연구소에서 진행한 과제를 소개하며 “치매는 예방이 필요하다. 지식적인 활동과 운동을 하는 것이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 걷기 운동을 통해 신경망의 연결이 올라갔고, 노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INSIGHT’이라는 인지훈련, 뇌자극, 물리적 운동을 함께 적용해 뇌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며, 1상 임상시험에서 3개를 모두 적용한 그룹에서 일부를 적용한 그룹 대비 상당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요코하마 쓰루미 재활병원의 요시다 카즈아키 교수가 ‘일본의 치매 예방을 위한 비약물치료’에 대해 발표했다. 다양한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맞이하며 경험했던 어려움을 바탕으로 의료진들을 위해 조언하기도 했다.
요시다 카즈아키 교수는 “치매의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와 관계형성을 하고, 다리를 많이 움직이고 취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상법과 음악 요법을 추천하기도 했다.
회상법은 건망증이 있더라도 대상이 그것을 잘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음악 요법으로는 그때그때 마음 상태에 맞는 음악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딸은 몰라봐도 당시에 부르고 듣던 노래에는 반응할 만큼, 음악이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치매환자에 대한 오해와 미흡한 관리에 문제 의식을 제기하기도 했다. 요시다 교수는 “치매환자는 건망증이 있더라도 감정은 잃어버리지 않는다. ‘치매 환자인 부모님을 모시고 좋은 식당에 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라고 묻는 가족이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어제의 기억과 세부적인 내용은 잊어버려도 좋은 감정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요시다 교수는 “치매 환자들이 배뇨, 배설 등으로 야단 맞을 때의 감정을 기억하고 있다. 일본 노인 자살자의 대부분은 가족과 동거하고 있고, 그중 독거인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가족과 같이 살고 있어도 심리적으로 고독한 노인이 많다. 치매 환자를 가족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함께 돌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발표 이후 진행된 여러 질의응답 중, 치매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족의 이해를 끌어내는 것 또한 힘들다는 점이 시사됐다. 한 의료진은 “시간을 들여서 가족에게 치매 환자에 대한 바람직한 시선을 설명했지만, 한계를 느꼈다”며 좋은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인지훈련 프로그램 ‘슈퍼브레인’을 활용해 치매 환자 치료를 하고 있지만, 보호자 설득 과정에서 10분 중 단 2분만 동의하시고, 나머지 1분은 6주차 과정 중 중도 탈락해 결국 1분만 이수하게 된다”고 치매 치료의 어려움을 밝혔다.
요시다 교수는 “가족에 대한 이해를 끌어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가족은 환자가 건강했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니, 의료진이 느끼는 것보다 환자의 변화가 작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환자의 작은 변화에 대해 일부러 더 과장해서 칭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환자들이 감정에 대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해주고,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치매 환자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요시다 교수는 외과 의사로 시작해 치매 증상이 있는 환자가 노인병원이나 정신병원에서 거부당하는 것을 보고 그런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개설해 30년 이상 원장으로 역임했다. 치매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공동체 케어를 위한 강연 및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