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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사법체계' 통한 정신질환자 입원 · 치료로 악순환 고리 끊어야

보호자 · 의사에게 가해진 과도한 책임, 이제는 국가가 지탱해야

지난해 12월 31일 발생한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故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으로 全 의료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안전한 치료환경 조성을 위해 사법입원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의학회)가 10일 오후 2시 의학회 사무국에서 지난해 12월 31일 故 임 교수 추모 기자회견을 열어,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을 사법 행정기관이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을 주장했다. 



이날 의학회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 차별을 조장하는 사회 제도의 전반적 검토 · 수정 △정신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 및 진행 △자 · 타해 위험 발생 시 민감한 행정 대응부터 집중치료까지 이어지는 치료 체계 구축 △외래치료 · 지역사회 관리 활성화 대책 마련 및 병원 기반 사례관리 전면적 시행 △사법입원제 도입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 분야 기구 설치 및 예산 확대 등 크게 6가지 사안을 촉구했다. 

권준수 이사장은 "이번 사태가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커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 · 편견 때문에 치료가 지연될 경우 이번과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이러한 사고로 편견은 더욱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이사장은 "우리의 동료 故 임세원 회원을 떠나보낸 지 어느덧 10일이 지났지만, 정신건강과 의사들의 슬픔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유족은 의연한 자세로 안전한 치료 환경과 더불어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우리에게 당부했다. 우리 의학회는 유족의 당부이자 고인의 유지인 편견 없고 안전한 치료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본 기자회견에는 △권준수 이사장을 비롯하여 △이해국 중독특임이사 △이명수 홍보기획이사 △최준호 법제이사 △김지민 봉직의협회장 △이유진 총무이사 △정정엽 운영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오간 질의응답을 메디포뉴스가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사법입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김지민 봉직의협회장 사법입원은 국가가 민간인인 의사 · 보호자에게 여러 이유로 맡긴 본래의 책임을 다시 회수해가는 개념이다. 실제 정신과 입원은 의료 서비스에 감금이라는 중간 요소가 들어가 있다. 지금까지는 국가가 예산 · 인프라 · 인적 · 자원 부족을 이유로 모든 결정 권한 · 책임을 의사 · 병원 · 보호자에게 맡겨놨다.

의학적 소견은 당연히 의사가 내린다. 그러나 해당 환자를 감금하고 그 감금을 유지할 것인지도 의사 · 보호자가 결정한다. 정신과 강제 입원과 관련하여 의사는 치료라고 생각하지만, 사회 · 일반인은 감금이라고 생각하여 마찰이 심하게 일어난다. 근무하는 봉직의들도 그간 감금 부분에 대해서는 의식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선진국만 봐도 의학적 검증 · 치료 관련 부분은 의사가 분명히 역할을 하되, 해당 환자를 입원시키는 부분은 국가가 사법입원제 · 사법치료명령제나 여러 결정기구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신병원의 95%가량은 민간 병원으로, 봉직의들이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법 제도의 모순이 가장 집약적으로 이뤄지는 게 봉직의 진료 현장이다. 이런 진료현장이 개개인의 입김이 커지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 외부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도 실제 현장에서 환자 인권 · 치료는 유지될 수 없다. 이 부분에 있어 봉직의 진료 현장이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사법치료 · 사법입원이라고 생각한다. 

◆ 사법입원의 필요성은?

최준호 법제이사 사법입원은 그간 보호자 · 의사가 지던 책임을 국가가 가져가는 개념이다. 만약에 인권 수준이 높고 시스템이 정교화되면 보호자 동의 · 의사 판단 및 거기에 따른 여러 절차로는 충분하지 않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호자 · 의사에게 가해진 과도한 책임을 국가가 지탱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신보건법이 진행되는 몇 가지 법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 되는 구석마다 보호자 동의가 걸려 있다. 외래치료명령제의 경우 사회에서 치료를 명령하는 것인데 거기에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또, 지역사회 사례관리가 있다. 정신건강센터에 위험한 환자 명단을 제출하려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그 결과 현재 지역사회로 넘겨지는 퇴원 환자 명단이 20%가 안 된다. 관리가 안 되는 두 가지 문제에는 보호자 동의가 있다. 비자의입원도 정신과 의사 판단에 보호자 2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각 곳에 있는 이 동의가 결국은 전체적인 법 지탱이나 흘러가는 시스템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현재 외래치료명령제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흔히 탈원화에 있어 △외래치료명령제 △사례 관리 △주거지원서비스 등 세 가지 선제 조건이 있다. 이 중 외래치료명령제를 제외한 두 가지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이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계속 진행 중이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탈원화는 어렵다. 

