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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무의미…문제는 의사-환자 관계

드라마나 영화에서 의사는 돈만 아는 속물, 의료사고를 은폐하는 범죄자로 묘사

고 임세원 교수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의료계에서는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의사 환자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는 무의미하다면서 의사 환자 관계를 무너뜨리는 드라마나 영화의 속물의사 사고은폐의사 묘사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3일 대한정형외과의사회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가 이같은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 현장에서의 의료인 폭행이 심각함을 먼저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병원에서 보건의료인에 대한 폭력사태는 수년간 수백건에 달하며 의사라면 누구나 진료실과 응급실에서 폭언과 폭력행위에 노출되어 본 경험이 있을 정도이다. 의료인은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는 수많은 폭력사태에 노출되어 있으며,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환자를 보는 것이 두려워지기 질 정도로 현 의료현장에서의 폭력사태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폭행자에 대한 감경조치는 문제이며, 사회적 인식전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이 같은 폭력사태에 대한 대책을 수없이 촉구하였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의료인 폭행방지법'에 처벌조항이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일선에서는 주취, 심신미약에 대한 고려 등의 이유로 벌금형이나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어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는 실정이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가 의료인에 대한 폭력사태를 얼마나 가볍게 인식하고 무감각한지를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얼마 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이 없는 한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무의미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의사 환자 관계를 무너뜨리는 상황이 전개되는 점도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사와 환자간의 좋은 치료관계는 환자에 대한 공감, 치료자에 대한 신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인간관계에 의해서 형성된다. 이러한 관계는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성숙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의사-환자 관계를 무너뜨리는 상황들이 조장되고 있다.”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의사는 돈만 아는 속물, 의료사고를 은폐하는 범죄자로 묘사되고 있고, 뉴스나 언론에서는 집단의 이익만을 쫒는 이기적인 직종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얼마 전 드라마에서는 이번 사건과 유사하게 칼을 들고 의사를 위협하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의사를 속물,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 창작의 재미 때문이고 한다면 이러한 왜곡된 의사 이미지가 이번 사건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비판에 자유스러울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언론에게도 묻는다. 국민의 건강이라는 필수 공익에 종사하는 의료인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깎아내리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어떤 이익이 된다는 것인가? 그것이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심신미약이나 주취 등이라 해도 관용 없이 일벌백계 차원에서 처벌해야 하며, 벌금형이 아닌 구속수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준해서 처벌해야 한다. ▲의료인에 대한 폭력 사건에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의료인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응급실에만 국한할 것이 진료현장 전반에 적용되어야 한다. ▲의료인을 속물적이거나 부패한 집단으로 희화화하는 드라마, 영화를 명백히 반대하며 이를 저지할 것이다. ▲의사들을 이익만을 쫒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편협된 언론기사를 자제해 주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도 성명서에서 의료인 대한 폭행은 상시적이라고 주장했다.

지역병원협의회는 “과거 비뇨기과 의사 살인 사건이나 응급실 의료인 폭행처럼, 의료인에 대한 폭행과 위협이 처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정부와 정치인들의 무관심속에 발생한 이 사건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드라마 등에서 의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지역병원협의회는 “진료실 폭력과 응급실 위협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 TV 드라마에서조차 의사들의 위협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저급한 황색 언론, ▲폭력이 무서우면 의사를 하지 말라는 후안무치한 시민단체, ▲공공성을 내세워 병원과 직원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정부, ▲정신 질환에 대한 색안경으로 정신과 진료의 벽을 만들고 있는 많은 국민들, ▲그리고 어려움과 위험성을 알고도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우리 의료인들 모두가 사실 상 테러로부터 정의를 지킬 의지가 부족했었다.”고 지적했다.

지역병원협의회는 “개인적 사고로 치부될 수 있는 이 사건이 누군가의 후안무치함이 공범으로서 동조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후속 조치로써 재발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지역병원협의회는 “간호사를 먼저 내보내고 불귀의 객이 된 고 임 교수는 너무나 아름다운 청년이었으며,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으므로 우리 모두는 그에게 빚을 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빚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지역병원협의회는 “사건의 원인과 전모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가해자가 칼이라는 폭력적 무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무고한 시민을 공격하여 사회적인 공포와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는 테러와 다르지 않다. 정의를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테러는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대한민국처럼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에서 이는 무시무시한 일이며 재발 방지책을 반드시 만들어야할 중요한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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