미국은 켄드라법이 있는데, 법 제정 과정이 우리나라와 너무 유사하다. 미국에서 탈원화가 진행된 이후인 1999년에 켄드라라는 이름의 일반인이 지하철에서 치료받지 않은 조현병 환자에게 밀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외래치료명령제로, 현재는 명칭이 AOT(Assisted Outpatient Treatment)로 순화되어 정신과 환자가 외래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외래치료명령제를 시행하는 데 이미 미국은 사법입원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 중이다. 앞으로는 사법입원 체계에서 故 임 교수와 같은 사고를 예상하고 정신보건법 내 여러 장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 

◆ 사법입원에 대한 국회 입장은?

권준수 이사장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법입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일부 의원은 반대했으며, 보건복지부 입장도 약간 반대다. 그 이유가 아직 법원이 준비돼 있지 않고, 의료 문제에 어떻게 사법기관이 개입할 수 있냐는 거였다. 이에 더하여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는 환자의 가족이 환자에 대한 책임을 일차적으로 짊어졌다.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이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 온다. 강제입원을 시킬 경우 의료진 판단에 가족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호자도 엄밀히 말하면 환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이다. 그래서 유산이나 알코올 중독 환자 입원 문제 등의 문제가 가끔 발생하며 보호자 · 환자 간 이해 충돌이 다수 있다. 결국 법적 권한이 있는 장치가 없으면 결국 보호자 · 의료진이 고스란히 결정하기 때문에 환자가 가지는 강제입원에 대한 트라우마 · 적대감이 보호자 · 의료진을 향한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 사고가 가족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 문제는 사법적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핵심은 사법적 판단 · 결정이 들어간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사법입원 · 사법치료명령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환자를 보호하고 가족 부담을 줄여주며 안전한 진료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다. 나는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알맞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환자 인권을 책임지려면 그에 합당한 제도를 갖춰야 한다. 

◆ 자의입원이 늘고 비자발입원이 줄었다.

이해국 중독특임이사 강제로 치료하는 걸 원하는 정신과 의사는 없다. 다만, 비자발입원이 필요할 때 제3자가 개입하여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입원 절차가 상당히 강화됐다. 이에 따라 급성으로 자 · 타해 위험성이 강하여 입원시킨 환자의 경우 입원이 적절한지 2주 이내에 판단하며, 입원적합성심사를 한 달 이내에 해야 한다. 근데 그게 논리적으로 다소 안 맞는다. 더군다나 이를 공정하게 한다고 국립의료기관 의사가 와서 두 번째로 진단하게 하지만, 준비가 안 돼 예외적으로 인근 병원에서 하게 돼 있고, 그나마 이것도 준비가 안 되어 한 병원의 의사가 판단하게 했다. 

실제로 자의입원이 늘고 비자발입원이 줄었지만, 전체 입원환자는 줄지 않았다. 결코 환자 입원이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수치상으로 비자발입원이 줄었기 때문에 개선됐다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결국 탈원화를 유도하고 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인프라 · 재원이 필요한데, 이게 안 되는 상황에서는 제도적으로 따라오게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실제 지역사회 내 중증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유병인구 중 지역사회에 등록된 환자 비율은 3.3%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정신질환이 신체질환 못지않게 제대로 치료받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돼야 한다. 

◆ 사법치료명령제 도입을 왜 주장하는지?

이명수 홍보기획이사 현행법상 입원을 반복하는 환자가 퇴원을 준비하면, 정신의료기관장이 보건소의 정신건강심판위원으로서 외래치료명령을 신청하게 돼 있다. 해당 위원회에서 외래치료가 필요하다고 판정을 내리면 환자가 퇴원 후 센터 · 보건소에 모니터링을 받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치료를 잘 받으면 상관이 없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을 경우 센터 · 보건소의 사례관리사가 심판위원회로 보고해야 한다. 심판위원회에서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국공립병원에서 입원할 수 있도록 장치를 뒀다.

그런데 센터의 외래치료명령 대상자는 대개 어려운 사례이며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이들이다. 즉, 약물 · 치료수용도가 낮은 이들로, 사례관리자가 제대로 개입하기 굉장히 어려운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외래치료명령제는 전국적으로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다.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입원환자가 재발하여 입원하지 않도록 예방적으로 외래치료명령제를 가동한다. 외래치료명령제는 지역사회에서 치료가 필요한데도 치료를 받지 않는 이들 대상으로 입원 대안으로서 덜 제한적인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현재는 지역사회에서 외래치료명령을 작동시킬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내용 자체는 의미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행시킬 능력은 없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가동될 수 있도록 경찰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센터에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식의 돌아가는 기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법입원처럼 외래치료명령도 사법체계 내에서 시행하면 국가책임성이 더욱 강화되고, 실행에 필요한 책임 · 권한 · 역할도 좀 더 강화된다. 사법입원제도를 논의하면서 동시에 치료명령도 사법체계 내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재정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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